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중앙중학교 로고이미지

자유게시판

RSS 페이스북 공유하기 트위터 공유하기 카카오톡 공유하기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네이버밴드 공유하기 프린트하기
2015 학부모님께 드리는 선물 1
작성자 청주중앙중 등록일 15.03.12 조회수 186

지나친 칭찬

 

한 살에 한글을 떼고 두 살에 천자문을 뗀 뒤 세 살에 미적분을 풀었다는 천재 소년 김웅용은 요즘 의정부 한 대학에서 수학과 물리학을 가르친다. 미국 나사(NASA)에 들어갔다 적응 못하고 돌아와 지방공기업에 취직한 그를 사람들은 '실패한 천재'라 불렀다. 오십 줄에 반백이 된 웅용은 어릴 때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이 "조국과 민족, 세계 평화를 위해 어떤 일을 하겠느냐"였다며 웃었다. 찬사와 기대가 만발했던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으냐는 질문엔 고개를 저었다. "노벨상을 타고 세계 명문대 교수가 되는 것이 과연 성공이냐"고 반문했다. 십대 두 아들에게도 "공부 잘하라"보다 "친구들과 어울려 재미있게 놀아라"는 말을 훨씬 많이 한다고 했다.

 

'칭찬 스티커'는 아이 키우는 집이면 으레 냉장고 벽에 붙은 필수품이다. 초등학교 교실 게시판에도 흔하다. 칭찬 스티커, 칭찬 통장이 교육 현장에 등장한 건 2002'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책이 서점가를 휩쓸면서다. 미국 샌디에이고 해양관에서 범고래 ''의 쇼를 보고 감동한 저자가 조련사에게서 들은 멋진 쇼의 비밀이 '칭찬'이었다. 조련사가 범고래 다루듯 선생님이 착한 일, 기특한 일을 한 학생에게 스티커를 나눠주기 시작했고 가장 많이 모은 아이에겐 상까지 줬다.

 

그런데 아이들은 고래와 다른 모양이다. 부모가 아이를 지나치게 칭찬하면 자기애(自己愛) 큰 이기주의자, 나르시스트로 자란다는 연구가 나왔다.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팀은 "너는 다른 아이보다 특별해"라는 칭찬이 아이 자존을 키워주는 게 아니라 '자아도취'로 엇나가게 한다고 경고했다. '칭찬의 역풍'이다.

 

어느 심리학자는 아이를 지나치게 칭찬하면 아이가 훌륭하지 않다는 게 언젠가 들통날까 봐 불안해 한다고 말한다. 자만에 빠져 노력하지 않고, 남의 시선과 평가를 의식해 쉽게 좌절한다고 했다. 교사들도 칭찬 스티커의 부작용을 말한다. 친구보다 스티커를 많이 받으려고 책을 한 번에 열 권씩 빌려 와 읽기도 한다.

 

옛사람들도 칭찬이 지나치면 독()이 된다고 일깨웠다. 실학자 이덕무는 '청장관전서'라는 책에 썼다. '아이에게 총명한 기운이 있으니 반드시 크게 성공할 것이라는 말을 해서는 안 된다. 그 말을 들은 아이는 방자하고 거리낌이 없어지며 악해질 것이다.' 비료를 지나치게 주면 꽃을 피우기도 전에 뿌리가 썩어 버린다는 뜻이다. 김웅용은 "아이가 좋아하고 행복해하는 게 뭔지 찾을 때까지 기다려주고 격려해 주면 된다"고 했다.

 

< 2015. 03. 12일자 조선일보 만물상에서 >

이전글 2015 학부모님께 드리는 선물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