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방학을 했다. 큰 부담을 안고 준비했던 시험도 끝났고 시험이 끝난 즐거움을 채 느끼지 못하고 허겁지겁 준비한 독서토론도 끝나고 시간에 쫓기듯 준비한 중앙중과의 독서토론도 끝이 났다. 방학을 해서 행복하다는 것보다는 드디어 독서토론에서 해방되었다는 사실이 나를 좀 더 활기차게 만들었다. 학교에 등교하고 우리는 간단한 조회를 한 뒤에 방학식을 시작했다. 그리 많은 상을 받지 못해 아쉬웠다. 그래서 이번 2학기 때에는 글을 많이 쓰려고 다짐했다. 학업상도 주요과목이 별로 없어 슬펐다. 짧은 방학식이 끝나고 우리는 모두 집으로 돌아갔다. 10시도 안되 끝난 방학식, 우리는 이럴거면 방학식을 왜 했나싶다. 하교를 하며 하연이를 빼고 친구들과 함께 우리 집에 왔다. 비가 많이 내려서 우리 집은 참으로 습했다. 옷을 갈아입고 친구들과 집 거실에 퍼졌다. TV를 켜고 선풍기를 2대나 틀고서 말이다. 11시가 좀 넘었을 때 애들은 배고프다고 했고 짜장면을 시켰다. 나는 TV를 보다 12시가 넘어서야 밥을 먹었다. 현아가 학원으로 인지가 집으로 돌아가자 남은 건 나와 윤진이 뿐이었다. 졸리기도 했지만 마침 방송되는 드라마에 푹 빠졌고 2시에 인지가 다시 돌아왔다. 그때부터 우리는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다시 외출하기 위해 옷을 갈아입고 머리를 감고 지갑을 챙겼다. 7월 24일은 보통 방학식을 하는 날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방학식과는 다른 특별한 날이다. 바로 하연이 생일이다. 하연이와 현아의 학원으로 인해 우리는 3시 반차를 타고 시내로 나갔다. 너무 습했고 너무 더웠다. 시내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바로 밥을 먹으러 갔다. 12시 넘어서 밥을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나는 배가 고팠다. 우리는 밥을 먹고 계속 싸돌아당겼다. 이곳 갔다 저곳 갔다 결국 마지막에 정착한 곳은 카페였다. 상품권을 쓰기 위해 각자 음료를 시키고 여러 개의 디저트를 시켰다. 결과 너무 달았다. 쓴 커피를 싫어하는 나조차도 이때만큼은 쓴 커피를 들이키고 싶었다. 음료는 왠지 모르게 마차를 떠올리게 했으며 인지의 음료는 썼다가 달았다가 하는 미친 맛이었다. 디저트는 신기한 맛 투성이였다. 좋게는 신기한 것은 아니었다. 꾸역꾸역 다 먹고 나니 배가 미친듯이 불러왔다. 이동할 수가 없었다. 그냥 가만히 쉬고 싶었다. 하지만 애들과 함께 또 이곳저곳을 싸돌아다녔고 다닐 곳이 마땅치않아 우리는 노래방에 갔다. 그때가 아마 7,8시 정도 였을 것이다. 노래방에서는 현아와 윤진이가 잠시 다른 곳에 볼일이 있어 나간 후로 계속해서 한 노래만 불렀다. 이번에 단체로 빠진 'marry me' 라는 노래이다. 애들이 다시 노래방으로 들어오고 우리는 마이크를 책상에 두고서 단체로 노래를 불렀다. 노래를 너무 열심히 부른 탓에 목소리도 맛이 갔다. 1시간이 지나고 서비스가 계속해서 주어졌을 때 현아와 인지가 초가 켜진 케이크를 들고 왔다. 내가 케이크를 옮겨받고 하연이가 깜짝 놀라 나와서 케이크를 받았다. 사진을 찍으려던 찰나에 신하연이 초를 다 꺼버렸다. 이런 대단한 타이밍, 참 좋았다. 우리는 케이크와 함께 축하해주고 나서 노래방에 나와 집으로 갔다. 작년에는 생일선물을 사주기도 했지만 올해는 간단하게 보내자고 했다. 친구들과 함께 나와 밥을 먹고 쇼핑도 하고 노래도 부르며 친구의 생일도 축하해줬다. 7월 24일은 중학교에서의 마지막 여름 방학식이였으며 하연이와 우리에게는 다시는 오지 않은 16번째 생일이었다. 내년에 우리가 과연 누구의 생일이라고 다섯이 함께 모여 축하해 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각자 다른 고등학교에 가면서 우리에게는 다른 친구들이 생겨날 것이고 새로운 친구들과 함께 생일을 보낼 것이다. 과연 우리가 성인이 되었을 때는 어떻게, 어디에서, 누구와 생일을 보낼지 참 궁금하다. 그리고 후에 우리는 이제까지 해왔던 것과 같이 서로의 생일을 챙겨줄 수 있을 지 까먹지는 않을 지 참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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