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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잎사귀 뒤쪽 마을 - 안도현
작성자 한윤정 등록일 10.05.26 조회수 234

      나무잎사귀 뒤쪽 마을

                                            - 안 도 현





없는 거 빼고 다 있단다

나무 잎사귀 뒤쪽 마을에는

달팽이가 기어다니는 길이 있고

(과속 단속하는 교통경찰은 없고)

달팽이가 아침마다 물 긷는 우물이 있고

그 우물가에는 아기 무당벌레의

기저귀를 빠는 엄마 무당벌레가 있고

(일회용 기저귀를 쓰지 않고)

나비가 소나기를 피해 잠깐 쉬어가는

간이 휴게소가 있단다



나무 잎사귀 뒤쪽 마을에는

학교도 안 가고 자기 집 베란다에서

하루종일 그네를 타고 노는 거미가 살고

(거미는 물론 과외를 받은 적 없고)

형제끼리 다투다가 회초리 맞고

종아리 빨갛게 된 고추잠자리가 살고

밤마다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험상궂은 불나방 아저씨가 살고

(아저씬 밤늦게 고래고래 소리 지르지 않아)

그 옆집에는 땅을 자로 재며 기어다니는

자벌레 영감이 혼자 산단다



(자식 없고 가난해도 모두들 존경하지)

나무 잎사귀 뒤쪽 마을에는

앞다리가 날카로운 사마귀와

고약한 냄새로 적을 물리치는 노린재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애쓰고 있고

최선을 다해 하루를 살다가 죽는

하루살이의 무덤이 있고

(그 근처에는 고요한 절과 교회담이 있고)

무덤 옆에는 또 수많은 벌레의 알들이

마을의 새로운 주민이 되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단다



나무 잎사귀 뒤쪽 마을에는

정말이지 없는 것 빼고 다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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