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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1]굶주리는 북한 주민 우롱하는 김정일 王族의 삶

이름 김민아 등록일 11.10.04 조회수 83

동아일보 (2011.10.03)

북한 김정일의 손자이자 김정남의 아들인 김한솔이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은 머리를 노랗게 염색하고 귀고리와 목걸이를 한 자유분방한 모습이었다. 이브닝드레스 차림의 외국인 여자친구와 다정하게 찍은 사진 밑에는 둘이 나눈 ‘사랑한다’는 댓글이 눈에 띄었다. 김한솔은 마카오에 있는 연국(聯國)국제학교를 다녀 영어에 능통하다. 현재 보스니아의 유나이티드월드칼리지 모스타르 학교 고교 과정에 입학허가를 받고 준비 중이다. 1년 학비가 3000만 원이 넘는 학교다.

김한솔의 사진과 글을 보면서 반가운 생각보다 기이한 느낌이 드는 것은 그가 북한 주민과 동떨어진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젊은이 중에는 올봄 아랍 국가에서 민주혁명이 일어났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컴퓨터는 있지만 인터넷에 접속할 수 없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할 기회도 갖지 못하고 있다. 해외에 나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평양을 벗어난 곳에 살고 있는 주민은 헐벗고 굶주림에 지쳐 있다.

김한솔은 연국국제학교 동창인 자신의 페이스북 친구를 상대로 ‘민주주의인가 공산주의인가’라는 온라인 설문조사를 하면서 스스로 ‘민주주의’를 선호한다고 답했다. 권력 투쟁에서 밀려나 떠돌고 있는 자유분방한 김정남의 아들이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북한 체제의 혜택을 받고 자란 왕족(王族)이 그런 얘기를 하니 아이러니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북한은 공산주의 국가라고 말하기도 어려운 김씨 왕조국가다. 김일성으로부터 권력을 세습한 아들 김정일과 손자 김정은만 화려한 생활을 하는 것은 아니다. 김정은의 이복 형 김정남과 동복 형 김정철은 권력에서 밀려났다고 하지만 왕조시대 대군(大君)처럼 해외를 유람하며 호화생활을 하고 있다. 김정남은 중국과 마카오를 오가며 돈을 여유롭게 쓴다. 김정철은 에릭 클랩턴의 해외 공연에 여자친구들과 모습을 드러낸 바 있다.

김정일은 공산주의 치하의 동독에서 잠시 유학한 경험밖에 없지만 그의 아들들은 모두 스위스 학교에서 공부했다. 김정일 자녀의 서구 경험은 아직까지 북한에 어떤 변화의 미풍(微風)도 가져오지 못했다. 중동 국가의 왕족들도 서구에서 공부했지만 자기 나라를 민주화하는 데 기여하지 못하고 민중 주도의 민주화 시위를 맞고 있다. 북한 주민의 삶과 유리된 채 서구 사회를 경험한 김정일의 아들과 손자들은 북한 체제가 붕괴된 후 어떤 미래가 다가올지 스스로도 불안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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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렇듯 이런 기사들을 보면 기분이 언짢은 정도를 지나서 화가 난다. 지금도 대다수의 북한 주민들은 굶주림에 허덕이고 있다. 그런데 그런 국민들의 지도자의 손자란 사람은 1년 학비가 3000만원이 넘는 해외학교에 다니며 호화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다니.... 세상에 이러한 아이러니가 또 있을까 싶다. 그들이 아주 조금만이라도 북한 주민들에게 관심을 기울인다면 얼마나 좋을까? 멀지도 않은 곳에서 우리의 한민족이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새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또 북한 주민들과 너무나 상반되는 김정일을 비롯한 그들의 가족들의 호화스러운 생활에 더욱 마음이 착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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