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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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학성초 | 등록일 | 09.04.25 | 조회수 | 272 |
295. 영욕에 놀라지 않으니 뜰 앞에 피고 지는 꽃을 바라본다. 영욕에 놀라지 않으니 한가로이 뜰 앞에 피고 지는 꽃을 바라보고, 가고 머무는 데 뜻이 없으니 무심히 하늘가 뭉치고 흩어지는 구름을 바라본다. 맑은 하늘, 밝은 달 아래 날지 못할 곳이 어디 있겠는가마는 부나비는 유독 촛불에 몸을 던지고, 맑은 샘, 이 세상에 부나비와 올빼미가 아닌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인간의 마음이 이 세상 영욕에 이끌리지 않고 뜰 앞에 지는 꽃을 보듯 무심하고 가고 옴에 걸릴 것이 없어 먼 하늘 구름 보듯 담담하다면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그런데 넓고 푸른 하늘을 두고 촛불을 향해 몸을 던지는 부나비와 같고, 맑은 샘과 푸른 풀을 두고 썩은 것만 찾는 올빼미와 같으니 그 어리석음을 이루 헤아릴 수가 없다. 296. 진리를 깨우쳐 번뇌에서 벗어나라 뗏목에 올라 곧 뗏목을 버릴 생각을 하는 이는 진리를 깨우쳐 번뇌를 벗어난 도인이나, 만약 나귀를 타고서도 다시 나귀를 찾는다면 끝내 도를 깨닫지 못한 선사일 뿐이다. 진리를 구하는 마음은 강을 건너면 미련 없이 버리는 배와 같아야 하고 도를 깨달으면 경전의 문자에는 얽매이지 말아야 한다. 참다운 진리는 언제나 마음속에 있는 법이니 애써 몸 밖에서 구할 필요가 없고 일단 구한 진리는 흐트러지지 않도록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297. 욕심 없는 마음으로 만사에 대비하라 권력과 부귀를 쥔 자들이 용처럼 다투고, 영웅들은 범처럼 싸우는데, 냉철한 눈으로 이를 보면, 마치 개미떼가 비린내를 맡고 모여들고, 파리 떼가 앞 다투어 피를 빨아 먹는 것과 다름없다. 시비를 따지는 일이 벌떼처럼 생기고, 득실을 가리는 일이 고슴도치 털처럼 일어나도, 냉철한 마음으로 이를 대하면, 마치 풀무가 쇠를 녹이고 끓는 물이 눈을 녹이는 것과 같다. 욕심 없는 냉정한 마음으로 만사를 대하면 공명과 정대함이 되살아난다. 이해득실을 따지기 전에 옳고 그름을 먼저 논하는 것이 권세 있고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마땅히 행해야 할 덕목이며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자격 요건이다. 그런데 요즘의 세태는 어떠한가? 저절로 한숨이 나오니 참으로 애석한 노릇이다. 298. 인생의 비애를 알면 속세의 욕심이 사라진다 물욕에 매이면 인생의 비애를 깨닫게 되고, 본성을 따라 유유 자적하면 인생의 즐거움을 알게 되니, 인생의 비애를 알면 속세의 욕심이 바로 그 자리에서 없어지고, 인생의 즐거움을 알면 성인의 경지를 곧 스스로 이룰 것이다. 사람이 한 번 물욕에 이끌리면 본심을 잃어버리고 이리저리 이끌려 다니다가 결국 물욕의 노예가 되고 만다. 그러므로 처음부터 물욕에 대한 애착을 끊고 주어진 본성을 즐기고 산다면 어떠한 경우에도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 299. 마음이 밝으면 걸릴 것이 없다 마음속에 욕심이 없으면 모든 번민이 화롯불에 눈 녹듯 녹고, 얼음이 햇볕에 녹는 것과 같으며, 마음이 밝으면 때때로 달이 푸른 하늘에 걸려 있고, 그 그림자가 물 속에 비치는 것을 볼 수 있다. 사람의 마음에 티끌만한 욕심이 없고 오로지 밝은 달과 맑은 물처럼 깨끗하다면 옳고 그른 것을 따로 여기지 않고 좋고 나쁜 것을 따로 가리지 않는다. 다만 있는 그대로를 모두 안으로 받아들여 한 치의 거리낌도 없고 구겨짐도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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