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추운 겨울날, 화물차 짐칸에 실려서 서로의 체온과 담요로 추위를 참아내면서 '나'와 우리 가족은 부천시 원미동 23통에 있는 연립주택으로 이사를 갔다.
원미동엔 비슷비슷한 처지의 사람들끼리 바둥대며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다.
우리 동네 지주(地主)라고 불리우는 강 노인은 시가 몇 억짜리 땅에 한사코 푸성귀 따위나 가꾸겠다고 고집하는 통에 고흥댁과 박씨는 온갖 감언이설을 다 늘어놓지만 허사이다. 결국 강 노인은 큰아들 용규에게 빚을 준 동네 사람 여덟 명의 빚 독촉에 팔고 만다.
몽달씨(氏)라는 별명을 가진, 약간 돈 원미동 시인도 이 곳에 산다. 그는 동네 사람들의 무시를 받아가며 김 반장 가게에서 일곱 살짜리와 노닥거리며 지낸다. 그러다가 하루는 밤에 깡패를 만나 물씬 두들겨 맞는다. 김 반장은 오히려 그를 쫓아낸다. 이런 김 반장의 행동을 모두 엿본 일곱 살짜리 아이는 큰 소리로 동네 사람들을 부른다. 그러자 지물포점의 주씨(氏)가 모든 걸 해결해 준다.
은혜네는 이사 간 지 얼마 안 되어서 천정과 벽에 습기가 배어 물이 흐르고 작은방의 난방 파이프가 터져 버리는 바람에 정신이 없다. 그런데다 이번에는 목욕탕 사건이 터지는 통에 연탄 가게와 지물포를 겸한 주씨(氏)에게 일을 맡긴다. 주씨(氏)가 이것저것 다 고친다지만 전문가가 아니라고 트집을 잡으며 공사비 바가지를 씌울까 봐 아내는 조바심을 낸다. 그러나 주씨(氏)는 18만원이라는 견적 보다 훨씬 적은 7만원을 받고 공사를 한다. 써비스로 옥상 공사까지 해 주며 오히려 미안해 한다. 일이 끝난 후 주씨와 술을 마시며 주씨 자신의 고생담을 듣게 된다. 또, 가리봉동을 비 오는 날마다 간다는 말도 듣는다.
행복 사진관을 하는 엄씨(氏)는 한강 인삼찻집을 하는 30대 여자와 바람이 났는데, 남편의 외도를 안 부인이 인삼찻집 여자와 대통 싸움을 하는 통에 바람피운 것이 들통난 엄씨(氏)는 동네 사람들에게 놀림을 받게 된다. 하지만 엄씨는 인삼찾집 여자에 대해 미안함과 동정심을 갖는다. 결국 인삼찻집 여자는 동네 사람들의 눈총에 못이겨 힘들게 낸 찻집을 떠나고 그 자리에는 경자 친구가 하게 될 화장품 할인 코너가 들어선다.
경호네는 연탄 주문, 쌀 배달 등으로 알뜰히 살아 김포 슈퍼까지 내게 되자, 김 반장의 형제 슈퍼와 출혈 경쟁이 붙는 바람에 헐값에 물건을 살 수 있게 된 동네 사람들만 신바람이난다.
그런 와중에 김포 슈퍼와 형제 슈퍼 사이에 싱싱 청과물점이 생겨 부식 일체와 완주 김까지 팔았다. 이것을 알게 된 경호네와 김 반장은 휴전을 맺고 힘을 합쳐 싱싱 청과물의 수입을 막아 버린다. 약이 오른 싱싱 청과물은 김 반장에게 대들어 싸움이 붙지만 김 반장에게 물씬 얻어맞는다. 이 싸움으로 김 반장은 신임을 잃어 동네 사람들의 미움만 산다.
연립주택의 지하실 생활을 하는 우리 가족은 용변 보는 일에 눈치를 보느라 힘들어 한다. 주인집 화장실 사용이 쉽지 않아서 그 동안 남의 집 신세를 져 가며 그럭저럭 해결해 왔다. 그런데, 이집 저집에서 문단속을 하기 시작하는 바람에 더욱 난처해진 '나'는 주인집을 잔뜩 원망한다. 하지만 주인집 여자는 유부남을 끌어들여 사는 처지라서 문을 함부로 열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그런 그녀를 오히려 동정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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