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의 힘 농업 안내서유재흠 저/안난초 그림 | 너머학교 | 2024년 11월 15일
목차들어가며
농부의 살림살이
시작은 마무리부터 농사를 마주하는 자세 이동 수단 변천사 농기계의 진화 오르기만 하는 임대료, 내 땅 한 평 농사지어 살 만한가? 충전의 시간
함께 일하기
협동 생산 조직을 만들자 친환경 농업을 향하여 사고, 그리고 불면의 날들 아이쿱생협과의 인연 우리, 젊은 농부들 홍대로 일본으로 연수를 떠나다 협동의 두 모습 실패를 나누는 일
숙명의 작물 밀
대부분은 모르는 우리밀의 역사 우리밀이 부활하다 우리밀의 시련 나의 밀농사 부안군우리밀영농조합법인의 시련과 영광
땅과 작물과 사람이 행복한 농사
한 걸음 더 유기 농업의 새로운 전환, 탄소치유농법으로 토양 만들기 이랑과 고랑 만들기 밭일과 이주해 온 일꾼들 풀매기, 그 타이밍 마늘, 양파 수확과 건조 밥상에 필수 감자 농사 알찬 콩농사 벼농사의 귀한 조력자들 마음이라는 열매
묻고 생각하는 농업의 미래
맺으며
책소개 다음 세대를 위한 살아 숨 쉬는 농업 안내서
『1%의 힘 농업 안내서』는 전북 부안에서 벼와 콩, 우리밀 등 흔히 먹는 작물 농사를 지어 온 농부 유재흠 선생님이 들려주는 농업 이야기이다. 대학에서 고고미술사학을 공부하고 20대 중반 귀하여, 30년 이상 건강한 농사를 위해 농법을 혁신해 온 이야기이자 협동의 원리로 일하고 조직하며 겪은 실패와 성취를 담은 기록이다. 벼농사의 우렁이 농법, 우리밀, 양파, 마늘 등을 유기농으로 기르는 매뉴얼을 꼼꼼하게 기록하고, 농업의 미래에 대한 성찰도 담았다. 저자의 담백하고 유머러스한 글과 안난초 작가의 따스하고 풋풋한 그림은 본격 농업 이야기를 즐겁게 만나게 해 준다.
20대 중반 맨손으로 귀농한 초보 청년 농사꾼 부부는 지역 선배들에게 농사를 배우는 한편 기계로 배워 주변 땅을 다 갈 정도로 일을 하여 기반을 닦았다. 관행 농사에 익숙한 주변 농민들을 친환경 농법 전환을 설득하여 성공과 실패를 번갈아 겪으며 철저하게 이기적으로 원칙을 지키는 것만이 협동을 위한 유일한 길임을 알게 되었다. 자급율 1%인 우리밀의 존재가 수입 밀을 더 건강하게 바꾸고, 4%에 불과한 유기농 농법이 관행 농사에서도 농약과 화학 비료를 줄이도록 변화시켰다는 지적은 예리하고 새롭다. 2023년 논 17필지를 혼자, 밭 8,000평을 세 명이 새로운 농법으로 지은 농사가 풍성한 결실을 이루기까지 곡절 많은 이야기가 유쾌하고 유머러스하게 영상처럼 생생하게 펼쳐진다.
책 속으로리틀 적토마(내가 타는 125시시 스쿠터다)를 타고 괜히 어슬렁거리듯 여기저기 논밭을 돌아다닌다. 내년에 여기는 뭐 심을까, 저기는 뭐 심을까 생각도 해 본다. 겨울을 나고 있는 마늘밭에 멈춰 서 “추운디 욕덜 보네~.” 구시렁거리며 말을 걸어 본다. 며칠 전 내린 겨울비에 마늘 잎사귀가 보기 좋게 자랐다. 농사는 준비가 반이다. 밭에 버려진 농사 잔해와 쓰레기를 주워 낸다. 지난 여름 태풍을 못 이기고 기울어진 옆집 은행나무, 얼기설기 밭모퉁이에 부대끼며 꼬불거리고 자라 있는 뽕나무, 새끼 쭉나무(가죽나무의 사투리) 미안하지만 깨끗이 베어 낸다. --- p.12
그런 실패의 과정을 거쳐 나는 이제 안다. 농사에서 작은 문제를 바로 정리하지 않으면 그 문제는 하루에 두 배씩 커진다는 것을. 생각을 너무 오래 하지 않고, 힘든 것에 대한 두려움을 툴툴 털고, 가급적 곧바로 행동에 돌입한다. 좀 더 쉽고 편한 길은 없다. 따지고 주저하는 사이에 잡초는 더 크게 자라고 둑은 터진다.
농사를 지으면서 지금도 이런 일을 매일 겪는다. 어지간한 짐은 그냥 어깨에 짊어지고 간다. 웬만한 길은 걸어서 간다. 물꼬가 터지면 맨손으로라도 막는다. 잡초가 올라오면 들어가서 뽑는다. 막고 품는다. --- p.18
농사의 규모가 커진다고 소득이 마냥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벼농사의 경우 한 사람이 최적의 효율을 내어 소득을 올릴 수 있는 규모는 12헥타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내 경험으로도 그 정도가 적절해 보인다.
