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몰아내는 동지팥죽, 왜 동짓날 팥죽을 쑤어 먹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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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소초 | 등록일 | 08.07.24 | 조회수 | 50 |
곡물의 일종인 팥은 한자로 적두(赤豆)라고 한 다. 팥죽을 적두죽(赤豆粥)이라고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이와 같은 순우리말과 한자어 대응관계에서 주목을 요하는 대목은 팥이 적색(赤 色)으로 인식되었다는 사실이다. 동아시아 문화권 저변을 관통하는 음양오행설(陰陽五行說)에 의하면, 적색은 방 향으로는 남(南), 계절로는 여름이다. 그러니 적색은 음(陰)에 맞서는 양(陽)이다. 음양오행설은 방향별로 그곳을 주관하는 제왕(帝王)을 만들어 내고, 그들의 마 스코트까지도 만들어 낸다. 이에 따르면 남방은 적제(赤帝)가 관장하며 그를 보좌하 는 동물은 주작(朱雀)이었다. 주작은 봉황(鳳凰)의 일종이다. 적(赤)과 주(朱)는 통 용됐다. 동아시아 전통사회에서 궁성(宮城)으로 통하는 여러 문 중에서도 남쪽에다 정문 (正門)을 만들어 놓고, 그 이름으로 주작문(朱雀門)을 애용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궁성 제일 안쪽인 북쪽에는 왕비(음)가 거주하는 북궁(北宮)이 자리잡는다. 조선왕조 정궁인 경복궁 또한 정문은 광화문(光化門)이라고 해서, 굳이 빛 광( 光)자를 쓴 까닭은 그것이 태양과 통하는 남쪽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음양오행설, 특히 그 중에서도 음양설(陰陽說)에 의하면, 음과 양은 서로가 꺼 리는 상극(相剋)이기도 하면서, 상생(上生)해야 할 존재이기도 하다. 음과 양의 상생이라는 측면을 가장 잘 보여주는 대목이 낮이 가장 길어 양기(陽 氣)가 가장 강한 날로 인식된 하지(夏至)에는 음신(陰神)의 대표주자인 지기(地祇= 지신< 地神 >)를 제사한 반면, 밤이 가장 길어 음기(陰氣)가 최극점에 도달한다는 동 지(冬至)에는 거꾸로 양신(陽神)의 최고신격인 천신(天神)을 제사했다는 사실이다. 음으로써 양을 맞이하며, 양으로써 음을 맞이한다는 발상에서 비롯된 전통이다. 이런 음양설이 더욱 발전되면, 요상하기 짝이 없는 전통을 낳기도 하는데, 남성 인 천신은 당연히 여성을 좋아하게 되므로, 그것을 제사할 때 제단은 움푹 판다. 움 푹 판 제단은 말할 것도 없이 여성의 성기를 상징한다. 반대로 음신을 제사할 때는 제단을 우뚝 높이기도 했다. 우뚝 솟은 제단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불문가지다. 이는 엄연히 전한(前漢) 시대 사마천이 쓴 사기(史記)에 벌써 보이는 내용이다. 왜 하고 많은 날 중에 음기가 가장 강하다는 동짓날에 붉은 곡물의 대명사인 팥 을 이용한 죽을 쑤어 먹는가에 대한 답변도 자연 이런 음양설에서 찾아낼 수 있다. 조선후기 때 인물인 김매순(金邁淳)이 쓴 열양세시기(冽陽歲時記)라는 문헌 중 11월 동지(冬至) 항에는 이날 조선사람들이 팥죽을 쑤어 먹는 습속을 소개하면서 " 팥죽은 귀신을 몰아내는 의미를 담고 있으나 중국에서 비롯됐으니 전혀 우리 풍속이 아니므로 자세한 내용을 기록하지 아니한다"고 하고 있다. 그 유래에 대해서는 비슷한 시기에 완성된 홍석모(洪錫謨)의 동국세시기(東國歲 時記)에서 이미 지적된 바 있다. 홍석모는 여기에서 6세기초 양(梁)나라 때 종름이라는 사람이 쓴 형초(荊楚), 즉, 양쯔강 유역 일대 세시기인 형초세시기(荊楚歲時記)에 동지 팥죽 쑤어 먹기 습 속이 보이는 점을 근거로 "이로 볼 때 형(荊) 지방 풍속과 지금 (조선의) 풍속이 마 찬가지다"라고 하고 있다. 한데 형초세시기에 의하면 이런 습속은 다음과 같은 전설에서 비롯됐다. 즉, 공 공씨(共工氏)에게 못난 아들이 하나 있어, 그가 동짓날에 죽어 역질(疫疾) 귀신이 되었는데, 그 아들이 생전에 팥을 두려워했으므로 이날 팥죽을 쑤어 물리친다는 것 이다. 그뿐만 아니라 곡물 중에서도 유독 팥이 못된 귀신을 물리치는 주술력이 있다는 믿음은 형초세시기 이전에도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으며 그 이후에도 이런 신념은 그 칠 줄 몰랐다. 예컨대 중국 명대(明代)에 나온 이시진(李時珍)의 방대한 약학서인 본초강목(本草綱目) 권 제24 적소두(赤小豆=팥) 항목에도 팥이 갖는 이런 축귀(逐鬼) 의 기능이 특출나게 강조돼 있다. 이런 강남 지방 습속이 어느 무렵인가 한반도에도 침투했던 것이다. 팥 혹은 팥죽이 갖는 축귀의 기능을 가장 잘 보여주는 습속은 아마도 동짓날 팥 죽을 문짝에다 뿌리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그 기능에 대해서는 동국세시기에 "상 서롭지 못한 일을 제거한다"는 언급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그렇다면 왜 하필 동짓날 팥죽을 쑤어 먹는가? 동지는 1년 중 밤이 가장 길어 음기(陰氣)가 극성을 이루는 날로 간주됐다. 음 기를 대표하는 것은 귀신(鬼神), 특히 인간에 해를 주는 간악한 귀신이 있다. (귀신 이 대낮에 출몰했다는 소리는 들은 적이 없을 것이다.) 따라서 상극(相剋)이라는 측면에서 이런 음험(陰險)한 귀신들을 물리치기 위해 서는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존재를 내세워야 한다. 적색(赤色)은 그 자체 생명의 상징인 동시에 태양이 이글거리는 여름과 남방을 상징한다. 굳이 동짓날 붉은 팥이 간택되어 귀신을 축출하라는 명령을 받게 된 소이 가 여기에 있다. 아울러 음양의 상생(上生)이라는 면에서 동지는 음이 가장 강한 날이지만, 역으 로 양기가 서서히 회복되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따라서 양을 상징하는 팥과 팥죽으 로써 태양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는 의미도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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