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잡는 법 가르치는 ‘단양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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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단양고 | 등록일 | 20.11.24 | 조회수 | 2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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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잡는 법 가르치는 ‘단양고’[고교 탐방기] ① 단양고등학교 기사입력 : 2020.11.20 21:30 교육 현장이 바뀌고 있다. 정해진 시간표가 아니라 학생이 직접 자기가 들을 과목을 선택해 수업을 듣는다. 칠판에 밑줄 그어진 내용을 그대로 받아쓰는 것이 아니라 서로 토론하고 발표하며 이해의 폭을 넓힌다. 창의력과 자율성이 중요시되는 4차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는 것과 함께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변화다. 학생들은 이런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교사에게 힘든 점은 없을까? <중부저널>은 치열한 대학 입시 경쟁 속 매일 새로운 도전과 변화를 시도 중인 충청북도 지역의 고교 현장을 돌아보며 고등교육의 더 나은 미래를 모색한다. (편집자 주)
“생각하는 방법을 가르쳐야지, 생각한 것을 가르치면 안 된다.”
독일 건축역사학자 코넬리우스 그루리트(Cornelius Gurlitt, 1850–1938)가 남긴 말이다. 한 개인이 스스로 독립해 주체적으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함에 교육 목적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비슷한 속담으로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야지, 물고기를 줘서는 안 된다”는 말도 있다. 치열한 대학 입시 경쟁에서 정답만 찾는 틀에 박힌 교육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교육 현장을 조성하는 곳이 있다. 충북 단양고등학교다.
1969년 개교한 단양고등학교는 7년 전 농·산촌 학교의 열악한 교육 환경을 개선하는 목적으로 자율형 공립고로 지정됐다. 그 뒤 학생 중심의 맞춤형 교육과정 운영으로 개편하고 학생들끼리 직접 학생자치회와 동아리 활동, 방과 후 활동 등을 이끌어가는 등 다양한 변화를 모색 중이다. 지난해에는 학생이 과목을 선택해 수업을 듣는 ’고교 학점제 연구학교 사업‘에 선정됐다. 지역의 작은 학교지만 변화와 혁신을 거듭하는 동시에 대부분 학생이 자신이 원하는 대학, 학과에 진학하고 있어 학생과 학부모 만족 또한 높다.
“선생님은 ’자문위원‘일 뿐”
지난 11일 단양고등학교에서 만난 이우석(15) 군은 99% 학교생활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유는 ’자율성‘이다. 스피치 강사로서 남들 앞에 서서 말하기 힘들어하는 사람을 돕는 꿈을 가진 그는 “올해 코로나 때문에 많은 활동을 하기는 어려웠지만, 학교 행사부터 수업 참여까지 전반적으로 학생들끼리 주도해나가는 것이 좋았다”고 말했다.
이 군은 학생자치회 1학년 대표로 일주일에 한 번 이상 회의에 참여한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상황이 계속되며 기존에 계획되어 있던 체육대회를 대체할 프로그램을 기획 중이다. 그는 단양고등학교에서 교사는 ’자문위원‘역할 정도라고 했다. 학생들끼리 토론하고 어떤 의견을 모아서 가져가면 교사는 검토한 뒤 도움을 주는 존재지, 일방적으로 시키고 결단하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렇듯 규칙이나 행사 등 학교 전반적인 사항은 각 부서 부장과 차장, 학년 장, 실장, 부실장 등이 학생들을 대표해 직접 결정한다.
단양고 학생회장 장은규(18) 군 역시 스스로 주도해나가는 학교 문화 덕분에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소통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교사가 장래희망인데 프로그램 기획부터 회의까지 직접 해나가면 자연스럽게 교사로서 역량이 쌓인다”며 학생자치회에서 배울 점이 정말 많다고 덧붙였다.
동아리 역시 학생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진로가 비슷한 학생들이 모여 동아리 개설 신청을 한 뒤 동아리 설명회에서 홍보를 통해 인원을 모집한다. 이후 동아리 체험학습, 축제 부스 운영, 학년 말 동아리 평가회에 이르기까지 학생들이 직접 주도해가며 배움과 성장의 피날레를 맞이한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스스로 자신이 선택한 활동의 목적과 동기를 찾고 스스로 역할을 인지하게 된다. 예비 교사 동아리 ’T-WORLD‘에서 부장을 맡고 있는 이채린(17) 학생은 “올해는 코로나19로 동아리 간 교류나 초등학생 상대로 하는 교육 봉사 등을 하지 못해 아쉬움이 있지만, 같은 목표를 가진 친구들끼리 모여 다양한 활동을 기획해보는 것 자체가 미래에 내 진로를 찾아감에 있어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단양고에서 학생들로부터 꾸준한 인기로 매년 활동해 온 동아리로는 교대‧사범대 지망생의 예비 교사 동아리 ‘T-WORLD’, 생명과학실험 동아리 ‘ATP’, 나눔과 봉사활동 실천 동아리 ‘몸짓다솜’ 등이 있으며, 3D프린터‧공학 탐구동아리인 ‘공블리’, 역사탐구 동아리인 ‘하이스토리’, 교내 점심시간 라디오를 진행하는 ‘또바기’ 등 특색 있는 활동으로 주목받고 있는 신설 동아리도 있다.
