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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선택과목과 진로교육
작성자 김인숙 등록일 21.03.29 조회수 79

고등학교 1학년이 2·3학년 때 배울 과목을 미리 결정하는 데 있어 늘 강조되어 왔던 기준은 진로입니다. 2015 개정 교육과정 첫 세대로 올해 수시를 치른 학생들의 이야기에서 확인했듯 어느 정도 진로 방향을 정한 학생들에게는 선택형 교육과정이 날개를 달아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자신의 진로가 무엇인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는 학생들에게는 이 과정이 고역일 수도 있습니다. 선택형 교육과정과 함께 가야 할 또 다른 축으로 실질적인 진로 교육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선택 과목 실제 개설 수 해마다 늘어

올해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전 학년 적용된 해다. 고교학점제 연구학교인 충남 논산대건고는 특히 진로선택 과목이 성취평가제로 전환되면서 2018 입학생(현 고3)보다 2019 입학생(현 고2)부터 선택 과목이 좀 더 다양하게 개설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고등학교의 최종 개설 과목은 교사들의 협의를 통해 어떤 과목들을 선택군 안에 배치할 것인지 정한 후 학생들의 수요 조사를 거쳐 확정된다. 다양한 과목을 개설하더라도 실제 학생들이 선택하지 않는 경우 폐강되는 과목이 나올 수 있다.

2018 입학생의 경우 선택형 교육과정이 처음으로 적용되면서 아직 이해도가 낮을 수 있었고, 진로선택 과목의 성적이 여전히 상대평가로 산출됐기 때문에 이수자 수가 적은 과목을 선택하기에 학생들의 부담이 컸다. 논산대건고의 경우도 선택군 내 과목 개설 비율이 2018 입학생은 74.51%였지만, 진로선택 과목이 성취평가제로 바뀌면서 2019 입학생은 84.02%, 2020 입학생(현 고1)82.78%의 선택 비율을 가진 교육과정 편성표를 완성할 수 있었다.

학교 연합형인 공동 교육과정으로 운영했던 <교육학> <심리학> <철학>은 학생들의 수요가 매년 늘어 학기 집중 이수와 무학년제를 통해 정규 교육과정 안에 편성됐다.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을 최대한 넓히기 위해 일반선택 과목인 과학네 과목을 2, 3학년 무학년제로 운영하기도 했다.

백화점식늘리기보다 실질적 정비

고교학점제 연구학교 3년 차인 경남 함안고 역시 해마다 선택 과목군별 개설 과목이 늘었다. 연구학교 이전에 비해 학교 지정 이수 과목 수는 1학년 때는 공통 과목을 포함해 12과목, 2학년 때는 3과목, 3학년 때는 1과목이었다. 이에 반해 학생이 선택하는 이수 과목 수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18과목, 28과목까지 확대되는 결과가 나타났다.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을 넓혀주기 위해 학기당 집중 이수 교육과정을 편성했고, 소수 학생들이 신청하는 과목은 온·오프라인 공동 교육과정과 소인수 수업 등을 적극 활용해 개설했다. 2018 입학생 때는 학생들의 수요가 적어 개설되지 못했던 <수학과제탐구> <지식재산일반> 등이 2019 입학생 때는 개설될 수 있었고, 2020 입학생 때는 공동 교육과정 등을 통해 <프로그래밍> <현대세계의 변화> <국제경제> 등의 과목도 개설될 수 있었다. 함안고 장소영 교사는 학생들이 선택 과목에 대한 정보를 갈수록 다양한 경로로 접하기도 했고, 그만큼 새로운 과목에 대한 수요가 높아져 개설 과목 수가 늘어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2018 입학생 때 완전 개방형 선택을 기본 틀로 했던 서울 불암고는 첫해 운영 결과를 토대로 교육과정을 지속적으로 정비해나간 경우다. 2019 입학생의 경우 2~3학년 선택 과목을 교과군별로 구분하지 않고 각 선택 과목의 단위 수를 6단위로 통일해 자유롭게 과목을 선택할 수 있는 구조였다.

