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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명교실 게시판입니다.
시골살이
작성자 주재석 등록일 25.03.20 조회수 10

 

 

 

너무나 정치적인 시골살이

 

 

 

망해가는 세계에서 더 나은 삶을 지어내기 위하여

양미 저 | 동녘 | 2024년 09월 27일



목차


추천의 글
들어가는 글- 정치적인 시골살이?

1부 불평등과 모욕을 넘어 망하거나 죽지 않고 살 수 있을까?

1.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나홀로 가족 직장인의 일상
2. 시골에서 살기로 하다
3. 돌아갈 곳이 없는 사람이 돌아갈 곳을 찾다
4. 조언들
5. 그래서 가능했던 선택

건너가는 글- 그래서, 시골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시골의 현실 마주하기

2부 연결될 권리: 시골과 이동권

1. 버스와 나: 시골 버스 타고 다닙니다
2. 풍경들: 아는 사람만 탈 수 있는 시골 버스
3. 시골 버스의 사정
4. 시골 버스 문제는 교통 약자들의 문제일 뿐: ‘거리두기’와 저상버스, 능력주의
5. 공공재를 공공이 운영하자는 당연한 요구, 버스공영제
6. 버스 운전 노동자에게 듣다
7. 사람도 휠체어도 다닐 수 없는 길, 보행권을 바랍니다

3부 돌봄에는 장소가 필요하다: 시골과 주거권

1. 존엄한 삶의 기본 조건, 주거권
2. 집을 찾는 사람들의 주거권
3. 아픈 줄도 모르고 나홀로 집에: 고령화된 시골의 건강권
4. 어떤 전기 사용자의 고통과 좌절: 에너지 자립과 주거권

4부 생존권을 넘어 존엄을 지킬 수 있도록: 시골과 경제권

1. 시골의 삶에 맞는 경제권의 재정의가 필요하다
2. 시골에서 더 가난한 여성들
3. 진안군 청년과의 대화: 가난과 희망없음에 대하여

5부 ‘기여’는 어떻게 정치가 될 수 있을까?: 시골의 지역 행정 현실

1. 나의 기여는 돈도, 정치도 되지 못했다
2. 진안군의 출산율 자랑과 지역 의료
3. 군수는 청년정책이 아니라 청년이 문제라고 말했다
4. 기본적이지 않은 농민수당
5. 은행에서 대출받게 해주는 것도 지원입니까?

6부 정치 혹은 민주주의

1. 민주주의를 포기하기 쉬운 시골
2. 이상하고 수상한 이장의 세계
3. 군의원은 어디를 향해야 하는가

나가는 글- 시골에서 다시 꿈꾸는 풀뿌리 민주주의: 민주주의는 좋은 삶을 상상하기가 가능한 일상



책소개


“이 책의 힘은 무엇보다 도시-시골의 이분법을 넘어서면서도 시골의 대안적 힘을 실천적으로 발견하고자 하는 저자의 의지에 있다. …… 모순투성이인 시골살이의 구체적 장면들을 재생산하는 음험한 구조적 힘을 드러내고 다양한 이데올로기와 무수하고 복잡한 감정, 더 위태로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보이지 않는 얼굴과 들리지 않던 목소리를 보이고 들리게 한다.”_한디디(『커먼즈란 무엇인가』의 저자)

“이 책은 치유의 장소도 낙오자들의 도피처도 아닌 시민들이 살아가는 삶의 장소로서의 지역에 대한 정치적 말하기이다.” _이라영(예술사회학자, 『정치적인 식탁』 『말을 부수는 말』의 저자)

정치적 시골살이가 시작된 사연
대도시의 유연한 노동시장 안에서 여성 노동자이자 불안정 노동자로, 또 가난한 활동가로 살던 저자는 더는 자신을 조각내서 판매하는 불안정 임금노동을 지속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게 된다. 그러면서 가난해도 죽거나 다치거나 비참해지지 않고 높은 삶의 질을 누리며 살 방법을 찾아, 어떤 존재도 착취하지 않는 삶의 가능성을 실험해왔다. 자본주의 구조의 가장자리에 있으면서도 자본주의적 삶이 아닌 다른 양식은 경험해보지 못했던 ‘자본주의의 자식’이 자본으로부터 삶의 영역을 조금씩 되찾아오기 위한 시작이었던 셈이다.

