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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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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안한 것보다 못한 부탁
작성자 이차희 등록일 13.09.30 조회수 192

안한 것보다 못한 부탁

  선조 때의 이조판서인 이후백은 하찮은 벼슬이라도 사람의 됨됨이를 알아본 후에 조심해서 썼으며, 아무리 권력 있는 사람의 청탁이라도 들어주지 않기로 유명했다.

  뿐만 아니라 자기 손을 거쳐 임명된 벼슬아치가 잘못을 저지른다든지 합당하지 않은 사람을 그 자리에 앉혔다고 여겨지면 밤을 꼬박 새우면서, 자기가 나라의 일을 그르치고 있다고 한탄했다.

  그러다 보니 누구도 이후백에게 감히 청을 넣어 벼슬을 하려고 하거나 분수에 맞지 않는 좋은 자리를 탐내는 자가 없었다.

  하루는 이후백의 친척이 찾아와서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넌지시 부탁했다. 그의 성미를 모른 바가 아니지만, 친척이니까 보아주지 않으랴 생각한 것이다.

  가만히 듣고 난 이후백은 작은 책을 한 권 꺼내어 펼치며 말했다.

  “이것은 내가 앞으로 임금님께 벼슬을 천거할 만한 사람의 이름을 적어 놓은 책이요. 여기에는 분명히 당신 이름도 적혀 있소이다. 그런데 이제 보니 당신은 벼슬 부탁이나 하고 돌아다니는 사람이었군요. 내가 이 자리에 있는 이상 그런 인물인 줄 알면서 어찌 벼슬을 천거할 수 있겠소. 안됐지만, 당신 이름을 지워 버려야 되겠소이다.”

  이후백은 이렇게 말하고, 붓을 들어 그 사람의 이름을 지워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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