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툇마루가 되는 일
작성자 권혜정 등록일 10.05.31 조회수 297
 

툇마루가 되는 일

안도현


혼자 방에 엎드렸다가 누웠다가 벽에 좀 기대어 있어봐도

시는 안되고,

여자든 술이든 어쨌든 귀찮다는 생각한 나는 오후,

나는 툇마루로 나갔다.


나는 맨발이었고,

마루를 밟는 발바닥이 따뜻했다

아버지가 군불 때고 들어와 내 어린 발을 잡아주시던

그 옛날 같았다


그러다가 문득 아득해져서, 나 혼자밖에 아낄 줄 모르는 나도

툇마루가 될 수 있나,

생각했다


툇마루가 되어서

누구에게 밤하늘의 별이 몇 됫박이나 되는지 누워 헤아려보게 하나,

언제쯤이나 가지런히 썰어놓은 애호박이 오그라들며

말라가는 냄새를 받쳐들고 있게 되나,

자꾸 생각하게 되었다


때로는 빗물이 훌쩍이며 콧물을 찍어바르고 가고

때로는 눈발이 비칠거리며 찾아와 흰 페인트질을 해놓고 가고

때로는 햇볓이 턱하니 한나절 동안 걸터앉아 가는 툇마루가 되나,

나는, 하면서

자꾸자꾸 생각하다보니


그게 뭔가 될 것도 같았다

그렇지만 아직도 잘 모르겠다




☞ 이 시를 읽으며 적어도 우리 아이들에게만큼은 툇마루 같은 사람이 되어야겠다하고 다짐해봅니다.


-나팔꽃반 친구들에게 기쁨을 주는 존재가 되고 싶은.. 나팔꽃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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