불암고 최성철 교사는 완전 개방형으로 편성했을 때 가장 우려했던 것은 특정 과목으로의 쏠림 현상이었는데, 선택 과목에 대한 안내와 지도를 집중적으로 진행하면서 전체 과목이 골고루 개설될 수 있었다. 극소수만 선택했던 <영미문학읽기><과학과제연구>를 제외한 모든 과목이 개설됐고, 이전 체제에서는 개설이 어려웠던 <세계지리>15명이 선택해 그대로 개설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2019 입학생부터는 전년 편성의 틀을 기초로 하되 개설 과목을 일부 교체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전문 교과일부 과목들을 편제에서 제외했고, <실용수학> <진로영어> 등은 전공 적합성 평가에서 적절한 과목인지 해당 교과에서 논의를 거쳐 제외하기로 했다. 또 이공계로 지원할 학생들의 선택 폭을 넓혀주기 위해 <공학일반>이 개설됐다. 최 교사는 학생들 입장에서도 너무 많은 선택 과목은 부담스러울 수 있었다. 또 학교 구성원들의 선택형 교육과정에 대한 이해가 높아질수록 단순히 백화점식으로 늘리는 것은 최선이 아니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여전한 과제, ‘진로 미결정학생에 대한 고민

이처럼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을 넓혀갔다는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지만, 3개 학교 운영 결과 보고서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고민은 있었다. 진로 방향을 어느 정도 정한 학생들은 과목 선택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그렇지 않은 학생들에게 선택의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기 때문이다. 몇 가지 설문 결과가 눈에 띈다.

불암고가 2019 입학생의 과목 선택 과정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 8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1학년 때 2·3학년 과목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느꼈다고 답한 학생은 절반에 달했다(그래프). 어려움을 느낀 이유로 대입에서 어떤 과목을 선택하는 것이 좋은지 판단하기 어려워서라고 답한 학생이 32.2%(48)였던 데 이어 진로 미결정 또는 진로가 변경되어서라고 답한 학생이 28.9%(43)였다. 과목 선택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한 37.1%(96)의 학생들은 그 이유로 진로가 확정되지 않아서(19%)’진로가 중간에 변경되어서(14%)’를 꼽았다. ‘수업 방법이나 내용이 생각과 달라서(24%, 24)’도 주된 이유로 꼽혀 진로와 과목 선택에 대한 이해가 선택 단계에서 주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최 교사는 진로와 진학을 고려한 선택형 교육과정에서 과반수의 학생이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교과 내용과 수업 방법에 대한 피상적인 인식 수준과 진로 고민에 더해 수강 인원에 따른 평가의 불리함까지 작용하면서 1학년 때 1차 선택 후 70%의 학생들이 선택 과목을 수정했다. 1학년부터 학생·학부모에게 진로·진학 역량과 교과 교육과정에 대한 이해 역량을 길러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논산대건고가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자신의 진로를 알고 있는지 묻는 질문에 보통이다(60.44%)’ ‘모른다(28.57%)’고 답한 학생이 정확히 알고 있다(2.75%)’ ‘알고 있다(8.24%)’고 답한 학생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했다. ‘모른다고 답한 학생들은 잘하는 것을 아직 찾지 못해서’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계열과 학과에 대한 이해도와 접근성이 떨어진다’ ‘배우고 싶은 과목과 대학 학문, 직업에 쓰이는 지식을 일치시키기 힘들다등을 이유로 들었다. ‘선택 과목을 결정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도 진로를 결정하지 못해서’ ‘진로에 적절한 선택 과목이 무엇인지 몰라서’ ‘과목이 무엇을 배우는지 정확히 몰라서등의 답변이 이어졌다.

논산대건고 박진근 교사는 자신의 진로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답한 학생들도 언제든 진로 변경의 가능성은 품고 있다고 답했다. 고교학점제가 도입될 때 과목 선택 이전에 선행되어야 할 학교 진로 교육의 중요성을 시사하고 있다진로를 아직 생각하지 못한 학생들의 과목 선택을 어떻게 도울지, 진로가 변경될 때 새로운 진로 탐색을 위한 방법과 프로그램은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등 과목 선택권을 넓히는 것뿐 아니라 좀 더 실질적인 진로 교육이 함께 준비되어야 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설문 결과였다고 말했다.


과목 선택권 확대 &진로 교육 강화두 축의 과제로

3개 학교의 경우 실제 과목 선택권 확대와 함께 교육과정을 고려한 진로 교육 강화를 주요 연구 과제로 삼았다.

논산대건고는 <진로와 직업> 수업, ‘창의적 체험 활동진로 시간 등을 활용해 진로 교육을 집중적으로 진행했다. ·무료 진로적성 검사를 제공하고, 1학년 1학기를 진로 집중 학기로 운영하며 코로나19 상황에도 실시간 온라인 교육과정 설명회를 진행했다. 각 교과목이 무엇을 배우고, 계열마다 어떤 과목을 선택하면 좋을지 안내하는 영상을 촬영해 유튜브 공식 채널에 탑재했고, 집중 상담 기간을 운영하며 학생들이 직접 학업 계획서를 작성하게 도왔다.

