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방의 눈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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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주재석 | 등록일 | 24.12.20 | 조회수 | 1 |
나방의 눈보라마이클 매카시 저/조호근 역 | 서커스(서커스출판상회) | 2024년 08월 25일 목차1 단 하나의 창문 2 야생과의 우연한 만남 3 유대와 손실 4 생물량 격감 5 계절의 환희 6 대지의 아름다움의 환희 7 경이 8 새로운 유형의 사랑 옮긴이의 말 책소개 지구의 아름다움에 대한 찬가, 그리고 그 아름다운 지구에 대한 비가 어렸을 때부터 주위의 새와 나비를 관찰하며 불행한 개인사의 아픔을 달래온 저자 마이클 매카시는 환경 저널리스트가 되어 자연에서 느낀 경이와 그것의 파괴에 대한 우려를 독자들에게 전달해왔다. 『나방의 눈보라』는 지구 환경에 대한 그의 오랜 헌신이 농축된 감동적이고 시의적절한 책으로 2016년 〈더 타임즈〉 올해의 자연도서로 선정되었다. 저자를 매혹시켰던 지구 생태계에 대한 찬가이자 급격하게 파괴되는 환경 앞에서 느낀 고통에 대한 비가이기도 한 『나방의 눈보라』는 대서양 양쪽에서 압도적인 언론의 찬사를 받으며 소로의 『월든』이나 애니 딜라드의 『팅커 크릭의 순례자』에 이르는 위대한 자연 도서의 계보를 잇는 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책 속으로많은 이들은 자연물을 보자마자 즉시 경계하거나 본능적으로 그 쓸모를 가늠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에 빠지는 것을 제법 흔한 현상으로 간주할 것이다. 그러나 해가 갈수록 나는 그런 현상을 더욱 놀랍다고 여기게 되었다. 그런 사랑의 대상이 다른 모든 생물에게 그렇듯이 우리의 근원에 있는 배경, 맥락, 사회 환경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의 환경이 생존에 필요한 감정, 이를테면 공포나 굶주림 이상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수달이 자신이 사는 강을 사랑할 수 있을까? 그러나 우리는 자연계로부터 단순한 생존 수단이나 회피해야 하는 위험 요소 이상의 것을 얻게 된다. 바로 환희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분명 이러한 것들은 아주 오랜 감정일 것이다. 신경조직 깊숙이 박혀 있던 이런 감정이 떠오르는 순간, 우리는 깜짝 놀라게 된다. 우리의 뿌리를 잊었기 때문이다. 마을과 도시에 거주하며 눈이 빠져라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우리가 컴퓨터를 조작하기 시작한 지 고작 한 세대밖에 지나지 않았으며, 네온 불빛이 반짝이는 사무실 속의 노동자가 된 지도 서너 세대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망각하게 된다. 그러나 우리는 500세대 동안 농부였으며, 그 이전에는 아마도 5만 세대 이상 수렵채집인으로 살았을 것이다. 진화하는 내내 자연계의 일부였던 셈이다. 이런 과거의 유산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나는 베이비부머 세대다. 2차 대전 이후 부유한 서구 세계에 태어나서, 1960년대의 새로운 자유가 폭발하는 속에서 성인이 되고, 단순히 젊다는 이유만으로 우주의 주인이 될 권리를 상속받았다고 생각하던 세대의 사람이다. 그리고 어쩌면 실제로 그랬을지도 모른다. 그 의기양양했던 젊은 시절이 아직까지도 우리 세대를 규정하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 아버지와 할아버지 세대가 양차 세계 대전에 각인되었듯이, 우리는 로큰롤에 각인되었다. (모두가 공산주의자가 될 수 있게 해주고, 모두가 성스러운 젊음에 동참하고 만끽하도록 해주는 바로 그 음악 말이다.) 그러나 우리 시대가 저물어가는 지금, 우리는 새로운 방식으로 분류되기에 이르렀다. 기나긴 인생에 걸쳐 지구 전체에 그림자가 드리우는 모습을 목격한 세대로 말이다. 이것 하나는 확실히 해 두자. 우리 세계는 전례 없는 위기에 처해 있다. 이전 세대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질병을 앓고 있다. 인류 산업의 규모가 지나치게 커졌기 때문이다. 앞선 세대의 인류는 단 하나의 방향만으로 인간의 행위를 평가했다. 부싯돌 손도끼에서 출발하여 달 착륙에 이르는, 문자와 의약과 법규를 통한 믿을 수 없는 뛰어난 진보로 말이다. 그런 여정의 황홀함에 사로잡힌 우리는 그 규모 자체가 위협이 되리라고는 상상조차 못하고 있었다. 매일 두 배로 불어나는 수련이 핀 연못과도 같은 셈이다. 