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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안초] 렌즈로 세상 보며 꿈 키우는 아이들
작성자 청안초 등록일 23.05.30 조회수 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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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특집 : 우리학교·우리마을이 달라졌어요~ - 충북 괴산 청안초등학교 ‘예술꽃 씨앗학교’

5월의 어느 날 아침, 충북 괴산 청안초등학교 5학년 1반. 학생들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카메라를 쥐고 교실 곳곳을 촬영한다. 목에 카메라를 걸고 친구의 사진작품에 대해 이런저런 평을 내놓는다. 또 사진에 숨겨진 의미에 대한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최근 청안초는 세대공감프로그램의 하나로 마을어르신 20명을 학교로 초청해 ‘장수사진콘테스트’를 진행했다. 학생들은 이 자리에서 자신의 사진실력을 마음껏 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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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괴산 청안초등학교 ‘예술꽃 씨앗학교’ 수업에 참여하면서 카메라를 소지하게 된 5학년 학생들이 사진촬영에 열중하고 있다.

순간포착에 숨겨진 의미 찾으며 친구·이웃과 세대 초월한 소통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4년간 4천만원 지원해 특색교육 뒷받침


바비큐에 곤충채집… “농촌학교라서 즐거워요”
지난해 충북 괴산 청안면으로 이사 온 윤소윤(11)·이나라찬(10)은 선비마을에서 생활하는 이웃사촌이다. 여전히 아침에 일어나서 등교 준비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도시에 있을 때보다 학교 가는 길이 즐겁다. 집에서 청안초까지 240m. 걸어서 5분이면 도착하기에 바쁜 아침시간을 1분이라도 아낄 수 있어서다. 이제는 보도블록이 아닌 흙길을 걸어가는 등굣길도 꽤 익숙하다.
천연기념물이자 1천년이나 산 은행나무가 자리한 청안초 운동장에서 반 친구들과 뛰어놀고 나무그늘에서 숨을 고를 때면 더위도 잠시 잊는다. 몸이 불편한 친구, 피부색이 다른 친구들과 사진을 촬영하고, 생각을 나누다보니 세상을 보는 눈도 커졌다. 친구들과 마음의 거리를 좁혀준 사진수업에서 오늘은 어떤 풍경을 자신의 카메라에 담아볼지 기대된다.
소윤은 마당에서 바비큐를 하고 모닥불을 피우는 주말 팜파티 시간이 기다려진다. 경기도 오산에서 일하는 아빠가 주말에 선비마을로 와서 구워주는 고기가 가장 맛있다고.
나라찬은 반려곤충을 기른다. 뒷산에서 잡은 사슴벌레가 채집통에서 커가는 과정을 관찰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 도감에서만 봤던 곤충들을 집밖으로 나가면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손바닥에 용감하게 사슴벌레도 올려보고 곤충일기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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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벌레를 이웃에게 자랑하고 있는 이나라찬(사진 왼쪽에서 두번째)

생활 인프라·지리적 특성 ‘만족’…‘병원’은요?
충북 괴산 청안면에 39세 이하 청년인구가 유입되면서 마을에 활기가 돌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청안면 읍내리 566 일원에 농림축산식품부 청년농촌보금자리조성사업으로 보금자리주택(선비마을)이 건립되면서 외지인들의 유입이 늘고 있어서다.
보금자리의 입주자격은 19~39세 이하 세대주로서 아동을 1명 이상 둔 가정이다. 무엇보다 선비마을의 저렴한 임대료는 아이를 키우는 입주민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준다. 4인 가족 기준 월21만원이나 25만원을 내면 신축 단독주택에서 최장 10년 동안 생활할 수 있다.
소윤의 엄마 전경자(42)씨는 “선비마을이 들어서고 편의점이 생겼다”며 “인근에 대형카페와 식당이 있어서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고 산다”고 말했다.
청안면의 지리적 이점을 주목할 만하다. 행정구역상 괴산읍·면에 속했지만, 충북 증평까지 4㎞ 남짓 가까워 선비마을 입주민들의 생활권이 증평에 집중돼 있다. 입주민인 학부모들은 자가용으로 아이들과 수시로 증평을 오가며 대형마트, 영화관, 카페, 식당에서 단란한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병원이 멀리 떨어져 있어 불안할 때도 있다. 괴산에는 소아과가 없고 증평에만 한 군데 있다.
한 입주민은 “요즘 같은 환절기에는 아이들이 감기에 걸리기도 하는데…, 그래도 자동차로 20㎞를 내달리면 청주에 충북대학교병원, 청주성모병원 등 종합병원으로 갈 수 있어 조금 위안이 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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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충북 괴산 선비마을로 이주한 (사진 왼쪽부터)전경자·윤소윤 모녀와 이나라찬·최가희 모자

