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선생님 보은이 고향인 김삼현 선생님은 16년 전 보은고로 부임하면서 고3 담임만 12년을 맡았다. 오랜 기간동안 입시반 담임을 맡으면서 서울대를 비롯해 우수대학 진학 학생들을 많이 배출했지만 학생들 스스로 잘해서 얻은 결과라며 손사래를 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제자가 있어요" 1학년 담임 시절, 그림을 곧잘 그리던 학생을 3학년이 돼서 다시 만났다. 하지만 미술학원을 다닌 적도, 미술관련 전문수업을 받은 적도 없었던 그 학생은 꿈을 포기하고 일반대학에 진학하려 했다. "해보지도 않고 포기해선 안된다"며 그 학생과 미대 진학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전국 미대 중 실기 비율이 적은 대학을 선택한 다음, 허름한 미술실에서 집중적으로 그림연습을 시작했다. "실기시험을 마친후 버스를 타고오면서 한동안 울었다고 하더라구요" 다른 학생들은 제법 폼나는 검은색 미술도구 가방을 가지고 시험장에 들었지만, 그 학생은 헝겊에 연필과 붓을 둘둘 말아 시험장에 들어선 것이다. 그렇게 주눅이 든 가운데 치룬 시험이지만 결과는 합격. "지금도 그 학생과는 매년 스승의 날이면 만나고 서울로 가기 전에는 수시로 만났죠"라며 진학지도를 맡으며 함께 꿈을 일궈간 학생이 눈에 선한 듯 잠시 상념에 잠긴다. 그는 교사로서 가지는 가장 중요한 자세를 '소통과 신뢰'라고 생각한다. "중고등학교를 보은에서 나왔기 때문에 보은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죠. 아이들을 보면 안타까울 때가 많아요. 그럴 때마다 격려의 말을 하죠" 그러나 격려의 말이 소통과 신뢰가 없으면 아이들에겐 잔소리가 될 뿐이다. "담임 첫시간에 하는 말이 있어요. 아빠라고 부르라고" 그렇게 가족처럼 시작된 끈끈한 정은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데 커다란 자양분이 되고, 10년이 지난 지금도 첫담임을 맡았던 아이들과 매년 봄가을로 1박2일 모임을 하는 그의 모습에서 제자들에 대한 사랑과 믿음이 짐작된다. #나만의 박물관 김삼현 선생님은 걸어다니는 역사책과 같다. 그와 관계를 맺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역사가 그의 기록과 자료속에 담겨 있다. 그는 반 아이들의 모습을 매일매일 기록으로 남겨 '우리들의 고3 이야기'라는 책을 만들어 졸업할 때 한권씩 나눠주기도 했다. 책을 받은 아이들은 학창시절의 추억을 책 한권으로 기억될 수 있으리라. "올해는 제가 기록하지 않고 아이들이 돌아가면서 기록했어요" 3학년 1반 달력에 빼곡하게 적힌 이름이 책의 역사와 같다. "저 혼자 기록할 때보다 아이들의 시선이 다양하게 그려져 있어 훨씬 좋은 결과물이 나올 것 같아요" 뿐만 아니다. 그가 지도하고 있는 '지오라이프(지리답사 동아리)' 활동도 책으로 엮어 5권에 이른다. 그는 아이들과 언제든지 지리답사를 떠날 수 있도록 차량도 6인승으로 바꿨다. "고성, 남해, 서천, 단양 등... 아이들 발길이 닿은 곳을 보고서와 사진으로 기록하죠. 축제 때에는 사진전도 열어요" 얼마전에는 영동에서 마지막 열차를 타고 부산을 다녀오기도 했다. "다녀오고 나면 체력이 바닥나서 다음에는 안가야지 하면서도 매년 반복하고 있네요" 그의 열정은 아이들에게 다양한 견문을 넓히고 새로운 꿈으로 이어진다. 그에게는 꿈이 있다. "고향집을 리모델링해서 나만의 박물관을 만들고 싶어요. 우리 자녀들이 자라서 자신의 성장기를 되돌아보고, 제자들이 방문했을 때에도 언제든 추억을 되살리는 나만의 역사박물관을 만들고 싶어요" 그의 말속에서 사람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 전달된다. 그와 인연을 맺었던 모든 사람들이 소중하기에, 한걸음 한걸음 그들의 발자취를 오늘도 소중하게 기록하고 간직하는 것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