수면의 절반을 덮기까지 50일이 걸렸기 때문에, 우리는 남은 하루 만에 연못이 수련으로 가득차리라고는 상상조차 못 했던 것이다. 전 지구를 휩쓰는 인간의 파괴 행동을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는 개념은 지난 사반세기 동안 가장 중요한 도덕적, 지적 도전의 하나가 되었다. 온갖 압력이 연관되어 있으며, 문제 자체를 온전히 인정하는 사람도 비교적 드물었기 때문이다. 그런 이들은 흔히 환경론자나 보전론자라고 불렸다. 모든 나라마다 존재하며, 때로는 목소리를 높이고 영향력을 끼치기도 했지만, 지구 규모에서 보면 극히 적은 수에 지나지 않았다. 대부분의 일반인은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아직 그 결과를 마주하지 않았으며(이내 하게 되었지만), 인간이란 자신의 문제부터 신경 쓰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 자체만으로는 무해해 보이는 개인의 선택이 70억 번 반복된다는 사실이 문제의 근원이라는 점을, 이들은 깨닫지 못했다. 우리가 이 모든 생물의 색을 하나하나 열거할 수 있을까? 물론 시작은 영어에서 사용하는 열한 가지의 기본 단어로 시도해야 할 것이다(베를린-케이 가설에 의거해서 계층별로 나열하겠다). 검은색과 흰색. 붉은색과 노란색과 녹색과 파란색. 갈색, 보라색, 분홍색, 주황색, 회색. 그러나 이 정도로는 턱도 없이 부족하다. 선홍색, 적갈색, 자주색, 올리브색은 어떻게 할 것인가? 진홍색, 레몬색, 남색, 선녹색은? 자홍색과 청록색, 상아색과 옥색, 연보라색과 고동색, 산호색과 연자주색은...? 색의 변주가 섬세하게 이루어질수록 우리의 목록은 미묘함의 불확실한 영역에 진입한다. 테라코타색, 라임색, 자수정색, 연황갈색, 재스민색, 황갈색, 호박색, 버찌색, 버터스카치색, 마호가니색, 연청록색, 베이지색, 진주색, 진청색, 진적색, 진황갈색, 주색, 암록색, 자황색... 너무 눈부시게 밝아서 안쪽에 불을 밝힌 것처럼 보이는 푸른색. 하늘보다도 밝은 푸른색. 나는 그런 색을 그 어떤 물감 가게의 색상표에서도 본 적이 없다. 그리고 큰주홍부전나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그 색을 처음으로 목격하는 사람들은 일종의 고양감을 느끼리라 생각한다. 세상에 존재할 수 있는 감각이 확장되는 경험이기 때문이다. 자연의 아름다움이 공식적인 고급문화로 선호되지는 않는 21세기에도, 논쟁을 원치 않는 수많은 사람은 여전히 자연에 끌리고 있다. 이는 우리와 자연계의 깊은 유대 관계가, 문화 대신 본능을 선택하게 만드는 강렬한 힘이 존재한다는 증거다. 내 경우에는 분명 그랬다. 나는 모더니즘이 아름다움을 밀어냈으며, 그런 거부의 유산이 여전히 우리 곁에 있다는 사실 따위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 자연의 아름다움은 여전히 환희를 선사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그 중요성은 예술적, 문화적, 철학적 유행에 따라 감소하는 것이 아니다. 도리어 그 아름다움이 치명적인 위험에 처했기 때문에 그 중요성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증가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나 또한 미시시피뿐 아니라 니제르 강 같은 다른 거인들의 경이도 느껴본 적이 있다. 팀북투를 향해 날아가는 동안 말리의 황갈색 반사막 지형 사이로, 강물을 따라 논밭이 녹색의 거대한 띠처럼 구불구불 이어지는 모습이 보였다. 수면에는 피로그라 부르는 색색의 카누들이 가득해서 그 장대한 규모를 가늠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러나 경이는 사랑과는 다른 감정이다. 내가 사랑한 강들은 하나의 예외도 없이 모두 그보다 작은, 초인보다는 평범한 인간에 가까운 강들이었다. 그런 강을 위한 별도의 이름이 없다니, 여기서만은 영어가 얼마나 한심하게 느껴지는지! 우리는 야생 동식물 보전의 성공담에, 위태로운 생물종을 기적적으로 되살리는 이야기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 영국에서는 흰꼬리수리, 노랑복주머니란, 큰푸른부전나비의 이야기가 있다... 더 멀리 나가면 아메리카들소나 아라비아오릭스가 있고, 모리셔스황조롱이는 또 어떤가. 세상에, 고작 네 마리가 살아남았는데 이제는 수백 마리로 불어났다... 우리는 온 세상에서 자연을 파괴하고 있지만, 그래도 보전에 신경 쓰는 사람들은 환경운동가들이 특정 종을 살리려고 온갖 노력을 다하고, 여론이 형성되고 기금이 모이기만 하면, 보통 성공하게 마련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글쎄,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다. 