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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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학성초 | 등록일 | 09.04.25 | 조회수 | 285 |
235. 세상의 헛된 것들에 연연해하지 말라 손님과 벗이 구름과 같이 모여 실컷 마시고 즐기다가, 이윽고 시간이 다 되어 촛불이 가물거리고 향불도 꺼지고 차마저 식어버리면, 절로 흐느낌이 북받쳐 쓸쓸하고 한없이 처량해진다. 천하의 일이 모두 일와 같은데 어째서 사람들은 빨리 고개를 돌리지 않는 것인가? 인간의 부귀영화는 술에 취했다가 깨면 허망한 마음과 후회만이 남는 것처럼 허무할 따름이다. 오죽하면 인간의 삶을 한순간의 꿈에 비유했겠는가? 그러므로 우리는 자신을 다잡아 인생의 거짓된 허무에 매달리지 말고 본래의 참모습으로 살도록 힘써야 한다. 236. 사물의 참뜻을 깨닫고 흥망성쇠의 이치를 간파하라 사물 속에 깃든 참뜻을 깨달으면 세상의 아름다운 경치가 모두 마음속으로 들어오고, 눈앞의 기미를 깨달으면 천고의 빼어난 영웅도 모두 손아귀에 들어온다. 세상 모든 만물의 깊은 속뜻을 바로 알고 깨달으면 세상 어디를 가든지 걸릴 것이 없다. 인간의 흥망성쇠가 모두 하루아침에 물거품과 같은 것임을 간파하게 되니 세상의 것들, 그 어디에 마음을 두겠는가? 다만 영원히 변치 않는 만고의 진리만이 가슴속에 그득할 뿐이다. 237. 인생은 티끌 속의 티끌이며 이 몸도 한낱 물거품이다 산하와 대지도 일개 작은 티끌에 불과한데 하물며 티끌 속의 티끌이야 말해 무엇 하겠는가? 피와 살로 지어진 몸뚱이도 물거품과 그림자에 불과한데 하물며 그림자 밖의 그림자야 말해 무엇 하겠는가? 최고의 지혜가 아니면 마음으로 밝게 깨우치지 못한다. 사람은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간다. 흙은 무엇인가? 아주 작고 미세한 먼지와 티끌일 뿐이다. 거대한 산도 그런 작은 먼지와 티끌의 집합체인데 인간의 인생이야 어디에다 견줄 수가 있으랴. 또한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피와 살도 결국 흙의 일부분일 따름인데 헛된 부귀공명을 들먹여 무엇 하랴. 밖의 그림자에 미혹되지 말고 안의 실상에 정신을 집중하라. 238. 달팽이의 뿔 위에서 싸움을 한들 그 세계가 얼마나 크랴 부싯돌의 불빛 속에서 길고 짧음을 다툰들 그 세월이 얼마나 되며, 달팽이 뿔 위에서 자웅을 겨룬들 그 세계가 얼마나 크겠는가? 끝을 알 수 없는 넓고 광활한 우주에 비하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은 미미하고 좁은 땅덩어리일 뿐이다. 그 속에 한 개의 작은 점보다도 더 보잘것없는 우리 존재는 차라리 가엾기까지 하다. 그런데 그렇게 작은 존재들이 서로 다투고 미워하고 시기하고 싸운다고 생각하면 그 얼마나 우스운 모습일 것인가? 239. 몸이 마른나무 같고 마음이 식은 재 같으면 안 된다 꺼져가는 등잔에는 불꽃이 없고 떨어진 가죽옷에는 온기가 없으니 모두 처량하기 작이 없는 풍경이며, 몸이 마치 마른 나무와 같고 마음이 식은 재와 같으면 적막에 떨어지는 것을 면하지 못한다. 등불은 불꽃이 있어야만 등불로서의 소명을 다하고 가죽옷은 사람의 몸을 따뜻하게 보호해야 그 가치가 있다. 그런데 싸늘한 등에 다 해진 가죽옷이라면 검소함이 너무 지나쳐 처량하고 궁상맞게 보인다. 때로 넉넉한 마음으로 베풀고 포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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