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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김동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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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길(해석)
작성자 김동윤 등록일 15.11.04 조회수 42
아침 일찍 잠에서 깨어났다. 이불 속에서 약간 뒤척이다가 마지못하는 듯이 일어났다. 목뒤를 주무르며 창밖을 보는데 간밤에 약간 비가 왔는지 숲에 촉촉이 이슬이 맺혀있었다. 그 광경에 놀라 잠에서 완전히 잠에서 깨어 밖으로 나갔다. 살랑거리는 바람이 시원하게 맴돌았다. 뜰을 거닐며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이 숲 전체가 내 뜰이긴 하지만, 저 뒤편에 남아있는 풍경들은 오늘의 나머지를 위해서 남겨두기로 했다.​
(이 숲 전체가 내 (인간) 사냥터이긴 하지만, 저 뒤편에 남아있는 사람들은 오늘의 나머지를 위해서 남겨두기로 했다).
새삼스럽게 오두막 앞에 피어있는 꽃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얼마나 보고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부엌으로 돌아가 아침을 준비했다. 냉장고를 열어서 재료를 확인했다. 당근, 양파, 치커리 모두 싱싱했다. 다만 어제 먹다 남은 고기(인간의 팔뚝)에 도톰한 힘이 없는 게 좀 더 오래 두면 상할 것처럼 보였다. 내일까지 다 먹어야겠군. 그렇게 생각하며 냉장고를 닫고 찬장에서 도마를 내왔다. 채소를 썰다가 문득 오늘 하루는 좀 호사를 부려도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어서, 다시 냉장고로 돌아가 고깃덩어리를 꺼냈다. ​다시 봐도 (내) 팔뚝보다 큰 것 같았다. 몸무게 생각이 순간 스쳐 지나갔지만 하루 정도라는 생각으로 가볍게 넘겼다. '저건 팔뚝보다 크지 않아. 그래, 딱 팔뚝만 하다고 치자. 원래부터 그랬는걸.'(
'저건 내 팔뚝보다 크지 않아. 그래, 딱 내 팔뚝만 하다고 치자. 원래부터 팔뚝이였는걸.')
 물이 끓는 동안 아무 의미 없이 시계를 바라보았다. 물이 끓는 순간을 정확히 맞추려면 얼마나 기다려야 할까? 아마 시계를 보고서는 절대 모를걸. 마음먹고 차린 상은 언제나 그렇듯 맛있었다. 고기는 뼈까지 발라서 다 먹었다.
 
뼈다귀와 고기에 딸려온 또 다른 것들을 자루에 담아 묶었다.
(뼈다귀와 고기에 딸려온 옷자루, 소지품들을 자루에 담아 묶었다.)
 아직은 멀쩡한 배를 바라보면서 잠시 걱정하는 시간을 가졌다. 늘 그렇듯, ​'그에 상응하는 운동을 필연 하고 있으니 괜찮다'라는 변명으로 무마되었다. 무의식적으로 옷에 묻은 빨간 얼룩을(사람의 피)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는데 그것 때문에 재미있는 생각이 났다. 어렸을 때는 손톱에 꽃물을 들이곤 했었지. 실없는 생각이었지만 지금도 못할 건 없다고 입을 비죽거리곤 벌써 시간을 들여 손톱에 물을 들일 준비를 다 해놓고 있었다.
 
보랏빛 꽃님 손바닥 하나 꺾어서 이파리를 뜯어 곱게 빻았다.
(보랏빛 손바닥 하나 잘라서 손가락을 뜯어 곱게 빻았다.)
시큼한 냄새가 났다. 옛날처럼 왼손 중지부터 새끼까지 세 손가락을 물들이려고 했는데 생각해보니 이것들을 손에 고정시킬 만한 것이 없다. 약간 모양 빠지는 것 같았지만 목장갑 속에 젓가락으로 한 자밤씩 집어넣고 고무줄로 묶어두었다. 그래도 나름 재치있게 해결해낸 것 같아 만족스러웠다.
 
생략
 
낯익은 감각에 뒤를 돌아보자 이곳을 향하는 올망졸망한 눈을 볼 수 있었다.
(낯익은 감각에 뒤를 돌아보자 이곳을 향하는 어린아이의 시선을 볼 수 있었다.)
그리움은 다람쥐보다도 더 귀한 것이었다. 순수한 모양이 감탄스러워 서둘러 주워들고 강물에 씻었다.
(순수한 모양이 감탄스러워 서둘러 유괴하고 강물에 익사시켰다.)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아련함에 쓰다듬으니 으레 심술을 부리던 강물의 거품도(익사하면서 뿜어낸 공기거품)도 물러나 함께 애틋해했다.
 
손을 놓았다. 다정한 그 모습이(어린아이의 익사한 시체)가 강물을 타고 흘러가기 시작했다. 다시 삽을 등에 메고 물병을 챙겨 섰다. 휘파람을 불어보려 했지만 왠지 슬픈 마음이 들어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쉽사리 발을 떼지 못하고 뒤돌아보자, 폭포 끝에 걸린 그것이(어린아이가) 손을 뻗어 배웅하고 있었다. 입을 벌리고 웃으며 끝없이 이어질 길을 응원하고 있었다.
 
나도 웃었다. 소리 내어 웃었다.
 
 
 
소름돋지 않는다면 조금 이상한 사람인가?   아닐지도
뭐 시험으로 한번 써본건데 괜찮을 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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