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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조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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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아름 등록일 15.06.05 조회수 52
구두 한 켤레

장보기를 마치고 돌아온
구두 한 켤레에는
하나라도 더 먹이고 싶어 돌아다닌 마음이 들어있다
하나라도 더 사주고 싶어 돌아다닌 걸음이 들어있다

내 눈은 멀어
구두 한 켤레가 닿일 대로 닿은 것을 보지 못했을까
내 마음은 멀어
구두 한 켤레에 담겨진 마음의 의미를 보지 못했을까
내 귀는 멀어
구두 한 켤레에 담겨진 발자국 소리를 듣지 못했을까

이제라도
신발장에서 오랫동안 먼지에 둘러싸여 있던 구두닦이를 꺼내어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열심히 문질러 본다
문지르면 문지를수록 닳아서 없어지는 것이 구두의 표면이라면
문지르면 문지를수록 닳아도 없어지지 않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을

난 왜 이제껏 살면서 깨닫지 못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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