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한국사 시간에 윤봉길 의사의 도시락 폭탄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독립투사인 윤봉길 의사의 도시락 폭탄은 일본인 장교들을 향해 날아가 그들의 목숨을 앗아가고, 또 다치게 했다. 우리 대한민국 민족이 볼 때 윤봉길 의사의 용기 있는 행동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위대한 업적이며, 우리 역사에 길이 남을 대단한 일이다. 그런데 일본인들이 볼 때 윤봉길 의사는 어떤 사람일까? 그는 반일운동가이자 테러리스트, 자기 나라의 고위 간부들을 죽인 살인마였을 것이다. 이 모습을 보았을 때 어나니머스를 조금 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어나니머스는 ‘지식은 자유로워야 한다.’라는 신념을 가지고 아나키즘과 정보의 자유를 표방함과 동시에 정보를 탄압하는 정부나 고위층에 대한 반대, 인터넷상의 자유와 사회정의, 그리고 법의 투명성을 주장하고 있는 전 세계적인 해커 그룹이다. 이 외에도 사회의 정의를 표방하며,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성별, 인종, 성적 지향 등에 대한 차별등과도 맞서 싸우기도 한다는 면만 보면 더할 나위 없이 이롭고 정의로운 집단이다.

어나니머스는 부정을 저지르고 올바른 행동을 막은 기업들을 해킹하여 벌주고 사회에 알렸다. 대표적인 예를 들어, 페이팔, 비자, 마스터카드가 익명의 정보 제공자가 제공하거나 자체적으로 수집한 사적 정보 또는 비밀, 미공개 정보를 공개하는 국제적인 비영리기관인 위키리스크에 대한 투자를 막자 사이트를 8시간 이상 마비시키며 한화로 수십억 원의 피해를 입힌 사례가 있다.

그런데 어나니머스의 다양한 활동과 모습을 자세히 생각해 보자면 어나니머스의 행동은 모순되고, 옳지 못한 점도 많이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나니머스가 미국의 정보국이 중국의 파일 공유 사이트에서 불법 공유가 많이 일어난다며 그 사이트를 폐쇄했을 때 미국 정보국에 디도스 공격을 하는 등 미국의 안보에 큰 영향을 줄 뻔 한 적이 있다. 또 소니를 해킹하던 중 무고한 세계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를 수백만 건을 노출시켜 사람들의 비판을 받았던 적도 있다.

그들은 지식은 자유로워야 한다는 이름하에 정치적으로 높은 사람들의 정보를 해킹하고, 그 정보를 사람들에게 공개하는 등 개개인의 사생활을 침해 한다는 점에서 문제를 찾을 수 있다. 해킹이라는 행동만으로도 불법적인 행동일 뿐 아니라 처벌받아야 할 문제임에도 그들은 자신들이 옳은 것이라 판단하여 자랑스럽게 말한다. 물론 그들의 업적이 쓸모없고 무의미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이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하는 행동인 해킹은 어떤 목적이든, 어떤 의도를 가지고 했던지간에 정당화 될 수 없는 행동이다. 어나니머스는 그들의 행동에 앞서 무고한 사람들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객관적으로 정당화 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한다.

어나니머스는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실제로도 여러 사례를 보여주는 집단이지만, 불법적이고 옳지 못한 방법으로 정의를 실현하려 하고, 무고한 사람들에게도 피해를 주며, 민간인들을 감시하고, 그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고 반대된다고 생각하는 집단들까지 공격을 하는 모습을 보인다.

우리가 어나니머스가 제공하는 정보를 그대로 믿고 판단한다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까? 첫 번째로 잘못된 정보의식을 가질 수 있다. 그들이 자신들에게 맞게 정보를 왜곡하거나 허위사실을 말 할 경우에 우리는 그것들을 그대로 믿고 옳은 일을 한 사람들을 욕할 수 도 있다는 것이다. 둘째로 정보의 권력화이다. 어나니머스는 현재 사회적 위치 등을 보았을 때 매우 높은 위치에서 사람들을 내려다 볼 정도의 집단이다. 실제로 어나니머스는 미국 신문사들이 뽑은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위에 뽑혔을 정도로 엄청난 집단이다. 이런 집단이 마음먹고 세계 각국의 정부를 해킹하면 어떻게 될까? 그들은 자신들의 정보를 가지고 할 수 없는 일이 없을 것이다. 그들이 언제까지나 옳은 행동을 한다고 할 수 없는 것이고, 그들이 민간인들에게 피해를 준 일들도 많다는 것이다.

이러한 모습들을 볼 때 어나니머스는 사회적으로 정당하지 못한 집단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