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17세기 중반에 미생물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되었고, 19세기 후반에 이르러 비로소 그 영향력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그 시절 미생물학 선구자에게 미생물은 동식물처럼 인간과 함께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의 목숨을 호시탐탐 노리는 악마 같은 존재였고 박멸의 대상이었다(자연발생설과 미생물 원인설(하): 숙명의 라이벌 경쟁, 경향신문 2022년 9월30일자 14면 참조). 이렇게 미생물과의 전쟁으로 출발한 초기 연구 성과는 미생물학 발전의 추동력인 동시에 ‘미생물=병원체’라는 막연한 적개심을 키우고 미생물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부각하는 빌미가 되었다. 물론 이는 미생물학 황금기를 이끌었던 선구자들이 의도한 결과가 아니었으며, 그들에게 책임을 물을 일은 더더욱 아니다. 감염병 원인 규명과 치료가 최우선 과제였던 당시에는 미생물의 또 다른 모습에 관심을 가질 겨를이 없었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도 감염이 아니라 환경과 생태 관점에서 미생물을 탐구하는 학자가 있었다. 그를 만나러 풍차의 나라로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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