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힌 감염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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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주재석 | 등록일 | 24.11.15 | 조회수 | 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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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핵균은 대략 1만년 전쯤에 인체에 침투한 것으로 보인다. 그 정확한 출처는 알 수 없지만, 가축화된 동물이나 사냥감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이 크다. 결핵은 뼈에 흔적을 남기기 때문에 고인류 유골과 사료 분석을 통해 비교적 정확하게 발병 시기를 추정할 수 있다. 현재 가장 오래된 결핵 흔적은 기원전 5000년 무렵에 만들어진 이집트 미라 뼈에서 발견되었다.
흔히 의학의 아버지라고 부르는 히포크라테스가 남긴 기록에도 결핵으로 보이는 질병이 있다. 고대 로마 의사 갈레노스는 폐결핵을 염증성과 궤양성, 잠재성 세 가지로 구분했고, 결핵 환자들을 일정한 생활기준을 마련하여 나폴리 근처 언덕에 따로 살게 했다. 이것이 요양원, 새너토리엄(sanatorium)의 시조로 여겨진다.
이처럼 결핵은 수천년 동안 우리와 붙어살며 꾸준히 인류를 괴롭혀왔지만, 대규모 발병은 없었다. 적어도 18세기 이전까지는 그랬다. 그런데 산업혁명 이후로 유럽에서 도시로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결핵 환자가 급증했다. 위생 개념이 부족했던 시절, 과밀한 주거환경은 결핵균에게 잔치판이나 다름없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결핵균 감염이 발병으로 이어지는, 즉 활동성 결핵이 되는 경우는 10% 정도이다. 건강한 사람은 면역계가 결핵균을 제압한다. 그러나 영양실조에 걸리거나 몸이 약해져 면역기능이 저하되면 그 틈을 타서 결핵균이 나대기 시작한다. 이런 사실을 까맣게 모르던 그 옛날에 열악한 환경에서 살다 보면 속절없이 감염되어 희생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1865년 마침내 첫 돌파구가 열렸다. 프랑스 군의관 빌맹(Jean-Antoine Villemin)이 결핵 환자의 가래에 노출된 실험동물이 결핵에 걸린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로써 결핵이 감염병임이 밝혀졌다. 하지만 원인 병원체 규명까지는 17년이나 더 기다려야 했다. 역사적인 그날 코흐 발표의 핵심 내용은 결핵으로 죽은 동물의 폐 조직으로 현미경 관찰 시료를 제작했는데, 기존 방법으로는 결핵균 염색과 배양이 극히 어려워 새로운 염색법과 배지를 개발해 이를 극복했다는 것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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