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가 자라는 것은 - 김종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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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한윤정 | 등록일 | 10.12.08 | 조회수 | 329 |
어린이가 자라는 것은
김종만
어린이가 자라는 건 시험지로는 모른다 국어 산수 사회 자연 날마다 꼬박꼬박 해 오는 숙제로도 모른다 줄 잘 서고 발 맞추고 누가 누가 잘 하나 서로 미워하고 시기하게 하는 저축, 통지표, 교과서의 지식들 이 모든 것들이 담긴 어리이들의 책가방 어린이가 자라는 것은 어느 것으로도 모른다.
다만 어린이가 오늘도 자라고 있다는 것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얼굴을 스치는 바람으로 알 수 있다 저녁이면 서산 마루를 붉게 물들이다 밤이면 검게 사그러지는 노을빛으로 알 수 있다
어린이가 크고 있다는 건 씨를 받아 뿌리지 않아도 우리 땅 언덕마다, 길가마다 약속도 않고, 보호도 안 받아도 저절로 싹이 나고 꽃이 피는 민들레, 제비꽃, 채송화, 여뀌 이런 풀꽃들이 저마다의 몸짓으로 자라고 있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오늘도 한치 한치 커가는 것은 아무렇게 놔 두고 가지를 치지 않아도 마을마다, 학교마다, 뒷동산마다 저렇게 튼튼히 서서 자라는 느티나무, 후박나무, 낙엽송, 노간주나무. 이런 이름으로 알 수가 있다.
아니다 아니다, 이것뿐이 아니다 어린이가 자라는 것은 어린이들이 숨차게 밟아 온 저 운동장의 팍팍하고 단단한 메마른 흙으로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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