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과자요 떠돌이 신세인 응칠은 추수때에 송이 파적이나 하는 만무방이다. 깊은 산골 어느 가을날, 시장기를 느껴 송이를 먹던 응칠은 고기 생각이 나자 근처에 돌아다니는 닭을 잡아 먹는다. 숲에서 나온 응칠은 성팔이를 만나 응오네 논의 벼를 도둑 맞았다는 말을 듣고 성팔을 의심한다. 응칠이도 5년 전에는 처자식이 있던 성실한 농군이었다. 빚을 갚을 방법이 없어 한밤중에 도망을 나와 구걸로 연명하다가 아내의 제안으로 헤어진 뒤부터 절도와 도박 등으로 살아가다가 감옥까지 드나들게 되었다. 그러다가 동기간이 그리워 아우 응오네 동네로 들어오게 된 것이 한달전이다. 응오는 순박하고 성실한 모범 농군이었지만, 피땀 흘려 농사를 지어도 장리쌀 등을 제하고 나면 남는 것이 없고 도리어 빚만 늘어가게 되자. 올해는 벼를 베지 않고 있었다. 병을 앓아 송장 같은 아내에게 약을 달여 먹이던 응오는 응칠을 보자 아내를 위해 산치성 드릴 것을 의논해 온다. 이런 상황에서 베지도 않은 논의 벼를 도둑맞자 전과자인 자신이 도둑으로 몰릴 것을 예상한 응칠은 오늘 밤 도둑을 잡은후 마을 을 떠나가기로 결심 한다. 산길을 오르다 바위 굴 속에서 노름판을 발견한 응칠은 노름판에 잠시 끼었다가 서낭당 앞 돌에 앉아 덜덜 떨며 도둑을 잡기 위해 잡복한다. 닭이 세 홰를 울때, 복면을 한 그림자가 나타나 벼를 훔치는 것을 보자, 응칠은 격투 끈에 도둑을 잡아 복면 을 벗기고 망연자실한다. 범인을 다름 아닌 응오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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