소비하기 위해 임금을 버는 노동 말고, 삶을 꾸려가는 데 필요한 기술을 배워 가능한 한 손노동으로 직접 삶의 영역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최소한의 돈으로 존엄한 삶을 유지하는 작지만 본질적인 저항을 한 땀 한 땀 이어갔다. 하지만 직접 생산을 위해 쌓이는 짐과 순환하지 못한 채 배출되는 쓰레기와 먹거리는 도시 구조 안에서는 해결할 수 없었다. 도시에서는 더 이상 실험을 지속할 수 없다는 결론과 함께, 저자는 8년 전 시골의 삶으로 진입했다. ‘자본주의를 떠받치고 있는 “테두리 노동”의 존재들이 자본주의 구조의 바깥을 향한다면?’이라는 질문을 안고, 누구도 착취하지 않는 노동, 나를 직접 부양하는 노동에서 성취를 느끼며 살아가는 길을 찾는 긴 과정에서 다다른 결론이었다. 평생을 도시에서 살아온, 자본주의에 균열을 내고자 하는 ‘자본주의의 자식’은 가능성의 범위를 확장하기 위해 시골로 떠났다.



책 속으로

“2022년 자료에 따르면 서울과 경기도에 각각 한국 전체 인구의 18.22퍼센트와 26.54퍼센트가 산다.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44.76퍼센트가 산다는 뜻이다. 도시에 사는 인구는 전체의 91.1퍼센트다.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것이 수도권과 도시를 중심으로 해석되고 만들어진다는 뜻이다. 나의 시골살이는 그 구조에 대한 저항으로 시작됐다. 흔히 시골살이라고 하면 ‘은둔’과 ‘자연인’을 상상하지만 나에게 시골살이란 치열한 저항이다.”
--- p.19~20

“그렇다면 가끔은 돈도 되고 의미도 있는 일을 하면서, 더 많은 (대부분의) 시간은 하고 싶은 일과 나를 돌보기 위한 노동을 하는 삶으로 나의 삶을 재편할 수는 없을까? 돈은 최소한으로 쓰되 삶의 질은 높은, 그런 삶을 살고 싶어졌다. 일단 임금노동자로 살기를 그만두고 생각해보기로 했다. 멈춰야 다시 시작할 수 있으니까. 대안 찾기의 시작이었다.”
--- p.38

“생각하는 대로 살 수 있는 곳이 필요했다. 도시에서는 그럴 수 없었다. 나는 도시를 떠나기 위해 다시 정보를 모으고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는 시골살이를 준비하기 위해 사람들을 만나고 정보를 모으는 과정에서 막막함과 미흡함을 느꼈다.”
--- p.42

“돈 없이, 집이나 땅도 없이, 농사를 생계 수단으로 삼지 않으면서, 여자가, 혼자, 기존의 가부장적인 공동체와 어울리지 않고 살 수 있을까? 그렇게 살 수 있는 곳을 찾을 수 있을까?”

“사람들은 ‘개발주의’와 ‘도시화’에 대한 반대가 소위 ‘자연인’이 되는 것이라고 믿는 것 같다. 자연인으로 살고 싶은 사람은 그렇게 살면 된다. 그러고 싶지 않은데 강요되는 상황과 조건이 문제다. 간단히 장을 보려고 20분 이상 차로 이동해야 하는 삶이 좋은 삶일 수 없다. 아프거나 다쳤을 때, 출산을 위해 목숨 걸고 가장 가까운 도시로 나가야 하는 삶이 좋은 삶일 수 없다. ‘자연인’이 된다는 것은 빈곤과 사회적 고립을 기꺼이 감수한다는 것인데, 자연인도 자동차는 필요한 것이 시골살이다. 우리가 모두 시골에 살기 위해 ‘자연인’이 될 수는 없다. 그럴 필요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 p.57

