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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학부모님께 드리는 선물 2
작성자 청주중앙중 등록일 15.04.09 조회수 157

독서광 김득신

 

명문 양반 가문에서 태어난 김득신(1604-1684)은 당시 사대부의 자식들보다 뒤늦은 10살이나 되어서야 겨우 글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한심할 정도로 공부를 못했다고 합니다. 배우고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기억의 소유자였던 것입니다. 과거에 급제한다는 꿈은커녕 까막눈이나 면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였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글공부를 포기하라고 할 정도였다니까 그의 노둔함이 어느 정도였는지 어렵지 않게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노둔함과 주변의 힐난과 멸시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의 특별한 방법으로 노력에 노력을 거듭했습니다. 그 특별한 방법이란 다른 사람이 몇 십 번 읽을 때 자신은 몇 백 번 혹은 몇 천 번을 읽고, 또 다른 사람이 몇 백 번을 읽으면 몇 만 번을 되풀이 해서 읽는 것이었습니다.

 

이와 같은 공부 방법을 통해 김득신은 비록 남보다 뒤늦은 나이인 59세였지만 과거에도 급제하고 또한 당대를 대표하는 명시인의 반열에도 올랐습니다.

 

그런데 김득신이 자신만의 공부 방법을 개발하고 꾸준히 노력하여 남부럽지 않은 학문적 성취와 명성을 얻을 수 있기까지, 그에게 끊임없이 자신감을 불어넣어준 숨은 공로자가 있었습니다. 그 사람은 김득신의 아버지 김치였습니다. 그는 자식의 노둔함을 나무라기보다는 오히려 꾸준히 성실하게 공부하는 자세를 남들에게 자랑했습니다. 또 과거는커녕 나이 스물이 다 되어 글을 지은 자식을 보고서도 꾸짖기보다는 꼭 과거를 보기 위해 공부를 하는 것은 아니니 더 노력하라는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렇듯 아버지의 변함없는 믿음과 지원 때문에 김득신은 자신감을 잃지 않고 더욱 학문에 매달릴 수 있었습니다. 학문에 재주가 없으니 글공부를 때려치우라는 주변 사람들의 끊임없는 힐난과 멸시 속에서도 김득신이 꿋꿋이 노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어릴 때부터 자신을 믿어주고 격려해 주면서 자신감을 심어준 아버지라는 존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김득신이 책에 미쳐있다는 소문을 들은 장모는 혼례식이 있던 날, 신방에 있는 책을 모두 치워버렸습니다. 책 때문에 첫날밤을 제대로 치르지 못할까 걱정했던 모양입니다. 그날 밤, 장모의 우려대로 신방에 든 김득신은 신부에게 관심도 두지않고 온 방을 뒤져 책을 찾았다고 합니다.천신만고 끝에 경대 밑에서 발견한 것은 책력(冊曆:양력과 음력 그리고 절기를 적어놓은 책. 일종의 달력)이었습니다. 밤새도록 읽고 또 읽기를 되풀이한 김득신은 "무슨 책이 이렇게 재미가 없느냐"고 했다 합니다.

 

김득신은 책을 천문학적인 숫자만큼 되풀이해서 읽는 독서법으로도 이름을 얻었지만, '안철지면(眼徹紙面)', 즉 눈빛이 종이를 꿰뚫을 정도로 정확하고 자세하게 책을 읽은 정독가로도 유명했습니다.

 

"재주가 남만 못하다고 스스로 한계를 짓지 말라. 나보다 어리석고 둔한 사람도 없겠지만 결국에는 이름이 있었다. 모든 것은 힘쓰는 데 달렸을 따름이다."

- 김득신이 스스로 지은 묘비명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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