방과 후 수업도 학생들이 주도해 모둠 구성과 학습이 진행된다. 진로목표가 비슷한 학생들이 모여 탐구 활동 주제를 정하고 지도교사를 직접 섭외해 작품이나 보고서 형식으로 결과물을 완성한다. 올해 1학기에는 ‘3D프린터와 아두이노를 활용한 ECO 화물선 제작’, ‘정신 질병에 대한 지역사회 복지’, ‘코로나19와 관련한 병리학 연구’ 외 36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단양고등학교는 학생 중심 맞춤형 방과 후 프로그램을 운영해 2019년 교육부 주관 ‘제11회 방과 후 학교’에서 최우수상(교육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보이지 않는 교사들의 ‘땀방울’
이러한 단양고등학교의 학습 문화 뒤에는 교사들의 보이지 않는 ‘땀방울’이 있다. 지난해 ‘고교 학점제’가 도입되며 학생이 듣고 싶은 과목에 맞춰 과목 수를 늘리고 주제별로 다른 교과목과 연계해서 융합형 수업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단양고등학교에서 3년째 근무하는 중인 교육과정 부장 최순희(35) 교사는 “14명 이상 학생이 신청하면 수업이 개설되는 자체 기준을 마련했지만 이에 국한하지 않고 방과 후 수업까지 마련하며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수학 1, 수학 2, 미적분 등 기본 교과목을 모든 학생이 배웠다면 이제는 경제 수학, 미적분, 확률과 통계, 수학 과제 탐구 등 교과목이 더 세분화했다”며 “교사들의 보이지 않는 희생이 많다”고 말했다.
단양고는 오랫동안 자율형 공립고로서 ‘진로별 교육과정 마스터 인증제’ 등 학생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수업 방식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고교 학점제’로 인한 어려움은 인근 학교에 비해 크지 않다. 단양고에서 시행하는 ‘진로별 교육과정 마스터 인증제’는 교육과정 이수에 관한 ‘학위’ 인증의 개념이다. 진로별 전공 관련 선택과목을 5개 이상 이수하고, 학년별로 독서 활동‧학년별 특색활동‧프로젝트 연구 활동 등 비교과 활동을 일정 기준 이상 이수한 경우 ‘사회 계열 교육과정 마스터’, ‘공학 계열 교육과정 마스터’ 등 인증을 부여한다. 교사는 학생이 이 과정을 이수할 수 있도록 조력자 역할을 하며 이러한 활동을 토대로 학생 생활기록부를 작성한다. ‘진로별 교육과정 마스터 인증’은 단양고등학교의 주요 프로그램들을 체계적으로 통섭해 학생 맞춤형 교육과정을 제시한 점에서 변화하는 대입 제도와 고교 환경 변화에 성공적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단양고등학교 이정도 교장은 “잘하는 학생만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한 학생도 포기하지 않는 것이 ‘진정한 교육’인데 우리 교육자 개개인이 그러고 있는지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학생들의 능동적 참여가 요구되다 보니 신체적, 사회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학생은 소외될 수 있는데, 이러한 학생까지 돌보며 진로를 찾아주기 위해 교사가 더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사교육 시장도 거기 근무하는 노동자가 있기에 법으로 무작정 억압할 수는 없다”며 “각 학교와 지방 정부가 함께 고민하며 공교육 활성화에 초점을 맞춰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무지개다리 교육과정 박람회’ 또한 학생 주도‧학생 중심의 맞춤형 진로 설계 지원 프로그램으로서 여러 학교의 모델이 되고 있다. 진로별 교육과정을 ‘인문, 사회, 교육, 자연, 공학, 의약, 예체능’의 7개 분야로 분류하고, 선발된 ‘학생 교육과정 마스터 리더’가 선택과목, 학교 교육과정, 주요 프로그램, 선배들의 입시 결과와 사례 등을 학습한다. 이후 교육과정 박람회에서 분야별로 모인 학생들에게 학습한 내용을 안내하고 질의‧응답, 학과별 과목 선택 실습 등을 진행한다. 이 과정 역시 학생이 중심이며 스스로 자신에게 맞는 교육과정을 탐색하게 된다.
