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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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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 속 이야기
작성자 신혜수 등록일 16.12.21 조회수 47

때는 조선 후기, 충청북도 충주의 어느 한 마을에 본관은 문화요, 자는 삼지인 학암 유몽정의 후손인 유완이 살았습니다. 생김새나 지식에 있어서는 다른 청년들과 별다를 바 없는 그였으나 마을에서 유완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그에게는 한 가지 특출 난 점이 있었습니다. 그는 언제나 마음속에 효우의 근본이 하늘에 있는 것이라고 새겨두고, 부모가 하는 일이면 비록 어려운 일 일지라도 필히 수행하며, 싫어하는 일이면 비록 조그마한 일이라도 하지 않는, 효심이 아주 지극한 청년이었습니다. 그 효심이 어찌나도 대단한지 마을 사람들 모두 그를 효자 청년이라 칭할 정도였습니다.

한번은 한양으로 떠나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오기도 했었지만 집에 혼자 남게 될 아버지를 위해 그 기회를 마다하고 그 마을에 남아 맛있는 음식이 생기면 아버지 생각에 남겨두었다가 드리고, 돈이 생기면 아버지 옷 한 벌 사드리며 여느 때처럼 아버지를 위한 자신의 신념대로 잘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유완과 그의 아버지에게 갑작스럽게 큰 불행이 닥쳐왔습니다. 아버지가 지금까지 유래에 없던 병에 걸린 것입니다. 아버지는 하루가 다르게 야위어 갔고 유완은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산신령께 기도를 드리고 대변을 맛보아가며 지성으로 간호했습니다.

아버지, 오늘은 몸이 좀 어떠신지요?”

아버지가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시더니 말씀 하셨습니다.

미안하구나, 네가 나 때문에 이렇게 고생을 하는데도 여전히 이런 못난 꼴만 보이다니......”

아버지, 부자 사이에 그런 것이 어디 있단말입니까? 괜찮습니다.”

아니다. 차라리 내가 빨리 죽어야 네가 고생을 그만하고 네 삶을 살아 나갈텐데......”

유완이 화들짝 놀라며 말했습니다.

아버지! 그런 말씀 하지 마십시오. 전 아버지와 둘이 오래오래 사는 것 외에 다른 바람은 없습니다. 전 괜찮으니 아버지께선 그저 병이 나을 수 있다는 좋은 생각만 가지고서 지내시면 됩니다.”

그 이후로도 유완은 열심히 아버지를 간호하였지만 병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았습니다.

아버지의 병에 별다른 차도가 없이 여느때와 다를 바 없던 날, 먹을 것을 사기 위해 시장에 나간 유완에게 평소 아버지와 장기를 자주 두시던 아랫집 한씨 아저씨가 유완을 발견하고는 말을 걸어왔습니다.

자네, 아버지께서 큰 병이 걸리셨다는 얘기를 들었네만, 그것이 참말이란 말인가?”

, 그렇습니다.”

유완이 걱정을 털어놓고 싶은 마음에 아저씨에게 하소연하고자 말을 이었습니다.

제가 산신령께도 열심히 기도해보고, 몸에 좋다는 약들은 다 구해드렸지만 별 효험이 없었습니다. 이제 무엇을 더 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버지께선 계속 고열이 나고 피부에 고름이 생기시는데 혹시 이에 대해 아는 바가 있으신지요?”

내가 의학에 대해서는 아는바가 없는지라 도와줄 수가 없구나. 어허, 이를 어찌하면 좋단 말인고.”

그 이야기를 옆에서 듣던 한 아주머니가 대화에 불쑥 끼어들었습니다.

내가 만병통치약이라는 약초에 대해 알고 있는데......”

그 말을 듣고 유완의 눈이 번쩍 떠졌습니다.

그것이 무엇이란 말입니까? 조금만 더 자세히 말씀해 주십시오.”

우리 마을 동쪽 끝에 높다란 산이 하나 있지? 거기에 있는 절벽에 약초가 하나 있는데 여태까지 그 약을 달인 물을 먹고 안 나은 병이 없다고 하더구먼.”

정말입니까?” 유완이 말을 한 후 잠시 고민을 하더니 다시 말을 이었습니다.

그럼 제가 그 약을 구해올 터이니 제가 없는 동안 저희 아버지를 좀 보살펴 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유완이 한씨 아저씨에게 부탁하였습니다.

나야 괜찮지만, 자네는 괜찮겠나? 그곳이 워낙 험해서 가기 위험할터인데...”

괜찮습니다. 아버지의 병을 낫게 하는 약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갈 수 있습니다.”

유완은 그 이야기를 들은 날 집에 와 떠날 채비를 한 후, 다음 날 동네 주민들의 배웅을 받으며 약초를 구하기 위해 떠나게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우리가 잘 보살펴드릴테니 걱정 말고 몸 조심히, 잘 다녀오시게.”

다치지 말고 돌아와요.”

