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기억법, 나는 이 책을 세 번이나 읽었다. 한 번은 반을 읽다가 말았고, 또 한 번은 끝까지 다 읽긴 읽었다. 그러다 살인자의 기억법이 영화로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도대체가 책의 내용이 기억이 나질 않는 거다. 기껏해야 등장인물, 그리고 많이 등장하던 단어들만 기억날뿐. 그래서 내용을 기억하기 위해 책을 또다시 읽어보았다. 이 책은 30년 동안 연쇄살인을 저지르곤 25년 전에 은퇴한 70세 수의사 김병수의 이야기를 써내려간 책이다. 살인을 저지르며 쾌감을 느끼던 김병수는, 알츠하이머성 치매에 걸리게 된다. 아주 가까운 기억부터 지워지는, 그런 무서운 병. 김병수는 자신이 어떤 살인을 저질렀는지조차 까먹게 되지만, 이건 나중에 쓰고. 아무튼. 기억을 잃는다는 건 정말 무서운 것이다. 자신이 방금 무엇을 했는지, 무엇을 하고자 했는지를 까먹는 걸 넘어서 아주 중요한 기억을 잃는다거나, 자신의 몽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망가진다면… 아마 나는 그것을 끝이라고 이야기할 것이다. 비참하게도 모든 것이 끝.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들과도 끝. 안녕. 기억을 잃어버림으로써 모든 것을 잃어버렸으니 얼마나 비참할까. 이 소설의 주인공인 김병수는 이 비참함을 느낄 대로 느꼈을 것이다. 내 짐작이지만 말이다. 약간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데, 김병수가 기억하고, 의심했던 모든 것은 결국 김병수의 망상이었음이 밝혀진다. 모두는 기억을 잃고 자신의 허상과 현실 사이에서 혼돈을 겪고 있는 김병수를 한심하게 본다. 또한 처벌을 받지 않으려 거짓말을 하는 살인자라며 비난하기 까지한다. 그런 사람에게 김병수는 말한다. 당신은 이해를 못 한다고. 누구보다 그 장면을 기억하고 싶은 사람은 나라고. 이해가 간다. 살인이 거의 자신의 낙이었던 사람이 살인의 기억이 전혀 나지 않는다면 얼마나 그 기억을 되찾고 싶어할까. 이 책의 내용이 단순히 치매를 앓고 있는 늙은 살인자의 이야기만 담고 있을까? 이 책은 많은 뜻을 내포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그 뜻들이 그 책을 본 사람에 따라 달라지겠지. 나는 기억에 대한 중요성이나, 기억을 잃었을 때의 허망함 정도로 해석했다. 세번을 읽었지만 여전히 헷갈리는 책이다. 책의 끝부분에 해설을 해주었지만서도, 이해가 가질 않는다. 아마 내가 더 크면 이해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