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려고 한 과학 아닙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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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주재석 | 등록일 | 25.08.29 | 조회수 | 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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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려고 한 과학 아닙니다
아주 사소한 질문에서 출발한 세상을 바꿀 실험들 이창욱 저 | 어크로스 | 2025년 06월 23일
목차
프롤로그: 세상에는 진짜 웃긴 과학이 존재한다
PART 1: 이상하고 당황스러운 질문들 1 웜뱃은 왜 주사위 모양의 똥을 쌀까? 2 어떻게 하면 가장 맛있는 감자칩을 먹을 수 있을까? 3 벌에 어느 부위를 쏘이면 가장 아플까? 4 고양이는 액체일까, 고체일까? 5 성공하려면 운과 재능 중 무엇이 더 중요할까?
PART 2: 쓸모없어 보이는 과학의 쓸모 6 점균에게 전철 노선 설계를 맡겼더니 7 모든 말에는 의미가 있다, 욕설까지도 8 세상에서 가장 느린 98년짜리 실험 9 당신의 편견부터 닦아주는 똑똑한 변기 10 이그노벨상과 노벨상은 의외로 가깝다
에필로그: 이상한 호기심의 찬가
책소개
여기, 세상이 훌륭하다고 정의하는 기준과는 상관없이 자신이 궁금한 질문을 파헤치기 위해 뛰어든 과학자들이 있다. 똥과 오줌처럼 남들이 터부시하는 연구 소재부터, 자기 몸을 실험 대상으로 바치는 대범한 자세까지. 얼핏 보면 당황스럽기 그지없는 이 책에 등장하는 연구들은 우리가 지금까지 과학이라고 믿어온 기존의 틀을 조금씩 비틀며, 과학이란 대체 무엇인지, 쓸모없어 보이는 엉뚱한 질문이 어떻게 과학의 지형을 바꿔왔는지 깨닫게 한다. 과학계는 이 기발한 연구들에 ‘괴짜들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이그노벨상을 수여했다. 과학이 ‘왜?’라는 질문에서 시작된다면, 이 책은 그 질문이 얼마나 엉뚱하고 별나도 좋은지를 보여준다. [과학동아] 이창욱 기자가 들려주는 처음엔 웃음을 자아내지만, 곧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진짜 과학 이야기.
책 속으로
왜 대다수의 포유동물은 요도의 길이와 지름의 비율이 일정할까? 다르게 말하면, 왜 모두들 오줌 싸는 데 굳이 21초가 걸리도록 진화했을까? 후 교수는 이 미스터리가 동물의 생존과 관련 있으리라 추측했다. 외부의 포식자를 피하려면 가급적 오줌을 싸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짧을수록 좋을 것이다. 알다시피 용변을 보는 순간은 외부의 위협에 가장 취약한 때다(누군가 당신이 똥 싸는 순간에 공격한다 생각해보라. 그놈은 인간도 아니다). 오줌을 싸는 데 오랜 시간을 소모하면 포식자에게 발견되거나 공격받을 수 있는 시간도 그만큼 길어지는 셈이다. 재밌는 점은, 배뇨 시간을 엄청 짧게 줄인다고 해서 생존에 유리하진 않다는 사실이다. --- p.34~35 「1장 웜뱃은 왜 주사위 모양의 똥을 쌀까?」 중에서
