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미면 재오개는 마을 이름도 되고 고개 이름도 된다. 어느날 재고개 밑을 지나가던 늙은 선비 한 사람이 외딴집을 보고 찾아가 냉수 한 그릇을 청했다. 아낙네가 나와 물을 떠 주었는데 그 부인이 잉태하고 있었으므로 산월을 물었다.
그리고 잠시 후에 그 집을 떠나면서 이르기를「아기를 낳게 되면 재오개의 정기와 금봉산의 기를 받아 범상치 않은 인물이 태어날 것이니 아무쪼록 조심해서 기르시오」했다. 그런데 그 노 선비는 고갯마루에 서더니 다시 한 번 주 변 산천을 살피고 나서 길게 한숨을 내쉬며 혼자말을 했다.「애석한지고 그 기운에 요절기가 있단 말이야 …」 그런지 얼마 후에 그 분이 몸을 풀었는데 재고개에서부터 산실까지 무지개가 이어 졌다. 그런데 보통 무지개색은 5색으로 보인다고 알고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그 한 가운데 검은 색을 띠고 있었다고 한다.
아기는 나면서부터 비범했다. 석달만에 말을 하고 세살짜리가 쌀 한짝을 들고 재주 도 비상해서 하나를 배우면 열을 알았다. 그러자 이런 소문이 그 인근 뿐만이 아니 라 원근에 까지 퍼져 가족이나 동리에서 장한 아이라고 칭찬이 자자했다. 이것이 관가에까지 알려져 조정에서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때마침 풍수지리에 능 한 지관이 충주를 살피고 간 후에 충주 땅에 왕의 기운이 있으니 조심해야 된다하 고 재오개땅에서 비상한 인물이 크고 있으니 재오개에다 혈을 질러야 할 것이라고 주장을 하였다. 조정에서는 명을 내려 철창대를 지르기에 이르렀는데 그때 그 철장 대를 지르던 사람은 피를 토하며 죽었고, 산천 초목이 시들더니 기어코 그 장사 아 이도 죽고 말았다.
이 장사 아이가 죽을때「내가 죽거든 나를 꼭 이 마을 동구에다 묻어 주세요」하고 유언을 했으므로 그에 따라 동구에다 묻었는데 그날부터 이 재 오개에는 이변이 일어났다. 바람이 불면 슬프고 원한에 찬 소리가 바람을 타고 원 근에 퍼지므로 지방민이 모두 애통해 했다고 한다. 이 소리는 아기장사가 요절한 원한의 소리라고해서 모두 모여 제단을 만들고 동제를 지내주었더니 그 후로 그 소 리가 멎었다.
그 다음해 이 아기장수를 묻었던 곳에서 한 느티나무가 싹이 트더니 무럭무럭 자랐다. 그 후 동민들은 이 나무에도 동제를 지내 주고 있는데 잎이 잘 돋고 못 돋고 하는 상황에 따라 해마다 풍작과 흉작을 점치고 있다는 것이다. 후세 사람들이 재주 있는 아기 장사가 다섯살때 죽었다는 뜻으로「재오개」라고 지 명을 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