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나니머스는 ‘익명인’이라는 뜻의 인터넷 해커 집단을 의미한다. 해킹을 주요한 투쟁수단으로 이용하며, 자신들의 의사에 반하는 사회와 국가, 기업 등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 해커(Hacker)와 운동가(Rctivist)를 합성한 핵티비스트(Hacktivist)로 불리며, 사이트 마비보다는 정보를 유출하여 폭로하는 행위에 더 열중한다. 지난 2012년 미국중앙정보국(CIA)와 인터폴의 공조 수사로 스페인,아르헨티나 등 유럽, 남미 15개 도시에서 어나니머스로 추정되는 용의자 20여명이 체포되기도 하였으나, 철저한 익명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이들을 검거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구나 일부에서는 이러한 어나니머스의 활동에 관해 적극적으로 지지를 표하는 이들도 나타나고 있다. 권력이 정보를 독점하고 악용하는 현 시대에 하나의 대안으로 자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나니머스는 과연 정의로운 집단인가.

어나니머스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IS와의 사이버 전쟁 선포, 멕시코 갱단 사건, 정부의 언론플레이를 막으려고 하는 등 이러한 단면만을 보고 그들은 정의롭다 외치고 있다. 하지만 어나니머스는 게임 개조 프로그램을 공개한 유저를 고소한 소니를 해킹하거나 만우절 기념이라고 deadmau5 트위터를 터는 등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만행을 저질렀다. 결국 어나니머스는 자신의 생각에 따라 행동하는 블랙해커 집단일 뿐이다.

어나니머스는 정보권력의 독점을 막기위해 해킹을 한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정의를 위해 싸우고 있다고 하는 셈이다. 하지만 합법적인 언론기관과는 달리 어나니머스는 폐쇄적이다. 정의에 관한 논의가 자체 내에서 이루어 질 수밖에 부재할 수도 있다. 또 정의에 대한 개념이 부족할 수도 있다. 반면 언론기관의 경우 언론기관 내에서 반대자 팀을 만들어 기자들 간의 열띤 토론을 진행한다. 즉 폭로보다는 무엇이 정의인가에 대해 논의하는 과정이 있다. 또한 정보기관의 정보를 무작정 해킹하는 행위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국가는 국가안보를 위해 개인의 알권리를 제한해야만 하기 때문에 그런 정보가 밖으로 새어나가게 된다면 국가안보에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나니머스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사람들은 그들이 민주사회의 알 권리를 되찾아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들이 옳지 못한 방법으로 권리를 되찾는 것은 말도 안 된다. 4.19혁명의 경우 옳지 못한 방법이 아닌 저항권이라는 국민의 권리 행사로 권리를 되찾은 사례이다. 또한 저항권의 경우 개인이나 단체 단위의 권리 행사는 불법으로 간주한다. 왜냐하면 저항권 자체가 국민의 보편적 의지를 존중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나니머스라는 단체 단위의 권리구제 행사는 저항권에 해당하지 않는다. 또한 우리나라는 시민의 권리구제를 위해 헌법소원제도, 정보공개 청구권 등의 각종 제도를 두고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물론 위의 제도에서 권리구제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해킹단체의 해킹으로 권리를 구제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독수독과의 원칙에 따라 불법적으로 얻은 정보는 조작의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공론의 장에 불법적으로 취득한 정보가 나돈다면 오히려 국민의 판단을 흐리게 할 것이다.

해킹은 사회의 혼란과 질서를 어지럽히는 범죄이다. 거창한 정치적, 윤리적 이유를 들고 있지만, 실체 없는 어나니머스를 영웅시 하는 것은 옳지 못한 생각이다. 법에서 일탈한 일종의 테러 점조직으로 보아야 한다. 우리는 그들이 누군지도 모르고, 알려져 있지도 않다. 때문에 더 큰 범죄를 야기할 수 있다. 정의가 부패할 때 악이 득세하는 것과 같다고 보아야 한다. 어나니머스를 통해 유출되는 정보들이 모두 신뢰된 자료라고 하기엔 억지가 있으며, 대중이 평소 믿고 있던 정보와 확연히 차이가 난다면 그 자료의 신빙성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또한 어나니머스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테러라고 주장하지만 사회적 약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어나니머스는 절대로 정의로운 집단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