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사료를 아드득 까드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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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주재석 | 등록일 | 25.08.29 | 조회수 | 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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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사료를 아드득 까드득
권민경 저 | 쉬는시간 | 2025년 04월 18일
목차
1부 사나워 보이지만 실은 겁 많은 강아지
최선의 낯가리기 짝사랑 진행 중 동물과는 대화 대신 사랑을 나누기에 편식 왕 시에 눈이 있다면 꿈의 파수꾼 아는 친구 산책과 추모 울지 마세요 나와 개의 밤
2부 내 마음도 누군가의 방일 수 있다면
무지개다리 약 내비게이션 오류 암사자 사순이 쓸개와 담즙 Home 1 식탁 예절 도도한 도도새 Home 2 인간 멸망 10년 후
3부 초등학생 땐 어기면 큰일 나는 줄 알았던 것들
Love Yourself 쉬는 시간도 때에 따라 착각 눈물 부자 11 패션의 완성은 검정 비닐 봉다리 소풍과 풍선 아름다운 뚝딱이 세수 중 멍때리기 여행의 계획 손님이 다 내린 줄 알았던 버스 기사 아저씨의 놀라움 새벽 5시 24분 흔한 동음이의어 금환일식 혼난 다음 날 어린이 기도서 선함에 대해 감기와 몸살과 결석과
4부 멸종은 끝이 없고 영원은 어림없지
꿈 나의 해변 틴틴 나와 나의 룰루랄라 멍멍개 교집합 배드민턴 강도단 무모한 산책 바람의 말 아파트 반팔 가을 개성 밤에 오는 비의 유니콘적 성질 두 명의 열두 시 우리들은 자란다 자연·환절기 에브리 싱글 데이
5부 작가의 말 : 어리던 어느 날
풍선껌이 터지기까지 열에 들뜬 밤
시인의 산문 서로를 키우는 사랑
독서활동지
책소개
쉬는시간 청소년 시선 일곱 번째 작품으로 권민경 시인의 시집 『고양이가 사료를 아드득 까드득』이 출간되었다. ‘동물권’을 중심으로 한 이 시집은 동물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통해 사랑과 공감, 그리고 책임에 대해 질문한다. 권민경 시인은 동물의 권리와 존재를 진지하게 탐구하며, 인간과 비인간 존재 간의 교감을 따듯하고도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려낸다. 이 시집은 단순히 동물에 대한 애정의 표현을 넘어, 우리가 사랑하는 존재들―동물, 사람, 그리고 나 자신―과의 관계 속에서 마주하는 복잡하고 섬세한 감정들을 솔직하게 담아낸다.
시집은 제목부터 인상 깊다. ‘고양이가 사료를 아드득 까드득’ 씹는 소리는 일상적인 풍경 속에서 피어나는 특별한 감각의 순간을 포착한 것이다. 이 단순한 의성어는 시인의 시선 아래에서 ‘존중’과 ‘사랑’의 기호처럼 확장된다. 고양이, 개, 사자, 곰, 거위 등 다양한 동물들이 등장하는 시편들은 각각의 존재가 지닌 고유한 감정과 권리를 존중하며, 독자들이 그들의 삶에 대해 더욱 깊이 공감하도록 이끈다.
책 속으로
나는 개를 좋아하는데 고양일 키우지 나는 개를 좋아하고 단체로 있는 개는 피하지 개를 데리고 모임을 갖는 사람들 개들이 뛰어노는 애견 놀이터 그런 데 말고 그런 거 말고
그러니까 개인적인 개를 좋아한다네
한 마리 한 마리 조심스럽게 킁킁거리고 멀찍이서 내 손 냄새를 맡는 사나워 보이지만 실은 겁 많은 강아지
그러니까 날 닮은
개를 좋아한다네 꼬리를 다리 사이에 숨겼지만 아주 조금씩 흔들고 있는
낯 가려도 최선을 다해 친해지고 싶어 하는 밥 배와 빵 배가 따로 있는 것처럼 사랑도 여러 종류가 있으니 우리 집 고양이와는 별개로 내가 사랑하는 그런 개 --- 「최선의 낯가리기」 중에서
어떤 동물은 사람과 살도록 진화했지 말도 안 통하는데 참 신기하다 어떻게 처음 친해졌을까 할퀴지 않고 해치지 않는 사랑을 어떻게 익혀 갔을까
동물에게도 애정이 있다 사람도 동물이기에 똑같은 거겠지만
널 사랑해 사랑해 자꾸 말해도 정확한 뜻을 모를 너 너를 사랑해 사랑해 자꾸 외쳐도 못 알아듣는 나 --- 「동물과는 대화 대신 사랑을 나누기에」 중에서
초코는 형이 회사를 가면 내내 울고 슬퍼했어요 형은 어쩔 수 없이 회사 주변에 초코를 맡겨 두고 무서운 상사들이 없는 날에만 초코를 회사에 데려왔어요 나야 좋았죠 귀여운 슈나우저 강아지 할아버지처럼 흰 수염이 난 초코
모든 슬픔에는 원인이 있고 초코의 슬픔은 이별 때문이었습니다 초코랑 살던 누나가 세상을 떠나자 다른 가족들은 혼자 남은 초코를 어찌할 바를 몰라 화장실에 가두었습니다 사람이 죽고 사는 일이 더 급했으니 그럴 수 있죠 그럴 수 있지만 초코는 슬펐고 좁은 화장실 안에서 울었습니다 아마 내내 울었을 겁니다
죽은 누나의 친구였던 형이 초코를 데려왔어요 형도 슬펐을 테지만 누군가가 초코의 가족이 되어야 했으니까 그때 초코가 어떤 생각을 했을지 우린 모릅니다
초코는 누나가 없어져 슬펐을 수도, 바뀐 세상이 어리둥절했을 수도 있어요 모를 수밖에요 우린 화장실에 갇혀 본 적도 없으니
확실한 건 누나가 사라진 이후 자신을 맡아 준 형이 보이지 않으면 슬퍼했다는 것 모든 슬픔엔 이유가 있고 우리는 슬픔과 슬픔을 넘어 매일을 살아갑니다 즐거움만 있으면 얼마나 좋겠느냐마는 사는 게 다 그렇잖아요?