특색 있는 진로 활동을 운영하는 데도 중점을 두면서 진로 연계 독서 토론, 희망 분야별 소그룹 탐구 활동, 교과서 개념 심화 탐구 발표, ‘머신러닝과 빅데이터 분석등의 창의 주제 활동, 대학 전공 탐색 프로젝트, 단계별 꿈 찾기 프로젝트와 더불어 나는 누구인지 자아 정체성 찾기’ ‘직업 흥미 유형 찾기’ ‘자아 존중감 키우기등의 활동을 병행해 운영한 점이 두드러진다.

불암고는 선택 과목 지도의 큰 축을 창체 진로 시간으로 잡고, 진로 전담 교사 외에 전문적인 진로 전문 강사를 채용해 학생들이 한 학기 동안 꾸준히 자신의 진로를 탐색하고 선택 과목 관련 안내와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수업을 진행했다. 각 선택 과목의 교과서를 미리 살펴보는 것도 이 시간을 활용했다.

함안고 역시 커리어 디자인(Career Design)’을 주요 연구 과제로 잡고 진로 역량 강화를 위한 기반 조성에 주력했다. 연간 5회 이상 진로·진학 집중 상담 기간을 운영하며 교과목별로 담당 교사가 교과와 연계된 직업과 학과를 안내했고, 학생들이 수강 신청 시스템에서 자신의 선택 과목 및 교과서 정보 등을 보관할 수 있도록 ‘CS CARD’를 배부했다.

장 교사는 학생들이 학교 안에서 다양한 진로 탐색 활동을 경험하고 친구들과 진로나 학과 정보를 공유하면서, 2018학년 진로 미결정 학생이 전체의 30~40% 사이로 나타났던 것과 비교해 올해 4월 전교생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4% 미만으로 줄어들었다. 자신의 적성과 흥미가 무엇인지 어느 정도 방향성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을 위한 정책적 보완점을 찾고 있는 연구학교 운영 결과에서 확인했듯 선택형 교육과정이 정착되려면 개별 학생의 진로 성숙도를 고려해 실질적인 과목 선택을 도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과목 선택과 진로 교육은 반드시 함께 가야 할 두 축인 셈이다.

박 교사는 아직 진로가 명확하지 않은 학생들이 1학년 때 3년 동안 배울 과목을 결정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진로를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학생들도 언제든 변경될 수 있다는 점까지 고려해 학교 진로 교육과 과목 선택 과정을 도울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단위 학교를 넘어 교육부, 교육청, 대학, 지자체 등이 협력적 거버넌스를 구축해 함께 노력해야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논산대건고의 교과목 가이드 안내 영상 촬영 장면.

함안고의 3D 개발 진로 체험 활동.

INTERVIEW 1 논산대건고 3학년 김재윤

수학적 모델링 배운 <수학과제탐구>,

환경 정책도 수학으로 보게 됐어요

[이수 과목]

일반선택 과목: 화법과 작문, 독서, 언어와 매체, 문학, 수학, 수학, 미적분, 확률과 통계

영어, 영어, 영어독해와 작문, 물리학, 화학, 생명과학

진로선택 과목: 기하, 수학과제탐구, 물리학, 화학

공동 교육과정 과목: 화학실험

Q 논산대건고는 현재 고교학점제 연구학교로 운영되고 있는데, 어떤 특징이 있다고 느꼈나?

<수학과제탐구> <경제수학> <고급수학> <지역이해> 등 진로선택 과목의 선택권이 인근 학교에 비해 다양하다. 또 공동 교육과정이 활성화돼 학생들이 진로에 맞춰 추가적인 학습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었다.

Q 올해 수시에서 서울대 건축사회환경공학부에 지원했는데, 전공을 결정한 계기가 있다면?

1 때만 해도 질병 문제를 해결하는 생명과학자를 꿈꿨다. 어느 날 미세먼지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미세먼지로 인한 폐암 증가율을 알게 됐다.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곧 질병 문제 해결과 직결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산업혁명과 기술의 발전으로 많은 이들이 혜택을 누리는 것을 보며 과학자보다 기술을 중점적으로 연구하는 공학자에 끌렸다. 미세먼지와 식물성 플랑크톤의 상관관계 실험, 제설용 염화칼슘의 중화반응 실험 등을 설계하고 직접 수행하며 환경공학에 관심을 갖게 됐고, 질병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환경공학자를 꿈꾸게 됐다.