밭농사의 소득은 기술과 연관되어 있다. 밭농사는 논농사에 비해 임대료는 낮지만 인건비와 비료 값이 5~10배 이상 더 들어가는 노동 집약적 농업이다. 따라서 수확량이 적거나 품질이 떨어질 경우 손해를 보기 쉽다. 하지만 확고한 기술적 자신감이 있다면 밭농사는 매우 매력적인 농사이다. 참깨를 100평 심어서 150만 원을 벌기도 했고 감자 를 1,000평 심어서 1,000만 원을 벌기도 했다. 그러면! 농사지어 살 만한가? 나의 결론은 살 만하다! --- p.34
작목반 회원들을 설득하여 친환경 농사로 방향을 돌리기로 뜻을 모았다. 친환경 농사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풀이었다. 논이나 밭이나 풀매기는 가장 큰 일이었다. 그러던 1990년대 중반 왕우렁이를 이용한 제초 방법이 도입되면서 친환경 벼농사는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처음에는 크기와 수량, 물 관리 요령을 몰라 더러 실패하기도 했지만 우렁이를 이용한 제초 기술은 화학 제초제를 사용하는 것 이상으로 놀라운 효과를 냈다.
이것을 계기로 유기농 벼농사는 매우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가게 된다. 하지만 여전히 제초 이외의 방법들은 터득이 쉽지 않았다. --- pp.52-53
2006~2007년도는 세계 곡물 가격이 매우 불안정한 해였다. 전 세계적인 이상기후로 곡물 생산량이 급감한 것이다. 밀 수출국이던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곡물 수출 금지령을 내리기에 이르렀다. 밀 을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아랍 국가에서 식료품 가격이 급등하였다. 생활이 어려워진 시민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왔고, 생활의 어려움은 독재 권력에 대한 분노로 발전하여 혁명으로 이어졌다. 이른바 ‘재스민 혁명’(2010년 튀니지 국민이 독재 정권에 반대하여 일으킨 반정부 시위에서 시작하여 북아프리카와 중동 일대로 번진 민주화 혁명. 튀니지의 국화(國花) 재스민에서 유래된 명칭)에는 이처럼 국제 밀 가격 급등이라는 배경이 있다.
국제 밀 가격이 3배 이상 오르자 4~5배에 달하던 국제 밀 가격과 국산 밀의 가격이 1.5배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이러한 사정을 배경으로 새로 들어선 이명박 정부는 ‘제2 녹색혁명’을 내걸고 국산 밀 장려 정책을 편다. 제1 녹색혁명이 박정희 시절 쌀의 자급을 목표로 했다면 제2 녹색혁명은 겨울 작물인 밀의 자급률 10퍼센트 달성을 목표로 추진되었다. --- pp.92-93
기후 변화에 따른 농업의 변화가 어떤 이들에게는 기회가 된다고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 먹거리의 대부분은 스마트 팜에서 길러 낼 수 없는 식량 작물과 토양에 뿌리를 내려야 하는 채소와 과수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기후 변화는 우리의 식량 체계를 근본적으로 위협하고 있습니다.
자원 고갈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2022년 세계적으로 비료 사용량이 줄었습니다. 비료 가격이 상승한 탓이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천연가스 가격이 상승하고 칼륨, 인산염 등 비료의 원료를 수출하는 나라들의 수출이 통제되었기 때문입니다. 기후 위기가 심화되고 자원이 바닥을 보이면서 자원 이기주의, 국가주의가 날로 심해지고 있습니다. --- p.162
최근 들어 귀농, 혹은 청년 농업인에 대한 각종 혜택과 지원이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실제 생활을 해 보면 그 지원만으로 농촌에서 자리를 잡는 것은 솔직히 불가능합니다. 처음부터 큰돈을 대출받아 기계를 들이고 ‘스마트’ 어쩌고 하는 기술로 농사를 지으려다 실패해서 빚을 지게 되는 일도 적지 않습니다.
농촌에서의 삶이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있어요.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적 자산을 쌓는 것입니다. 사회적 자산이라 함은 농촌의 지리적, 경제적 정보와 인간관계에서의 믿음이나 신뢰 같은 것들이지요. 땅을 임대하거나 단기간에 돈을 벌 수 있는 일을 가지는 데 있어서 이런 정보와 관계 들은 매우 중요한 자산이 됩니다. --- p.172
대학에서 고고미술사학을 공부하고 졸업한 뒤 부안에서 30년 넘게 농사를 짓고 있다. 여러 사람이 뜻과 힘을 모으는 협동의 원리를 실현하며 땅과 작물 사람 모두에게 좋은 친환경 유기 농법으로 벼와 콩 등 흔히 먹는 작물들과 우리밀을 기른다. 우리밀을 알리고자 전국을 다니며 강의를 했고, 2019년부터 2024년까지 부안군우리밀영농조합법인 대표이사를 했다. 지구와 생명을 배우고 소비와 순환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교육이 농업이라는 생각을 더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어 한다.
그림 : 안난초 식물과 사람의 이야기를 글과 그림으로 엮는 만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이다. 에세이툰 『식물생활』 『사이사이 풀풀』 「우중산책」, 그림책 『콩 팬클럽』 등을 짓고 다수의 어린이·청소년 책에 삽화를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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