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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균의 노화에서 얻은 단상
작성자 주재석 등록일 24.11.25 조회수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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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분열과 노화

 

인체의 세포가 커져서 나뉠 때마다

유전자는 점점 늙어간다는 사실

염색체 46개 각각 하나의 DNA 사슬

오타가 많으면 글의 질이 떨어지듯

돌연변이 쌓일수록 유전정보는 부실

 

 

생물학 관점에서 보면, 개체의 노화는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부터 이미 시작된다. 인간을 예로 들면, 갓난아기가 어린이를 거쳐 청년으로 자라면서 몸집이 커지는 이유는 그만큼 체세포 수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수많은 세포분열의 결과인데, 문제는 세포가 커져서 나뉠 때마다 유전자가 점점 늙어간다는 사실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본격적인 얘기에 앞서 몇 가지 용어를 짚어보고자 한다. 비유컨대, 지금 입고 있는 옷이 모두 같은 천으로 만들어져 있다고 가정하면, 그 천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DNA이다. 위아래 겉옷과 속옷 따위는 개별 염색체에, 각 옷에 달린 주머니나 단추, 깃 따위는 개별 유전자에 비유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모두 합친 것, 즉 현재 입고 있는 옷 전부가 유전체 또는 게놈(genome)에 해당한다.

 

인간의 46개 염색체는 각각 하나의 기다란 DNA 사슬이다. 각 염색체 양 끝은 특정 염기서열이 여러 번 반복되면서 마무리되어 있다. ‘텔로미어(telomere)’, 우리말로 말단소체라고 부르는 이 부위는 마치 신발 끈의 보호캡처럼 염색체 보호 기능을 한다.

 

얄궂게도 DNA를 합성하는 효소가 이 끝부분을 완전히 복제할 수 없어서 세포분열이 반복될수록 텔로미어가 점점 짧아진다. 예외적인 세포도 있다. 골수나 피부처럼 평생 보충해야 하는 조직의 줄기세포는 텔로메라아제(telomerase)’라는 복구 효소를 한껏 가동하여 텔로미어를 온전히 유지한다.

 

일반 체세포는 텔로메라아제 활성이 없거나 그 수준이 너무 낮아서 DNA 복제 속도를 감당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텔로미어가 일정 수준 이하로 짧아지면 세포는 더 이상 분열할 수 없게 되면서 세포 안에서 여러 변화가 일어난다. 따라서 텔로미어 길이는 세포분열 횟수를 측정하여 세포 수명을 조절하는 계측기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이런 작동원리가 마냥 아쉬운 건 아니다. 무절제한 세포증식을 막아 체세포조직이 비정상적으로 커지지 않게 하여, 암 예방에 이바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부분 암세포는 텔로메라아제 활성이 높다.

 

DNA 복제는 컴퓨터 자판을 두드려 대상 원고의 사본을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 실제로 DNA4개 알파벳(염기)으로 쓰인 긴 글(염기서열)이다. 제아무리 뛰어난 타자수라도 실수로 오타를 내듯이 DNA 복제 효소 또한 아주 드물게 실수를 범한다. 이렇게 해서 DNA 염기서열에 돌연히 변이가 생긴다. 말 그대로 돌연변이. 오타가 많아지면 그만큼 글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돌연변이가 쌓이는 만큼 유전정보가 부실해진다. 이런 맥락에서 거듭되는 세포분열에 따르는 불가피한 돌연변이 축적과 텔로미어 마모가 세포 노화의 주요 유전적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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