그래도 나는 슬픈 소식을 피하지 않고 계속 세상을 떠난 사람들과 동물을 생각합니다 추모는 좁은 화장실 문을 열어 주고 안아 주는 것 마음을 산책시키고 들판을 뛰게 하는 일 삶은 추모의 연속이지만 계속해야 하죠, 식사나 산책처럼 필수적인 일이지요 --- 「산책과 추모」 중에서
어떻게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대상에게 사랑을 느낄까?
사랑해 사랑해
멀리 떨어져 있는 내 가수에게 마음을 주듯 나는 곰들에게 마음을 주고 있다
곁에 있어 주지 못하지만 늘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
마음이 심장에 있다고 하는 까닭을 이해한다 나도 모르는 새 뛰고 있는 심장 돌고 도는 피처럼
내 사랑도 모르는 사이 내 안을 한 바퀴 돈다 두 바퀴 돈다 자꾸 돈다
멀리서 널 응원해 항상 잘 되길 기원해 곰들이 모두 집을 찾길 바라 집은 아프지 않은 곳
집은 따듯해야 하고
심장엔 우심실도 있고 좌심실도 있다 실(室)은 방이란 뜻
내 마음도 누군가의 방일 수 있다면 --- 「Home 1」 중에서
학생이라면 무조건 쉬는 시간을 좋아할 거라고 착각하지 마세요. 새 학년 학기 초엔 안 그래요. 반에 제대로 친해진 친구가 없을 때, 쉬는 시간에 멍하니 있으려면 뻘쭘해요. 내 짝은 다른 반에 더 친한 친구가 있다고 가 버리고. 그렇다고 친하지 않은 애들한테 말 걸 정도로 뻔뻔하진 않아요. 아니, 뻔뻔하다기 보다, 자신 없어요. 넌 어디서 굴러먹던 애니? 라는 눈빛을 보내면 어떻게 해요? 사람마다 친구를 사귀는 데 걸리는 시간은 제각각, 나는 남보다 오래 걸리는 기분인데, 결국엔 친구가 생길 거라는 걸 경험했는데, 새 학년 새 학기엔 좀 뻘쭘, 아니 많이 뻘쭘. 세상엔 E만 있는 건 아니니까, 학기 초 쉬는 시간은 마냥 즐겁지만은 않아요. --- 「쉬는 시간도 때에 따라」 중에서
착한 게 뭔지 모르겠어요 확실히 난 좀 삐뚜름하긴 해요 착하지? 이거 해야 착한 거야 그러면 하기 싫거든요 좀 반항도 해 보는데
실은 뭐가 좋고 나쁘다는 것쯤은 알죠
내 입장도 모르면서 내 마음도 모르면서 자기 생각 좀 강요하지 말았으면 하고 생각하지만
괜한 분란 일으키기 싫으니까 가만히 있기
엄마 아빠한테 효도하고 쓰레기 버리지 말기 초등학생 땐 어기면 큰일 나는 줄 알았던 것들 나 너무 순진했지요? --- 「선함에 대해」 중에서
저 : 권민경
201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학교 공부는 싫어했지만, 늘 호기심은 넘쳤다. 우주의 비밀보다 나에 관한 게 더 큰 수수께끼이다. 자주 틀리는 일기예보처럼 변화무쌍한 내 기분. 평생에 걸친 나의 사춘기를 연구하며 시인이 되었다. 다정한 독자들이 이 문제를 함께 풀어 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쓴다. 그 흔적으로 시집 『베개는 얼마나 많은 꿈을 견뎌냈나요』 『꿈을 꾸지 않기로 했고 그렇게 되었다』 『온갖 열망이 온갖 실수가』, 산문집 『등고선 없는 지도를 쥐고』 『울고 나서 다시 만나』 등을 남겼다. 고양시에서 고양이와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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