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량을 제가 명량을 소개하려는 이유는 명량이라는 영화가 생각나서 써습니다.... 명량책 내용중 각 페이지 몇 부분씩 두 손으로 내미는 교지를 받아 쥔 이순신의 얼굴이 굳어졌다. 김억추는 ‘이제 살았구나!’ 싶었으나 그만두라는 명이 내리지 않아 곤장은 다시 엉덩이 위로 떨어졌다. 김억추의 일그러진 얼굴에 개의치 않고 이순신은 교지를 들고 안으로 들어갔다. 둘둘 말린 교지를 펼치니 선조가 보낸 어명이 쓰여 있었다. [적은 수와 고단한 군대로 적의 대군을 감당키 어려울 터이니, 수군을 파하고 도원수 권율이 이끄는 육상군에 합류하여 싸우라.] 교지를 다 읽기도 전에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졌다. 짧은 글을 또 한 번 묵묵히 읽어 내려가던 이순신이 갑자기 격한 기침을 토해냈다. --- p. 56
“아버지는 왜 싸우시는 겁니까.” 젓가락으로 김치 한 가닥을 들던 손이 멈추었다. “의리義理다.” 이회의 표정이 아연해졌다. “의리라면……, 나라의 장수된 자로서 의리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렇다.” “저토록 몰염치한 임금한테 말입니까.” 이순신이 냉엄하게 말을 할수록 아들의 언성은 분수를 모르고 커졌다. 이순신은 그런 아들에게 가르침을 주려 작정한 듯 천천히 말했다. “무릇…… 장수된 자의 의리는 충忠을 따라야 하고, 그 충은…… 임금이 아니라 백성에게 있다.” --- p. 97
“장군! 배홍석뿐만 아니라 우리 수군과 백성들의 시신도 가득합니다.” “이를 어찌 하면 좋단 말입니까?” 지금 나에게 무엇을 바라는 것인지 이순신은 알 수 없었다. 처참한 비극 앞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나 역시 그대들과 똑같은 한 사람의 인간이라네. 슬픔에 슬퍼하고, 기쁨에 기뻐하는 백성에 불과하다네.’ --- p. 119
2척의 판옥선은 질세라 속도를 높이며 이순신의 배로 빠르게 다가갔다. 그 격동적인 모습을 보는 이회의 머릿속에 아버지의 말이 떠올랐다. “만일……, 두려움을 용기로 바꿀 수 있다면.” “…….” “그 용기는 백배, 천배의 무서운 용기로 나타날 것이다.” 그때 이회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반박했다. “허나……, 극한 두려움에 빠진 저들을 어떻게 그런 용기로 바꿀 수 있단 말입니까.” “……, 죽어야겠지. 내가.” --- p. 271
가토의 후군이 관망만 하고 있을 때 구루지마의 해적들은 악전고투 했다. 조선군에서 이순신 홀로 싸우는 것이나 일본군에서 구루지마 혼자 싸우는 것이나 양상은 비슷했다. 서로가 전쟁에서 이기기를 바라면서도 서로가 자신의 목숨을 지키려 남에게 미루는 꼴이었다. 정작 이순신과 구루지마는 그것에 대해 전혀 개의치 않았다. 두 사람은 이 전투가 결국 둘의 대결임을 잘 알고 있었다. 하나는 용이었고, 하나는 호랑이였다. 둘 중 하나는 죽어야 하는 용호상박龍虎相搏의 팽팽한 긴장이 울돌목을 휘감았다. ‘오라! 구루지마. 너를 기다리고 있다.’ 이순신이 마음속으로 외치자 구루지마 역시 마음속으로 응답했다. ‘간다! 이순신. 너를 반드시 죽여주마.’ --- pp. 285~286 명량은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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