전교생 40명 중 토박이 학생 단 7명으로 이주학생 증가세
‘선비마을’ 생활 인프라·아이돌봄 해결로 도시민에 인기


증평초와 공동학구로 폐교위기 극복
선비마을에 입주한 36가구 중 절반 이상의 18가구 자녀들이 지척에 있는 청안초에 다닌다. 청안초 전교생은 40명 안팎. 이 중 3명은 특수아동이다. 지난해에는 5~6명이 특수아동이나 다문화가정이었다. 오래 전부터 청안면은 다른 읍·면에 비해 결혼이주여성이 많이 유입돼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전교생의 20%를 차지했다고. 이에 충북도교육청이 청안초를 다문화교육정책학교로 지정, 연간 300만원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청안초 역시 저출생·인구감소 여파를 피해갈 수 없다. 학생 수가 크게 감소하면서 지난 2019~2020년 존폐 위기를 겪었다. 청안초는 충북도교육청에 도움을 청해 지금의 공동학구제도를 활성화하게 됐다.
장유진 청안초 교감은 “학생 수가 1천명이나 되는 증평초의 공동학구로 청안초가 지정되면서 증평지역 학부모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작은 학교만의 특색사업을 발굴해야 했다”며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연계한 ‘예술꽃 씨앗학교’를 신설하고, 진로탐색교육으로 사진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 특색 있는 교육을 희망하는 수요가 일어나 증평초에서 청안초로 전학 온 학생이 14명에 달했다.
장 교감은 “아이들이 카메라를 하나씩 가질 수 있고, 자신만의 사진도 찍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과 기대를 안고 청안초를 찾는 것 같다”면서 “학생들이 사진촬영 기술을 연마하면 미디어의 이해를 높일 수 있고, 디자이너 등의 직업을 꿈꿀 수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고 말했다.
농촌과 농촌학교의 현실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예술꽃 씨앗학교를 실시하면서 청안초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으로부터 4년간 4천만원의 지원금을 받는다.
외지에서 선비마을로 유입된 학생과 증평지역에서 건너온 학생들을 빼고 나면 청안면에서 태어나 청안초에 다니는 토박이 학생은 단 7명이다.
장 교감은 “학생이 7명이면 폐교 위기를 극복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청년보금자리주택으로 선비마을이 조성되면서 인근 학교들이 수혜 대상이 됐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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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안초 학생들이 마을어르신 초청 행사 ‘장수사진콘테스트’에서 사진촬영을 하는 모습

학부모들 ‘방과 후 학교’ 운영에 만족감
청안초에서는 충북도교육청의 ‘찾아가고 싶은 농산촌특색학교’ 운영을 통한 1천만원의 지원금으로 방과 후 수업을 강화했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오후 4시까지 돌봐주고, 이후에는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괴산명인교육센터에 맡겨 학부모의 육아 부담을 덜고 있다.
최가희 청안초 학부모회장은 “실질적으로 아이가 집에 돌아오는 시간은 오후 6~7시인 경우가 많다”며 “‘방학에 아이 맡길 곳이 없다’고 증평엄마들도 걱정하는데, 방학에도 청안초 방과 후 학교와 명인교육센터가 운영된다”고 강조했다.
그뿐만 아니라 청안초는 충북도교육청의 ‘울림·열림·나눔의 지역문화예술학교’를 통해 문화 인프라가 부족한 농촌학교 특성에 맞춰 예술인 초청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여기에 더해 ‘두드림학교’ ‘더배움학교’로 기초튼튼교실을 운영, 기초학력 증진을 도모하고 있다.
한때는 농촌지역에 맞춘 작은 학교의 특색사업으로 선비마을의 입주민 추가모집 경쟁률이 치솟기도 했다.
최가희 학부모회장은 “최근 개인사정으로 1가구가 퇴거했는데, 경쟁률이 10:1이라서 금방 자리가 찼다”며 “새 입주민은 자녀가 3명인데, 지원자가 많아도 그중에서 다둥이를 우선 선발한다고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일부에서는 아이들이 어릴 때는 농촌에 살아도 대입을 준비하는 고등학생이 되면 결국 농촌지역을 떠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없지 않다. 더 나아가 농촌학교가 특색교육에 치중한 나머지 국·영·수 과목의 기초교육이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입주민 윤모씨는 “예술교육이 대세가 되다보니 청안초 교사들이 수업 준비하느라 바쁘다”며 “학생들이 필수교과도 잘할 수 있도록 관심을 더 가져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정부와 교육청, 지자체가 농촌 인구유입에 공들인 만큼, 대입 준비로 교육이 중요해지는 시기에 인구유출이 되지 않도록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출처 : 농촌여성신문(https://www.rw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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