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부시맨, 김성운 선생님을 칭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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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영웅 | 등록일 | 10.10.15 | 조회수 | 1042 |
며칠 전 문자 메시지 하나를 받았습니다. '점심 먹고, 산책 하실 분은 대나무숲으로 오세요.' 메시지를 보내신 분은 김성운 선생님입니다. 90년대에 크게 유행한 영화 '부시맨'을 닮았다고 하여 별명이 부시맨입니다.
그렇게 몇 분 선생님들과 7분짜리 숲길코스를 산책했던 기억이 참 좋아서 한층 쌀쌀해진 오늘 다시금 숲길에 들어 갔습니다. 길은 같았지만 찬 가을 바람에 떨어지는 낙엽소리와 마른잎이 부딪혀 내는 바스락 소리가 왠지 무서웠습니다. 보이지 않던 새 길이 있길래 들어섰다가 더욱 놀랐습니다. 막다른 길에 죽은 나무가 가지를 늘어뜨리고 있었고 낫과 삽이 덩그러니 세워져 있는 것이 꼭 연쇄살인범이 남긴 흔적같아 머리카락이 곤두서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다시 걸음을 돌려 한 바퀴 돌고 오니 한 무리의 학생들이 해맑게 웃으며 숲길을 오릅니다. 그 아이들이 좋아서 한 바퀴 또 따라 돕니다. '그런데 저기 저 앞에 있는 저 분은 누구지?' "부시맨! 아, 아니 김성운 선생님, 여기서 뭐하세요?" 송글송글 맺힌 땀을 닦으며 말씀하시더군요. 아이들이 숲에서 산책할 수 있게 길을 내고 있다고요. 손에는 아까 본 연쇄살인범의, 아니지, 그냥 그 삽과 낫이 들려 있고요.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담임선생님이 김성운 선생님이랍니다. 며칠 전 조회 시간에 추천해 주시길래 숲에 놀러 왔다고요. 그러고 보니 숲교실에서 숲으로 이어지는 길이 새로 생겼습니다. 아까 혼자 걸을 때처럼 쓸쓸한 산길이 아니라 아이들로 인해 생기있는 오솔길을 걷고 있었네요.
숲을 걸으며 즐거워하는 아이들과 숲길을 다듬는 선생님을 뒤로 하고 내려 오면서 보물을 발견한 느낌이 듭니다. 우리학교의 아름다운 풍경들-눈을 얹고도 꼿꼿한 대나무숲과 왕벚꽃, 능수벚꽃, 겹벚꽃으로 이어지는 낙화행렬, 노천 강당에 잔디가 올라오면 그 위를 굴러다니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한여름 내내 지지 않는 음악실 옆 화단의 할미꽃, 패랭이꽃, 별꽃, 오랑캐꽃, 수수꽃다리, 하늘매발톱꽃, 영산홍, 자산홍, 수국, 붓꽃, 옥잠화의 릴레이 개화, 그리고 붉다 못해 노랗게 자신을 태우는 목백합의 단풍-여기에 숲길을 하나 더 집어 넣어 제 보물상자가 더 풍성해졌습니다.
김성운 선생님은 정말 부시맨입니다. 콜라병 하나로 기발한 웃음을 선사한 것처럼 오늘 작은 배려로 이 숲길을 걸을 많은 이들이 행복할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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