310. 환상이 아니면 그 시상도 구할 수 없다
금은 광석에서 나오고, 옥은 돌에서 생기니 환상이 아니면 그 실상도 구할 수 없다. 술자리에서 도를 깨우치고, 꽃 속에서 신선을 만나는 것은 아취가 있으니 그 속됨을 벗어날 수 없다.
값비싼 보석은 알고 보면 그저 평범한 흙이나 돌 속에서 나온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구하는 절대의 진리는 생기면 허물어지고 나면 죽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부질없는 환상 속에 들어 있다. 진리를 구하기 위해 굳이 세속을 벗어날 필요가 없으니 우리가 매일 보고 듣고 경험하는 것 모두가 진리의 실체 아닌 것이 없는 까닭이다.
311. 깨달은 눈으로 세상을 보면 모든 것이 한결같다
천지 속의 만물과 인륜 속의 온갖 감정, 세계 속의 모든 일들은 속인의 눈으로 보면 모두가 각양각색이지만, 개달은 눈으로 보면 모두가 한결같으니, 어찌 분별하여 번거로울 것이며 취하고 버릴 것을 따로 여기겠는가?
속인의 눈으로 보면 천지 만물이 모두 제각각 다르게 보이나 깨달은 눈으로 보면 모든 것이 평등하고 한결 같기만 하다. 덧없는 형상에 사로잡혀 실체를 간과하지 말고 천지 만물의 근원은 한 가지라는 생각으로 세상 모든 만물을 차별 없이 평등하게 대해야 할 것이다.
312. 정신이 맑으면 천지의 생기를 얻는다.
정신이 통창하면 좁은 방에서 베 이불을 덮고도 천지의 생기를 얻을 수 있고, 입맛이 있으면 명아주 국물에 밥을 먹어도 인생의 담백한 참 맛을 알게 된다.
사람의 마음이 바깥 사물에 얽매여 탐욕으로 얼룩지지 않으면 언제나 맑고 바른 천지의 조화로운 기운을 얻을 수 있고 편안한 경계에서 자유로이 노닐 수 있다. 그러나 탐욕으로 인해 헛된 근심을 만들지 말고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지 말라.
313. 얽매임과 벗어남은 자신의 마음에 달려 있다
얽매임과 벗어남은 단지 자신의 마음에 달렸으니, 마음으로 깨달으면 푸줏간이나 술집도 극락세계가 되고, 그렇지 못하면 비록 거문고와 학을 벗 삼고, 꽃과 풀을 심고 가꾸는 즐거움이 청아하다할지라도 끝까지 마귀의 방해가 있을 것이다. 옛말에 이르기를 ‘능히 쉴 수만 있으면 더러운 속세도 선경이 되나, 깨달음이 없으면 절간도 단지 속세일 뿐이다’ 했으니, 참으로 옳은 말이다.
마음의 속박에서 벗어나지 못해 고통에 몸부림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마음이 속박당한 상태에서 진리를 말하고 도를 논하는 것은 단지 망령된 떠벌림에 지나지 않는다. 깨우친 자의 언행은 속된 곳에 있어도 깨끗한 곳에 처한 것과 같아야 비로소 그 마음의 경계가 자유로워진다.
314. 자연 속에서 깨닫는 진리가 참 깨달음이다
비좁은 방 속에서도 모든 시름을 다 버리면 어찌 단청 기둥에 구름이 날고 구슬 발 걷고 비를 구경하는 생활을 이야기하겠으며, 석 잔 술에 취해 모든 진리를 저절로 깨달으면 오로지 허름한 거문고를 달빛에 비껴 타고 바람결에 단소 불 줄만을 알 뿐이다.
남에게 구속 받지 않는 자유로운 삶은 작고 초라한 집에서 살면서도 고대광실 화려한 부귀영화를 바라지 않고, 몇 잔의 술로도 인생의 진리를 알아 밝은 달을 바라보며 거문고를 흥겹게 탄다. 욕망은 채우기보다는 비워내는 데 그 뜻이 있으며 인생의 진리는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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