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차중에서 생긴 일이다. 나는 나와 마주 앉은 그를 매우 흥미 있게 바라보고 또 바라보았다. 두루마기 격으로 일본 옷을 둘렀고, 그 안에서 옥양목 저고리가 내어 보이며, 아랫도리엔 중국식 바지를 입었다. 그것은 그네들이 흔히 입는 유지 모양으로 번질번질한 암갈색 피륙으로 지은 것이었다. 나는 대구에서 서울로 오는 기차 안에서 동석하게 된 기묘한 사나이와 대화를 나누게 된다. 그는 동양 3국의 옷을 한 몸에 감은 듯한 기이한 복장을 하고 있었다. 일본 옷과 옥양목 저고리와 중국식 바지를 입은 그는 '3국' 편력을 은근히 암시하며 일본말도 곧잘 하거니와 중국말에도 그리 서툴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우리 옆에는 각각 중국인, 일본인이 앉아 있었다. 나는 처음에는 그에 대하여 경멸적인 태도를 가지나, 그의 찌든 모습에 동정적으로 변하고 호기심을 느껴 그의 지난 일들을 듣게 된다. 냉랭하게 바라보았던 나의 태도에 대하여 스스로 미안한 마음도 갖게 된다. 그는 고향에서 남부럽지 않게 살았으나 9년 전 일제의 착취로 농토를 빼앗기고, 일제의 핍박과 수탈에 못 이겨 서간도로 갔다. 그러나 거기서도 그는 비참한 생활 끝에 부모도 잃게 되었다 나는 이책을 읽고 나서 고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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