Q 3년 동안 이수한 과목 중 자신의 관심 분야나 진로와 관련해 특별히 선택한 과목을 꼽는다면?

<수학과제탐구>를 이수하며 수학적 모델링을 알게 됐다. 특히 감염병 전파 예측에 쓰이는 ‘SIR 모델을 통해 학교 코로나19 예방 정책의 실효성을 분석하는 활동을 진행했는데, 수학적 모델링으로 실험 없이 논리적인 결과값을 예측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수학적 모델링을 통해 환경 문제 해결책의 실효성을 분석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수학을 통해 환경 정책을 바라보려고 노력했다. ‘미세먼지 제거용 분수의 실효성을 방정식을 통해 분석한 것이 한 예다. 이런 경험은 수학적 모델링 환경공학자라는 구체적인 진로로 이어졌다. 진로와 관련해 가장 특별했던 과목이자, 이 수업에서 배운 수학 실험을 활용해 활동을 이어갔다는 점에서 큰 도움이 됐다.

Q 고교학점제 연구학교로서 논산대건고의 수업과 프로그램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을 꼽는다면?

공동 교육과정 프로그램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학생들이 진로 혹은 관심사와 관련된 추가적인 과목을 이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과목 선택의 폭을 넓혀줬기 때문이다.

Q 수시로 지원할 때 선택 이수한 과목들에 대한 내용을 자기소개서에도 풀어썼나?

자기소개서에 선택 이수한 과목들을 융합해 학습하려고 노력한 점을 어필했다. 예를 들어 <미적분>에서 배운 구분구적법의 원리를 활용해 <물리학>의 무게중심 공식을 적분으로 표현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또 밀도와 구조가 대칭적일 때는 무게중심이 물체의 중간에 위치할 수밖에 없음을 밀도함수와 구조가 대칭적인 상황을 설정한 수학 실험을 통해 나타냈다고 서술했다.

Q 선택형 교육과정이 학생들의 진로 탐색이나 지적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지?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와 연관 지어 과목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 도움이 된다. <수학과제탐구>를 이수하며 진로를 구체화시킬 수 있었기에 전공을 선택하는 데도 유용했다. 또 수학과 과학을 좀 더 깊이 배우는 진로선택 과목을 이수하면서 심화 학습이 가능했다.

다만 선택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있었다. 학생들이 선호하는 과목이 비슷하다 보니 몇몇 과목은 소수 학생만 수강하게 돼 교과 성적에 대한 부담이 컸다. 실제로 내신 때문에 듣고 싶은 과목 대신 인원수가 많은 과목을 수강하는 학생이 적지 않았다.

Q 2015 개정 교육과정에 이어 고교학점제가 도입된다면 학생들 입장에서 어떤 정책적 뒷받침이 가장 필요하다고 보나?

학생들이 상대평가로 인한 성적 부담 때문에 듣고 싶은 과목 대신 인원수가 많은 과목을 수강하는 것은 선택형 교육과정의 기대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선택 과목의 경우 석차등급 산출 없이 이수할 수 있도록 해야 인원수에 상관없이 원하는 과목을 부담 없이 결정할 수 있다. 평가 체계도 함께 바꿔야 선택형 교육과정이 학교 현장에서 제대로 이루어질 것이다.

INTERVIEW 2 함안고 3학년 손현우

음악학 전공에 필요한 철학적 사유,

윤리·철학·사회학 공부하며 쌓았어요

[이수 과목]

일반선택 과목: 독서, 문학, 언어와 매체, 화법과 작문, 수학, 수학, 확률과 통계, 영어,

영어, 세계지리, 동아시아사, 정치와 법, 윤리와 사상, 한국지리, 사회·문화, 생활과 윤리,

지구과학, 일본어, 체육, 운동과 건강, 음악, 미술, 교육학, 환경, 철학, 논리학

진로선택 과목: 스포츠 건강, 심화국어, 실용수학, 심화영어독해

Q 함안고는 현재 고교학점제 연구학교로 운영되고 있는데, 어떤 특징이 있다고 느꼈나?