‘농어촌 특별전형’이 역차별?
계층 사다리 역할을 하는 교육이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서 각종 불공정 논란을 낳고 있다. 특히 학생부 종합 전형이나 내신을 중점적으로 보는 수시보다 수능 점수로 대학을 지원하는 정시가 공정하다는 여론이 거세지며 문재인 정부 역시 40%까지 정시를 확대하겠다는 교육 기조를 내세웠다. 지역 간 발생하는 교육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고자 기회균형선발 전형 확대 계획도 발표했지만, 수도권 학생들에게는 ‘역차별’이라는 이야기 역시 곳곳에서 들린다. 이런 논란을 의식했는지 수도권 대학은 기회균형 선발에 더 소극적이다. 대학정보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비수도권 대학의 기회균형 선발 비율은 13.1%였지만, 수도권 대학은 9.4%에 불과했다. 서울 주요 15개 대학은 평균 10%에도 못 미쳤다. 수시로 대학가는 비율이 82%이며 농어촌 특별전형 혜택도 받을 수 있는 단양고등학교 학생과 교사는 이에 관해 어떻게 생각할까.
“농어촌 특별전형이 ‘역차별’로 느껴질 수는 있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여기 와서 살면 되지 않나요? 부모의 사회 경제적 배경이나 주변 환경을 무시한 채로 수시나 농어촌을 아예 배제하자는 것이 차별 아닌가요?”
단양고등학교 이우석(15) 군은 “서울에서 살다가 4년 전 할머니가 편찮으셔서 단양으로 오게 됐는데 교육 격차가 확실히 존재한다”며 “학원, 문화 시설 등 주변 환경이나 부모의 경제력 등이 아무래도 뒤처질 수밖에 없는데 이를 해결해 주는 보완책 중 하나가 ‘농어촌 특별전형’”이라 말했다. 그는 “앞으로 우리 사회가 가져야 할 교육적 태도는 사교육에 의존하고 무조건 점수에 집착하기보다 어릴수록 뛰어놀며 더 많은 경험을 쌓는 것”이라며 “경쟁 속에서 각박하게 굴러가는 서울보다 자연 속에서 서로 협동하고 체험하는 다양한 기회가 열린 단양에서 착한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는 지금이 훨씬 좋다”고 덧붙였다.
단양고등학교 최순희(35) 교사는 농어촌이라 해서 절대로 실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이 아니라고 답했다. 아이들이 가진 잠재력을 단순히 수업 시간에 앉아서 교사가 하라는 대로 수행한 과제 점수로 평가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단양고등학교에 근무하며 깜짝 놀란 게 모든 프로그램을 스스로 기획하고 예산 관리까지 하는 등 타지 학생보다 모든 활동에 적극적”이라며 그런 수행 능력을 객관적 점수로 어떻게 환산할 수 있냐고 반문했다.
이정도 교장 역시 “수능 점수만 가지고 공정을 얘기하는 건 굉장히 피상적인 논쟁”이라며 “학생들을 천편일률적으로 줄 세워 ‘공정’을 이야기하는 것은 진정한 공정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정시가 공정하다고 그것만 확대하자는 얘기는 지역이나 소득 등 불공정한 외부 환경을 외면한 채 오히려 사교육 시장을 부추기고 개천에서 용 나는 것을 가로막는 진정한 불공정”이라며 “정시, 수시 둘 다 비중을 둔 이원화한 입시 정책은 학생도, 교육자도 피로도가 많아서 오래갈 수 없다”고 덧붙였다.
단양고등학교는 현재 고교 학점제 정책 연구학교 2년 차를 보내고 있다. ‘모두가 함께하는 교육과정’, ‘모든 학생에게 맞춤형인 교육과정’, ‘모든 프로그램이 유기적인 교육과정’ 등 3가지를 연구과제로 설정했다. 이에 따라 수학 과제 탐구, 융합과학탐구 등 새로운 과목 신설하고 신청 인원이 적은 과목 운영을 확대하며 세명대-단양고 협력 교육과정 운영 등의 노력을 통해 학생들의 다양한 수요를 교육과정에서 소화할 수 있는 농어촌 고교의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학생의 성장, 교사의 성장, 학교의 성장을 이루기 위한 단양고등학교의 행복한 걸음이 기대된다.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695200)에도 실립니다. <중부저널>은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naver.com] <저작권자ⓒ중부저널 & www.jbjn.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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