“시골이 순환하는 공간이자 대안의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단절된 것들을 연결해야 한다. 지금 시골은 오히려 단절되고 고립되기 쉬운 공간이다. 이동권을 보장해야 하는 이유다. 또한 임금노동이나 판매농이 아니어도 먹고살 수 있어야 한다. 시골에서야말로 임금노동을 하더라도 최소한의 시간만 들이고 자급농을 하면서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 가능해야 한다. 돈이 없어도 거주할 수 있는 집이 있어야 한다. 홀로 고립되어 아프거나 죽지 않도록 돌봄 체계를 만들어야 하고, 아이들과 청년들이 시골에서 살아가는 데 자긍심과 만족감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대안은 궁극적으로 도시와 시골의 구분을 모호하게 하고 서로 뒤섞이도록 하는 것이다. 임금노동과 자급노동이 뒤섞이고, 대부분 자급농과 소농으로 먹거리를 생산하는 것이다.”
--- p.61

“나는 궁금해졌다. 농촌 버스 운행의 문제점이나 불편함을 모두가 ‘알고 있다’고 하는데 왜 아직도 그대로일까? 나는 대중교통 문제를 ‘교통 약자의 문제’로 보는 데 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교통 약자’에 대한 두 가지 메시지를 감지하기 때문이다. 하나는, 대중교통 문제는 사회적으로 약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만의 문제라는 ‘거리두기’다. …다른 하나는, 한국에서 약자로 산다는 건 능력--- p.이동권의 문제로 보자면 자격증과 차량이라는 물질 구매력)을 키워 그 위치에서 벗어나야 할 문제일 뿐이라는 메시지다. 즉, 약자라는 위치가 주는 불리함을 존중할 필요가 없다는 능력 지상주의의 메시지.“
--- p.86~87

”그런데 정말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여전히 시골살이를 망설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지금의 시골살이라는 대안이 개인의 운과 자산의 정도에 따라 다르게 경험되기 때문이라고 본다.“
--- p.128

”연세가 저렴할수록 고쳐야 할 곳이 많다. 아예 기둥만 남아 있는 경우도 있다. 오랫동안 빈집으로 방치되어 허물어지기 직전인 상태의 집도 있고, 빈 창고를 고쳐 살라며 임대하기도 한다. 상태가 더 나은 집이라 해도 살아가는 동안 살 수 있을 만하게 계속 고쳐야 한다. … 그렇게 살 만한 집이 되면 집주인이 퇴거를 통보하기도 한다. …그러니까 시골에서 안정적인 집을 찾는다는 건 어디까지나 운에 달려 있다.“
--- p.128~129

“시골에서 가족농으로 묻혀 있는 여성노동의 의미와 가치화, 그에 대한 대가의 지불이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가족 내 여성의 지위와도 관련되기 때문이다. 자산화되지 못하는 노동을 하는 사람은 다른 가족에게 휘둘리거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게 된다. 시골 여성의 가난과 가사노동, 임금노동을 이야기해야 하는 이유다.”
--- p.173

“나는 여기서 시골살이의 가장 큰 걸림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민주주의의 실종이다. 소수의견은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이미 만들어진 구조에는 순응한다. 열린 토론과 저항 없이 민주주의는 불가능하다. 그리고 민주주의가 실종된 세계는 불행하다.”
--- p.225

“우리는 왜 멀리 있는 소위 ‘중앙 정치’에는 관심도 많고 참여도 하면서, 가까이 있는 지자체에서 뭘 하고 있는지, 그들이 움직이면 우리 삶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까?”
--- p.225

“더 ‘촘촘한 민주주의’가 필요하다. 지자체 단위도 너무 넓다. 민주주의는 집과 마을에서 먼저 시작해야 한다.”
--- p.226

“내가 생각하는 촘촘한 민주주의는 배제되는 존재가 없도록 모든 것을 고려하는 시스템이기도 하고, 그렇게 하고자 하는 지향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그렇게 하고자 하는 마음이다.”
--- p.227~228