인근 학교와 비교했을 때 선택할 수 있는 이수 과목 수가 굉장히 많았다. 2~3학년 동안 이수하는 탐구 과목만 8과목 정도였고, <철학> <교육학> <환경> 등 교양 과목들까지 다양하게 이수할 수 있었다. 인문, 자연 계열과 상관없이 원하는 선택 과목을 골라 들을 수 있어 과학과 사회 과목을 병행하기도 했다.

Q 올해 수시에서 서울대 작곡과 이론 전공에 지원했는데, 전공을 결정한 계기가 있다면?

솔직히 작곡과 이론 전공이 취업을 하거나 직업을 찾는 데 있어 경쟁력 있는 전공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한때 음악 교사를 꿈꿨기에 학생들에게 클래식 음악 등을 비롯해 여러 음악들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러던 중 왜 같은 음악을 듣고도 누군가는 지루하고 난해하게 느끼고, 누군가는 아름다움을 느끼는지 같은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답이 궁금해졌다. ‘음악예술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공부해보고 싶었고, 이런 공부와 사유를 바탕으로 후에 음악 교육의 문제점을 찾아 커리큘럼을 수정하거나 대중들이 음악을 주체적으로 향유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더 큰 꿈을 갖게 됐다.

Q 3년 동안 이수한 과목 중 자신의 관심 분야나 진로와 관련해 특별히 선택한 과목을 꼽는다면?

내가 지원한 대학의 작곡과는 작곡 전공과 이론 전공으로 나뉜다. 작곡 전공은 말 그대로 작곡을 하는 곳이고, 이론 전공은 작곡이라기보다 음악학을 배우는 곳이다. 음악미학, 음악철학, 음악사회학 등의 학문을 배우기에 실기가 있긴 하지만, 다른 음대에 비해 실기 비중이 낮고 학문적 능력을 굉장히 중시한다. 그만큼 인문학적 성격이 강하다.

인문학은 여러 영역이 유기적으로 연관되기 때문에 다양한 과목을 수강할 수 있었던 것이 작곡과 이론 전공을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됐던 것 같다. 음악학의 특성상 철학적 사유 능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탐구 과목 중 윤리 관련 과목들과 교양 과목 중 <철학>, 방과 후 자율 선택으로 이수했던 여러 프로그램 중 사회학등이 특히 도움이 됐다.

Q 고교학점제 연구학교로서 함안고의 수업과 프로그램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을 꼽는다면?

방과 후 실시한 프로그램 중 사회학수업이 기억에 남는다. 사회학에 관심 있는 10명 미만의 학생들이 모여 수업을 들었는데, 입시를 위한 내용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었다. 다양한 주제로 토론하며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이런 다양한 경험과 폭넓은 지식들이 모두 자기소개서와 면접의 풍부한 재료들이 됐다. 나의 학생부에 개성을 담는 데도 도움이 됐는데, 이런 경험이 대입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을 후에 깨달았다.

Q 선택형 교육과정이 학생들의 진로 탐색이나 지적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지?

다양한 수업과 활동을 통해 많은 영감을 받았다. 1학년 때는 방과 후 피아노 과목을 이수하기도 했고, 음악 공연을 보러 가는 등 비교적 주목 받지 못하는 예체능 계열도 학교 안에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었다. 일제강점기 당시 밀양의 독립운동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었던 문학·역사 기행 준비 과정이나 동아리마다 부스를 만들어 학생들에게 동아리 활동 관련 직업 체험 등을 알리는 내리사랑 멘토링’, 뮤지컬 공연을 학교로 초청하고 버스를 빌려 음악 공연을 관람하러 가는 활동 등은 모두 내게 영감을 준 경험들이었다.

다만 처음 과목을 선택할 때 시수를 고려하는 과정이 조금 어려웠는데, 선생님들께서 차근차근 설명해주시고, 한 명 한 명 과목 선택을 도와주셔서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Q 2015 개정 교육과정에 이어 고교학점제가 도입된다면 학생들 입장에서 어떤 정책적 뒷받침이 가장 필요하다고 보나?

여러 과목이 개설되면서 기본적으로 과목당 학생 수가 줄어들었다. 높은 등급을 받을 수 있는 학생 수도 더 줄어들면서 최상위권 학생들이 이수자 수가 적은 과목에 몰릴 경우 승자 없는 경쟁이 일어나기도 했다. 학생들이 자신의 선택 의지 때문에 피해를 받지 않게 하려면 이를 위한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

   내일교육-도움말 박진근 교사(충남 논산대건고등학교장소영 교사(경남 함안고등학교최성철 교사(서울 불암고등학교)사진 충남 논산대건고등학교·경남 함안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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