장차 일주일이라는 시간에 걸쳐 거센 바람을 뚫고 약초가 있다는 절벽까지 도착하니 그 존재감을 더욱 또렷하게 보이기라도 하려는 듯 까마득한 절벽 아래를 배경 삼아 소문 속의 약초가 손을 뻗으면 닿을 듯 말 듯 한 거리에 한 포기 있었습니다. 조금이라도 발을 헛디디면 생명이 위험해지는 그런 곳에서 유완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몸을 기울여 손을 쭈욱 뻗어 약초를 꺾으려는 순간 몸의 균형을 잃고 휘청하여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다행히 절벽의 끝자락을 붙잡고 몸을 지탱한 유완은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한 번 손을 뻗어 약초를 꺾은 후 아버지를 살릴 수 있다는 생각에 제 몸 다치고, 힘든 줄도 모르고 기쁜 마음으로 빠르게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유완이 약초를 찾아 떠난 2주라는 긴 시간 동안 아버지의 상태는 더 악화되어있었고 설상가상으로 어찌된 영문인지 이러한 역경을 뚫고 구해온 약초도 아버지의 병 앞에서는 그저 한 줌의 잡초가 된 듯 약초를 달인 물을 몇 날 며칠을 마셔도 아버지의 병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눈 앞에 닥친 너무나도 가혹한 현실에 유완은 허탈감과 절망감에 빠져 쉽게 헤어 나오지 못하고 이전의 유완으로서는 상상도 해보지 못했던 생각들도 하게 되었습니다.

아버지, 저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렇지만 신께서는 우리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으실 모양입니다. 이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더 이상 없는 것 같습니다. 이제 아버지를 놓아드려야만 하는걸까요?’

이때, 누군가 똑똑 문을 두드렸습니다. 그러나 슬픔에 잠긴 유완에게 이런 소리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똑똑-, 똑똑-” 몇 차례 문을 더 두드리자 그제서야 소리를 들은 유완이 무거운 발걸음으로 문 앞에 다가가 끼이익- 문을 열었습니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의 주인은 바로 한 승려였습니다.

시주를 받으러 왔습니다.” 승려가 말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이제 모든 재산도 필요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한 유완은

조금만 기다렸다가 다시 와주십시오. 그 때는 내 우리 집의 모든 것을 다 드리겠습니다.”

하고 말하였습니다. 이전부터 유완과 그의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었던 승려는 이 말에 약초마저 아버지의 병을 고치지 못했다는 것을 알아차렸고 유완에게 아버지를 구할 마지막 방법이 하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제가 아버님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하나 알고 있습니다만.......”

그게 무엇이란 말입니까? 저는 아버지의 병을 낫게 할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습니다. 어서 말해주십시오!”

조금 위험이 뒤따르는 일인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저는 낭떠러지에서 죽을 위험까지 갔던 몸입니다. 이제 저에게 더 무서운 일이 무엇이 남아있단 말입니까?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것보다 저에게 더 무서운 일은 없을 것입니다. 어서 알려주십시오.”

그렇게 의지가 확고하시다면 알려드리지요. 본인의 손가락을 잘라 피를 드리면 아버지의 병이 나을 것이고 장수하게 될 것입니다.”

당시 사람들은 종교에 대한 믿음이 매우 커 어떤 어려운 일도 신, 부처께 부탁드리면, 그들의 마음에 들면 해결할 수 있다고 믿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유완은 조금 전까지 아버지를 포기하려고 했던 죄책감과 죄송함까지 더해져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이 일을 행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러고는 승려가 집을 떠나자마자 손을 깨끗이 씻은 후 자신의 엄지손가락을 잘랐습니다.

,” 유완은 너무나도 고통스러웠지만 그 신음 소리를 아버지가 듣기라도 하실까 이를 꾹 깨물고 참았습니다. 그리고 혹여나 자신의 손가락을 잘라 낸 피라는 것을 아버지께서 아시게 되면 그것을 마시기를 거부하고 충격을 받아 병이 더 악화될까 걱정되어 수 많은 고민을 거듭한 후에 아버지 앞에 피가 담긴 그릇을 들고 갔습니다.

아버지 이것을 마시세요.”

이것이 무엇이란 말이더냐?” 아버지가 물으셨습니다.

토끼의 피입니다. 스님께서 말씀하시길 이 피를 마시면 아버지의 병이 금세 나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유완은 거짓말을 하였고 그 말을 믿은 아버지는 유완의 피를 단숨에 들이켰습니다.

이러한 유완의 효심에 신께서 감동이라도 하신 걸까, 정말 유완의 아버지는 피를 마신 뒤 하루 만에 병이 호전되더니 이틀째 되는 날에는 이전처럼 평범한 일상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사흘째 되는 날부터는 하늘이라도 날아다닐 수 있을 것 같을 정도로 건강이 좋아졌습니다. 이 소식을 접하게 된 마을 사람들은 마치 자신들의 일인 듯 다들 기뻐하며 유완과 유완의 아버지를 위해 작은 잔치를 열어주었고 유완과 그의 아버지는 이전보다 더욱 돈독한 사이가 되어 승려가 했던 말처럼 둘 다 아무 병 없이 건강하게 장수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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