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지영아. 나는 세경이야. 이렇게 인사를 하는 것도 처음인가? 문예창작에 올릴 마땅한 주제가 없어서 편지로 쥐어짤 때도 너한테는 쓰지 않은 것 같기도 해. 왜 그랬을까, 아마 너랑 나 사이에 굳이 편지를 쓰지 않아도 충분히 모든 마음을 전할 수 있어서 그런 걸 거야. 내가 아까까지 1학년 때 썼던 글을 읽었단 말이야. 그런데 내가 일기 쓴 걸 보니까 그 때 기억도 나고 참 좋더라. 이 편지도 좋은 추억이 될 수 있겠지? 초등학교 때 부터 만나서 말이야, 아직도 크게 싸운 적이 없지 아마? 사소한 감정다툼 정도야, 사람 사이에 없을 수 없는 일이고. 어떻게 하나하나 가치관이 다 맞고, 생각도 같고, 느끼는 것도 같을 수가 있을까. 어쨌든 지영아, 공부를 잘하는 지영아, 엉뚱한 지영아, 예쁜 지영아, 만능박사 척척박사 지영아, 나는 너를 정말로 중요한 존재라고 생각해. 그리고 넌 정말 대단한 아이야. 음악시간에, 너 장구 치는 것을 지켜 보고나서는 어떻게 습득력이 저리 빠를까? 하는 생각을 했었어. 초등학교 때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너 그 때 색소폰도 참 잘 다뤘었잖아. 그때 재밌었는데. 오기석 선생님 덕분에 교실이 초토화 됐던 시절 말이야. 초등학교 때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 그 때가 정말, 진짜로 행복했었는데. 그래도 나는 지금의 삶도 나름 만족스러워. 그 때 그 친구들이 다 내 곁에 있으니까. 졸업하면 나 정말로 어떻게 살아? 너네말고 친구라곤 한명도 없는데... 우리 졸업하고 나서도 꼭 많이 만나가야, 최윤아 처럼 연락두절 되지 말고. 지영아, 너는 공부도 참 잘하는데 가끔 너가 꿈이 없다는 이야길 할 때마다 슬퍼. 내가 한번 이야기한 적도 있지만, 너는 다방면에서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데, 그걸 너가 스스로 거부하는 것 같아. 자기 자신을, 믿지 않는 것 같아. 뭐 이런 거는 내가 더 이상 뭐라고 하기엔 좀 그렇고. 너는 충분히 훌륭한 사람이니까, 열심히, 자기하고 싶은대로 하면 돼, 알지? 우리 같이 사춘기도, 성장통도 겪었고, 같이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많은 이야기도 나누면서 추억 많이 쌓았잖아. 그러니까 우리, 오래 오래 같이 웃으면서 살자.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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