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계열모집 총 정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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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인숙 | 등록일 | 21.03.29 | 조회수 | 57 |
■진로를 정하지 못하거나 장래 희망이 바뀌는 것은 청소년기의 자연스러운 성장 과정입니다. 대학 입시에 쫓겨 적성과 흥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학생들이 자신이 선택한 학과를 후회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대학 전공도 미리 경험해보고 결정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런 문제의식에서 일부 대학이 실시하고 있는 게 ‘계열 모집’입니다. 그러나 입학 후 전공 선택 시 희망 전공에서 탈락할 가능성과 학과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대학 생활 적응에 대한 염려로 막상 지원은 망설여집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계열 모집 단위에 포함된 인기 학과를 염두에 두고 ‘일단 들어가고 보자’는 식으로 지원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강점인 듯 약점인 듯 헷갈리는 계열 모집. 계열 모집의 선발 방식, 전공 탐색과 진입 과정 등을 입시와 대학 생활 편으로 나눠 정리해봤습니다. ■계열 모집은 학과 모집과 달리 여러 전공을 학문의 분류에 따라 단일 학부로 편성해 신입생을 모집하는 제도다. 첫 1년 동안 단일 학부 내에서 다양한 교양·기초 과목을 이수해 충분한 전공 탐색의 시간을 제공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되었다. 입시 측면에서 계열 모집의 장점은 상대적으로 모집 정원의 규모가 커 변수가 적고 안정적인 지원이 가능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진로 측면에서도 1년 동안의 대학 생활을 통해 자신의 적성을 확인하고 충분한 전공 탐색 기회를 가질 수 있을 뿐 아니라 다양한 전공에 대한 이해를 통해 복수 전공 계획을 미리 설계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무학과제로 학생을 선발하는 과학기술원을 제외하면 온전한 형태로 계열 모집을 운영하고 있는 대학은 많지 않다. 대부분의 대학들이 한 모집 단위에서 계열 모집과 학과 모집을 병행하거나 정시에서만 계열 모집으로 선발하는 반쪽짜리 계열 모집을 운영 중이다(표 1). 서강대 입학처 강경진 입학사정관은 “서강대의 경우 1차 전형에서는 학과 모집을, 2차 전형과 정시 모집에서는 학부 모집(계열 모집)을 실시한다. 2차 전형과 정시 모집의 계열 모집을 학생 선발의 기본으로 보면 된다. 1차 학과 모집은 기존 학과 유지와 대학 운영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고 전했다. 성균관대 건설환경공학부 진상윤 교수도 “계열 모집만으로 학생을 선발했을 때는 건설환경공학부로 진입하는 학생들 중 의욕이 저하된 학생들이 꽤 많았다. 일부 인기 학부와 의학전문대학원 진학을 고려하는 학생들로 인해 관련 학부 쏠림 현상이 심했기 때문이다. 건설환경공학부가 전공 예약제로 학과 모집을 실시하게 된 이유다. 전공 예약제로 들어온 학생들은 전공에 대한 애착이 강하고 수업 시간에 집중도도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계열 모집만으로 신입생을 선발할 경우 특정 인기 학과로 학생이 몰리는 사태에 대한 안전판이 필요하다는 게 대학의 입장이다. 따라서 과학기술원과 같이 전공별 진입 제한이 없는 완전한 형태의 계열 모집은 당분간 실현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시 위주의 계열 모집 선발이 많지만 수시로 뽑는 대학도 적지 않다. 수시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 선발하는 경우 학과 모집을 하는 대학과 평가 요소와 비율을 달리 가져가는 경우가 많다. 정시 전형에서도 학과 모집과 다른 특징을 찾을 수 있다. ■계열 모집 선발 방법은? 수시에서 계열 모집으로 선발하는 경우 서강대와 덕성여대처럼 전공 적합성을 보지 않는 대학이 많다. 서강대의 서류 평가 및 비율은 학업 역량 50%, 성장 가능성 30%, 인성 20%이다(표 2). 강 입학사정관은 “계열 간 구분이 없어지고 학문 간 융합이 강조되는 시대다. 