‘소리 칩sonic chip’이란 이름으로 유명해진 스펜스 교수의 감자칩 연구는 실험 참가자들이 퍽 진지한 얼굴로 헤드폰을 끼고 감자칩을 씹는 모습으로 이그노벨상 위원회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더 중요한 의미는 인간이 느끼는 ‘맛’의 본질이 미각이나 후각에 국한되지 않음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미각(짭짤함, 기름의 맛)과 후각(고소한 감자칩 냄새)은 물론, 촉각(치아와 혀끝에 닿는 거칠한 느낌)과 청각(바삭!)까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어 합쳐질 때 최고의 감자칩 ‘맛 경험’이 탄생한다. 스펜스 교수는 내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당신 앞에 바삭한 감자칩과 눅눅한 감자칩이 놓여 있다고 상상해보세요. 무엇을 고를 건가요? (당연히 바삭한 감자칩이다.) 둘은 맛, 향, 기름기, 영양분 함량까지 똑같습니다. 딱 하나의 차이는 바삭거리는 소리예요. 소리에는 영양가가 없는데 왜 사람들은 바삭거리는 감자칩에 끌릴까요?” --- p.60 「2장 어떻게 하면 가장 맛있는 감자칩을 먹을 수 있을까?」 중에서
쏘는 곤충들이 지닌 독의 차이야말로 슈미트에게는 끝없는 탐구의 대상이었다. 과학 분야에서 독은 대개 의학이나 약리학의 관점에서 연구됐다. 즉, 독을 해독하고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혹은 독을 약품으로 쓸 수 있을 가능성은 없는지에 초점을 맞췄다는 뜻이다. 반면 슈미트는 곤충의 진화에서 독이 어떤 역할을 했을지 궁금해했다. 이를 알아보려면 침과 독의 두 가지 기본 성질인 ‘독성’과 ‘통증’을 분석해야 했다. 우선 중요한 점은, 사람들이 보통 대충 비슷하다고 여기는 두 성질이 완전히 별개라는 사실이다. ‘독성’은 어떤 화학물질이 생물에 손상을 끼치는 능력이며, ‘통증’은 생물이 느끼는 고통을 의미한다. --- p.72~73 「3장 벌에 어느 부위를 쏘이면 가장 아플까?」 중에서
인터넷에 ‘고양이 액체설’이 한창 떠돌던 2014년, 당시 프랑스 리옹대학교 물리학연구소의 연구원 마르크앙투안 파르딘은 이 논쟁을 그저 흥밋거리로만 여겼다. 하지만 유변학자였던 파르딘은 곧 실제로 고양이가 액체일 수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먼저, 대부분의 사람에게 생소할 유변학에 대해 소개하고 넘어가자. 유변학은 물질이 흐를 때 어떻게 변형되는지에 관해 연구하는 물리학의 하위 학문이다. ‘유변학’이라는 이름 자체가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의 말인 “모든 것은 흐른다”의 그리스어 표현 ‘판타 레이π?ντα ?ε?’에서 따온 것이기도 하다. 고전물리학에서는 고체에 작용하는 힘은 ‘탄성’이라는 특성으로, 액체와 기체의 흐름은 ‘점성’이라는 특성으로 설명한다. --- p.95 「4장 고양이는 액체일까, 고체일까?」 중에서
피터의 법칙에 관한 연구를 발표한 후, 플루키노 교수는 더 많은 사회와 경제 관련 연구를 하면서 삶이 우리의 고정관념과 다르게 작동하는 지점을 계속 찾아냈다. 특히 그의 관심을 잡아끈 대목은 ‘무작위적 선택’이었다. 아무나 뽑아서 승진시키는 것이 일 잘하는 직원을 승진시키는 것보다 좋은 전략이 될 수 있을지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그는 우연히 뽑힌 정치인부터 무작위로 선택된 투자와 거래 전략에 걸친 다양한 무작위 전략에 관해 연구했다. ‘무작위성’이란 표현 아래서 그가 결국 맞닥뜨린 것은 ‘성공’이란 키워드였다. --- p.123 「5장 성공하려면 운과 재능 중 무엇이 더 중요할까?」 중에서
노선도는 왜 이렇게 복잡한 걸까? 방랑자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다. 노선을 짜는 설계자도 같은 고민을 하게 마련이다. 어느 날 당신에게 신규 노선을 설계하라는 프로젝트가 떨어졌다고 가정해보자. 서울이든 부산이든 어디든 상관없다. 어떤 방식으로 새 노선을 깔아야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람과 물자를 수송할 수 있을까. 일본의 한 연구팀은 노선 설계를 인간이 아닌 생물에게 맡긴다는 다소 황당한 발상으로 이그노벨상을 받았다. 그 생물의 이름은 ‘황색망사점균Physarum polycephalum’이다. 장난 같다고? 이들의 연구는 ‘지능’이 무엇인지에 대한 연구에 혁명을 일으켰다. --- p.140 「6장 점균에게 전철 노선 설계를 맡겼더니」 중에서