내게 있어 템스 강 연어 이야기의 주된 교훈은 우리가 자연계를 고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게 훼손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배 위의 모두는 몽롱한 상태였다. 정확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누군가 우리를 방문했던 것 같기는 했다. 크고 놀랍도록 아름다우며 에너지가 흘러넘치는 생물들이 난데없이 우리를 반기러 들른 것이었다. 이들은 지능이 있고, 친근하며, 심지어 상쾌한 즐거움이라는 개념마저 가지고 있었다. 쪽배 위의 우리는 그 순간 갈수록 많은 사람이 지난 30여 년 동안 깨닫게 된 바로 그것을 깨닫게 되었다. 고래목의 동물, 다양한 고래와 돌고래들이 얼마나 독특한 존재인지, 우리와 교류한다는 점에서 얼마나 독보적인 존재인지를 말이다. 그래, 고향이다. 우리는 자연 속에서 진화했기 때문이다. 자연 속에서 지금과 같은 존재가 되었고, 느끼고 반응하는 법을 익혔다. 인간의 상상력은 자연 속에서 형성되고 날아올랐으며, 자연 속에서 은유와 직유의 대상을 찾았다. 나무와 맑은 강물과 야생동물과 바람에 물결치는 초원에서, 그리고 동시에 독사와 치명적인 포식자와 적들과 생존을 위한 끝없는 시련에서도. 그러나 콘크리트 건물과 자동차와 하수구와 중앙난방과 슈퍼마켓은 여기에 속하지 않는다. 이런 것들이 아무리 우리의 삶을 지배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함께 있었던 시간은 진화의 기준으로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지 않는, 덧붙여진 잉여물일 뿐이기 때문이다. 내면 깊은 곳에서는, 이런 것들은 아무런 의미도 가지지 못한다. 우리 영혼의 진정한 휴식처는 자연뿐이다. 자연에 대한 사랑에도, 봄날의 꽃과 새들의 노랫소리와 한 해가 다시 깨어나는 계절의 즐거움에도, 돌고래의 경이와 새벽녘 합창의 경이에도, 사람들이 미처 깨닫지 못하던 것이 있었다. 바로 현대에 이르러 우리가 이해하게 된, 자연계와의 오래된 유대가 우리 내면 깊숙한 곳에 살아 있다는 사실이다. 그 때문에 자연은 사치품이나 여분의 선택지가 아닌, 심지어 황홀한 마법조차도 아닌, 우리 본질의 일부가 된다. 우리가 환희뿐 아니라 평화마저 찾을 수 있는 우리 정신의 고향이다. 그런 자연이 파괴된다면 우리들의 본질적인 일부가 파괴되는 셈이다. 자연을 상실한다면 우리는 온전치 못한 존재가 될 것이다. 진화를 마친 모습보다 덜한 존재가 될 것이다. 진정한 평화를 찾는 것도 불가능해질 것이다. --- 「본문」 중에서 마이클 매카시는 환경과 자연계에 관하여 영국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이다. 저널리스트로서 <더 타임즈>의 환경 특파원으로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지구 정상회의에서 정점을 찍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초기 조치를 취재했고 이후에는 <인디펜던트>의 환경 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했다. 영국 환경 및 미디어 어워드 올해의 환경 기자상(3회), 영국 언론상 올해의 전문 작가상, 런던 동물학회 메달, 영국 조류학 트러스트의 딜리스 브리즈 메달, ‘환경 보호에 대한 탁월한 공로’로 영국왕립조류보호협회RSPB 메달 등 다양한 수상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저서로 널리 찬사를 받은 영국의 여름 철새에 대한 연구서 『뻐꾸기에게 작별을 고하다Say Goodbye to the Cuckoo』(2009), 웨인라이트상과 리처드 제프리스상 최종 후보에 오르고 <더 타임즈> 올해의 환경 도서에 선정된 『나방의 눈보라The Moth Snowstorm: Nature and Joy』(2015), <가디언> 올해의 자연 도서로 선정된 공저 『자연의 위로-코로나 바이러스 시대의 봄The Consolation of Nature ? Spring in The Time of Coronavirus』(2020) 등이 있다. 현재 영국에 거주하고 있다. 역 : 조호근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를 졸업하고 과학서 및 SF, 판타지, 호러 등 장르소설 번역을 주로 해왔다. 옮긴 책으로 J. G. 밸러드의 『제임스 그레이엄 밸러드』, 『헬로 아메리카』를 비롯하여, 『화성 연대기』, 『레이 브래드버리』, 『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 『마이너리티 리포트』, 『와일드 시드』, 『더블 스타』, 『하인라인 판타지』, 『아마겟돈』, 『컴퓨터 커넥션』, 『타임십』, 『소용돌이에 다가가지 말 것』, 『물리는 어떻게 진화했는가』, 「나인폭스 갬빗 3부작」 등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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