전공 적합성에 매몰돼 한 분야에서 활동을 집중한 것보다는 다양한 분야에서의 학습 경험을 높이 평가한다”며 “이는 계열 모집이기 때문이 아니라 서강대에서 추구하는 다전공 제도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덕성여대는 2020학년부터 유아교육과와 약학과를 제외한 모든 모집 단위를 글로벌융합대학과 과학기술대학, Art &Design대학으로 나눠 통합 선발하고 있다. 덕성여대 역시 통합 선발의 핵심을 전공 적합성보다는 자기 주도적 역량을 갖춘 인재 선발에 두고 있다(표 3). 성균관대는 서류 평가에서 전공 적합성을 보지만 학업 수월성(250점), 학업 충실성(250점), 전공 적합성(150점), 활동 다양성(150점), 자기 주도성(100점), 발전 가능성(100점)으로 평가한다. 총 1천 점 중 전공 적합성의 비율은 150점으로 낮은 편이다. 전공 관련 활동과 다양한 분야에서의 활동 경험을 같은 비중으로 평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학과 모집과의 합격선 차이는? 입시 전문가들은 전공 탐색 기회를 제공한다는 명분으로 계열 모집을 통해 성적이 더 우수한 자원을 선발하는 것이 대학의 속내라고 풀이한다. 인기 학과 배정을 염두에 두기에 평균적으로 더 우수한 학생이 지원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학생의 입장에서 계열 모집을 선택하는 이유로는 진로가 명확하지 않거나 안정 지원이 필요할 때, 또는 현재 성적은 조금 부족하지만 대학 입학 후 본인이 원하는 전공에 진입하겠다는 각오가 된 경우 등을 꼽았다. 이처럼 대학과 지원자의 동상이몽 속에 계열 모집의 합격선이 결정된다. 인기 학과의 합격선보다는 낮게, 비인기 학과의 합격선보다는 높게 결정될 수밖에 없다. 계열 모집과 학과 모집의 가장 큰 차이는 지원 안정성이다. 모집 단위가 클수록 안정적으로 합격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고 이전의 입시 결과를 따라가는 경향을 보인다. 모집 인원이 적으면 입시 결과에 부침이 있을 수밖에 없다. 서울 경신고 김창묵 교사는 “계열 모집의 경우 합격선이 개별 학과 평균보다는 다소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또 모집 규모가 커 추가 합격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계열 모집은 추가 합격 가능성을 보고 지원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에듀플라자 조미정 대표는 “서울 상위권 대학은 계열 모집이라고 해서 합격선이 절대 낮지 않다. 계열 모집 안에 비인기 학과가 다소 포함되더라도 계열 모집 단위의 인기는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좀 더 직관적인 이해를 위해 성균관대 공학 계열 모집의 합격선을 살펴보자. 성균관대 공학 계열은 기계공학부, 신소재공학부, 화학공학/고분자공학부, 나노공학부, 시스템경영공학부, 건설환경공학부 등 총 6개 학부가 속해 있다.정시 전형 결과 공학 계열의 대학별 환산 점수는 749.03, 전자전기공학부는 750.28, 건설환경공학부는 746.27이었다(표 5). 학과 모집인 전자전기공학부의 합격선보다 1.25 낮고 전공 예약으로 선발하는 건설환경공학부의 합격선보다는 2.76 높다. 전자전기공학부와 건설환경공학부의 평균 합격선(748.275)보다 높은 수준에서 공학 계열의 합격선(749.03)이 결정됐음을 알 수 있다.
■대학 생활이 제2의 입시? 대학에 따라 계열 모집으로 입학한 신입생들이 선택 가능한 전공은 정원 제한이 있을 수도 있다. 이화여대 1학년 최유라씨는 “휴먼기계바이오공학, 화학, 뇌인지과학 중 어떤 전공을 선택할지 고민하던 중 휴먼기계바이오공학기초, 일반 화학 등 전공 기초 과목을 들으면서 어떤 전공이 나와 잘 맞는지 알 수 있었다. 화학 전공을 선택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서강대 계열 모집 선발 역시 실습 기자재가 필요한 아트&테크놀로지 전공을 제외하면 정원 제한 없이 자유롭게 전공을 선택할 수 있다. 인원 제한 없는 전공 선택으로 인기 과목의 수강 신청이 힘들 수도 있다는 우려에 대해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2학년 오경은씨는 “인기가 높은 경제나 심리학 등은 대형 강의가 열려 오히려 수강 신청이 쉽다. 내 경우엔 다전공으로 국어국문학을 선택했는데 논술, 첨삭 등이 필요한 강의는 소규모로 개설돼 수강 신청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성균관대는 전공별 최대 진입 인원을 정해 학생들로부터 1지망 신청을 받고, 1학년 성적을 기준으로 전공을 배정한다. 성균관대 나노공학과 2학년 이동환씨는 “전공 진입 기간에 1지망 신청을 하면 희망 전공별로 본인의 성적 순위를 알 수 있다. 