스티븐스 교수는 인류의 고통을 경감시킬 새로운 방법을 찾은 업적을 인정받아 2010년 이그노벨상을 수상했다. 어쩌면 당연하게도(?) 그가 받은 상은 ‘언어학상’이 아니라 ‘평화상’이었다. 그의 통찰을 정리해보자. 만약 당신이 새벽녘 마루에서 엄지발가락을 찧었다면, 욕을 좀 해도 된다. 그게 당신의 고통을 실제로 줄여줄 테니까. 단 삶이 고통스럽더라도 평소에 욕을 남용하진 말자. 그러면 욕의 진통 효과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평소에 말을 곱게 해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긴 셈이다. --- p.174 「7장 모든 말에는 의미가 있다, 욕설까지도」 중에서
간단한 실험이지만, 그 과정은 간단하지 않았다. 늙어서 관절염에 걸리는지 알아보려면 이 일을 늙을 때까지 해야 했기 때문이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중요한 시험을 치르거나 결혼 같은 인생의 대소사를 앞두고도 관절을 꺾는 일에는 예외를 두지 않고 말이다. 정말로 그는 이 일을 매일, 50년 동안 꾸준히 했다고 주장했다. 1998년 그는 미국의 학술지인 〈관절염과 류머티즘〉에 보낸 편지에 “왼손 관절을 적어도 3만 6500번 정도 꺾는 동안 오른손 관절은 거의 꺾지 않았다. 그러나 양쪽 손 모두에 관절염이 오지 않았고, 특별한 차이도 없었다”고 밝혔다. --- p.200 「8장 세상에서 가장 느린 98년짜리 실험」 중에서
가장 급진적인 시도는 ‘항문 주름 인식 스캐너’였다. 스페인의 초현실주의 화가인 살바도르 달리가 “항문 주름이 사람마다 천차만별로 다르게 생겼다”고 언급했다는 걸 들은 박 연구원이 낸 아이디어였다. 지문이나 홍채, 손등 혈관처럼 개인마다 고유한 생체 정보로 항문 근육 주름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카메라가 항문을 관찰하고, 스마트 변기의 AI가 항문을 분석해야 한다. “당연히 반발이 심했어요. 민감한 부위를 보여주는 데 사람들의 거부감이 심했고, 이에 대한 윤리적 문제도 제기됐죠.” --- p.228 「9장 당신의 편견부터 닦아주는 똑똑한 변기 」 중에서
이그노벨상에서 노벨상으로 이어지는 안드레 가임의 연구 경력을 보고 있자면, 어떻게 한 명이 두 가지 상을 동시에 탈 수 있었는지 궁금해진다. 대부분 사람에게 이그노벨상은 노벨상의 패러디이며, 과학 대가들이 갖추어야 할 진지함 또는 절박함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기 때문이다. 노벨상은 진지하고 대단한 연구에 주어지는 것이 아닌가? 어떻게 이그노벨상 수상자가 노벨상을 탈 수 있단 말인가? 이 질문을 이렇게도 바꿔볼 수 있겠다. 그렇다면 “어떤 연구가 중요한 연구일까” 하고 말이다. --- p.253~254 「10장 이그노벨상과 노벨상은 의외로 가깝다」 중에서
저 : 이창욱
[과학동아] 부편집장. ‘과학’이란 단어가 들어간 모든 것을 좋아하는, 과학 이야기는 누구보다 재미있게 떠들 자신 있는 과학 덕후. KAIST 생명과학과에서 공부했고, 서울대학교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 과정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대중에게 단순히 과학 원리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 과학 지식을 둘러싼 이야기에 자신만의 관점과 색깔을 풀어내는 글쓰기로 정평이 나 있다. 지은 책으로 『한입에 쓱싹 편의점 과학』 등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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