“민주주의는 민의를 구조의 방향과 내용에 반영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민주주의가 잘 작동하고 있는지는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나는 늘 일상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그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마을은 일상에서 구조를 접하는 장소다. 그러니 마을에서 주민들 의견이나 고충이 반영되고 있는지, 이장이 권한을 마음대로 휘두를 때 주민들이 그를 막을 방법이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 p.238~239

“나는 대안은 돈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이 움직이는 방향에서 나온다고 믿는다. 돈에 대한 집착과 의존을 낮추고, 가급적 먹거리와 생필품을 자급할 수 있다면 각자(사람과 동물을 포함한 생태계의 모든 존재)의 몸과 삶에 더 많은 자유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즉, 소비와 생산에 대한 자율권을 자본이 아니라 개인이 가져올 수 있는 사회생태계, 큰 기업형 생산 체계 대신 작고 분산된 생산 체계와 자급 구조의 보장은 어떨까?”
--- p.260~261


저 : 양미
‘양미’ 또는 ‘빨간거북’으로 불리기를 좋아한다. 고등학교 1학년 때 1987년 6월항쟁 시위대를 쫓아다니며 계급 정체성을, 순전히 데모를 잘하고 싶어 들어갔던 대학에서 젠더 정체성을 알게 됐고, 단지 더 넓은 다른 세상이 궁금해 찾았던 동네 성당에서 만난 선배들과 함께했던 빈민 지역 공부방 활동으로 내가 서고 싶은 위치를 알게 됐다. 1992년 대학을 그만두고 사회운동 활동가가 됐다.
사회운동은 생계를 책임져주지 않았기 때문에 비디오 가게 점원, 주유소 알바생, 신발 공장 시다, 전자제품 조립 공장 노동자, 속옷 생산 공장 시다·재단·검품 노동자, 재고품 할인 전문 물류업체 경리로 일했다. 스물여섯 살에 생계 때문에 ‘진짜’ 직장인이 되기로 하고 홈쇼핑 전화 상담원이 됐다. 파견법이 통과된 후 첫 번째 ‘공식적, 합법적’ 파견직 노동자였다. 10년 동안 홈쇼핑 회사에서 파견직, 계약직을 거쳐 정규직 대리로 일하면서 마르크스의 “자본주의는 정상적으로 작동할 때조차 나쁘다”라는 말의 의미를 깨달았다. ‘합리성’이라는 말로 나와 타자들을 착취하는 일을 그만두기로 하고 자발적 백수가 됐다.

민주노동당 지역위원회에서 평당원, 교육부장, 여성위원회, 노동위원회, 환경위원회, 대의원, 성평등강사단으로 활동했다. 서울여성노동자회 활동을 하면서 한국까르푸노동조합·이랜드일반노조 서대문·마포·은평·용산 지역대책위원회 활동도 했다. 파업 중이었던 이랜드홈에버 여성 노동자들이 고립되지 않기를 바랐고, 파업 자금을 보태고 싶어서 《우리의 소박한 꿈을 응원해 줘》를 공동 기획하고 글도 썼다. 이때의 문제의식을 담아 활동을 함께했던 동지들과 서울서부지역비정규노동센터라는 단체를 만들고 상임활동가로 5년 동안 활동하며 일터를 넘어 삶을 고민하는 노동운동을 꿈꿨다. 인권교육센터 들 활동회원, 《은평시민신문》 시민기자, 생활재·천연화장품·술 만들기, 여성/노동/인권 교육, 독립영화 제작·배급·상영·비평 활동을 하기도 했다. 2015년에 시골로 터를 옮겼다. 지금은 시골에서 아이들에게 인권과 환경을 주제로 놀이와 수업을 하고, 글도 쓰고, 텃밭을 일구고, 때때로 임금노동을 하며 살아간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항상 만나는 이들과 모임을 만들고 수다와 공부하기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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