성적 순위는 마감 1시간 전에 비공개 처리된다. 성적이 다소 부족한 학생들은 다른 전공으로 이동하기도 한다. 1지망에서 탈락하면 본인의 희망 순위에 따라 미달 전공에 배정되기 때문이다. 3.5 정도의 성적이라면 대부분 1지망 학과에 진입할 수 있지만, 화학공학과 기계공학은 인기가 많으므로 학점이 조금 더 높으면 안정적으로 진입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성균관대 권영신 입학사정관실장은 “작년 기준 계열 모집의 1지망 학과 진입률은 94.3%였다. 전공별 최대 진입 인원을 다소 탄력적으로 운영해 학생들의 요구를 충분히 반영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덕성여대의 경우 제 1전공은 입학한 단과대학에서만 선택 가능하다. 전공 탐색 과목 이수 여부 40%, 비교과 활동 30%, 1학년 학업 평가 30%(이수 학점 15%+평균 평점 15%)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반영한다. 제2전공의 경우 전공별 제한이 없으며 단과대학 간 교차 지원도 가능하다. 정시에서 전공 개방 모집을 하는 중앙대의 경우 합격자 발표 시 진입 전공 신청을 받고 전공별 희망자 수가 배정 가능 인원을 초과하는 경우 희망 순위별로 입학 성적에 따라 전공을 배정한다. 2학년 진급 시 1학년 진입 전공에서 계속 수학하고자 하는 경우 별도의 신청 없이 전공이 확정되며 다른 전공으로 변경한다면 전공별 기준 정원의 최대 10~20%까지 추가 배정이 가능하다. 전공별 희망자 수가 배정 가능 인원을 초과한다면 희망 전공 요건 충족자에 한해 1학년 전 과목 평균 평점에 따라 배정한다(표 6). 이처럼 전공별 정원 제한이 있는 경우 대학교 1학년이 제2의 입시 기간이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학점과 비교과 활동을 소홀히 하면 희망 전공 진입이 어렵기 때문이다.
■희망 전공 진입 실패 시 대안은? 원하는 전공에 진입하면 더없이 좋겠지만 희망 전공에서 탈락할 경우 대안도 생각해봐야 한다. 대부분의 대학은 복수 전공, 융합 전공, 연계 전공, 자기 설계 전공 등의 다양한 전공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희망 전공에 탈락한 경우 복수 전공을 하기도 하지만 다전공 제도를 이용해 자신의 꿈을 실현하는 학생도 많다. 그러나 2개 이상의 전공을 이수하면 4년 내 졸업이 힘들어져 자칫 학업 기간이 길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에 대해 강 입학사정관은 “졸업 이수 학점이 130이다. 전공 1개당 이수 학점이 36~40이므로, 전공 2개를 이수할 경우 80학점 정도가 필요하다. 전공 외에 교양 필수 등 기타 필요 과목은 나머지 50학점을 활용해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 전공 2개까지는 4년 내에 충분히 졸업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복수 전공을 통해 원하는 전공을 이수하는 것도 좋지만 희망 취업 분야에 맞는 학습 경험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조 대표는 “전공을 살려 취업하기가 쉽지 않다. 이제는 뭘 전공했는지보다 졸업 후 무엇을 할 것인가에 따라 과목을 이수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예를 들어 의류마케팅 분야로 취업을 원한다면 단순히 경영학을 전공하기보다는 의류와 마케팅 쪽 학습 경험을 쌓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학교 적응 문제는? 계열 모집으로 입학한 학생들의 대학 생활 적응을 위해 대학에서는 다양한 제도를 마련해 시행 중이다.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2학년 오경은씨는 “계열 모집으로 입학한 학생들은 섹션(Section)으로 나뉘어 같은 섹션의 학생들과 많이 교류한다. 또 선배들이 멘토가 돼 후배인 멘티에게 도움을 준다. 다른 전공을 선택한 선후배들과 교류할 기회는 많아 사고의 폭이 넓어지는 등 장점이 많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권 입학사정관실장은 “계열 모집으로 입학한 학생들은 20명 정도의 LC(Learning Community)로 나뉘며 각 LC에는 담당 FG(Freshman Guide)가 배정된다. FG는 같은 계열로 입학한 선배들이 맡아 후배들의 학교생활을 돕고 있다. 또 학생들의 희망에 따라 정해지는 가전공 제도를 둬 같은 전공을 원하는 학생들의 모임이 구성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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