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 1반

   우리 아이들이 입학한 지 벌써 3주가 지났습니다. 학교생활적응기간을 거쳐 이번 주부터는 교과 학습에 들어가고 있습니다. 전보다 많아진 학습량에 집중력도 떨어지고, 귀여운 몸부림도 잦아지곤 하지요. 이제 조금씩 숙제도 내 보고, 알림장도 스스로 쓸 수 있도록 지도하려 합니다.

   처음 학교에 왔을 땐 창문으로 펼쳐진 기암괴석에 놀라고 감탄했는데, 한참을 쳐다보고 있노라면 차라리 넓게 펼쳐진 들판이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처음 우리 아이들을 만났을 때에도 다섯 명이니 알콩달콩하게 지낼 수 있어 좋겠다 싶었는데, 가끔은 아이들이 더 많아서 왁자지껄 지내면 더 재미있겠다 싶은 생각이 든답니다. 그래서 모든 일에는 장단점이 함께 있나 봅니다. 저 역시 작은 학교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1년 동안 열심히 노력해야겠단 생각을 해봅니다.

   얼마 되지 않은 기간이지만 아이들과 지내며 생각했던 것들을 두서없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부모님께 드리는 당부이자 앞으로 학급을 경영하는 제 경영관이기도 합니다. 또한 제 이야기에는 다른 의도는 없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의미로 해석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이가 상전’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출산률이 낮아지고 가정의 중심이 가장에서 아이로 옮겨진 세태를 이르는 말입니다. 물론 이런 세태가 나쁘다고 단정 짓는 것은 아닙니다. 그간 아동의 권리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고, 바르고 성숙한 인간으로 자라기 위해서는 많은 어른들의 도움과 조력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존중은 무조건적인 인정이나 수용과는 다릅니다. 잘못한 일이 있을 때에는 반드시 잘못이라는 것을 깨우쳐 주고 바르게 고쳐나갈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하며, 잘 한 일에는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입학하고는 괜찮았는데 3월이 다 끝날 즈음 ‘학교가 재미없다’거나 ‘학교 가기 싫다’ 투정을 부리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본격적인 학교생활이 시작되면서 규칙적인 틀에 아이들이 맞춰가면서 생기는 자연스런 현상이지요. 또한 학교는 안 되는 것이 더 많고, 하지 말아야 할 것도 많은 곳입니다. 집에서는 가능했던 일들이 학교에서는 용납되지 않는 경우가 많지요. 그러기에 이제부터 우리 아이들에게 학교는 즐겁기보다 따분하고 괴로운 곳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들이 이런 반응을 보이거든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아이의 행동을 잘 살펴 주세요. 그리고 염려스러운 상황이 생기면 언제든 담임과 상의해 주십시오. 아이들의 즐거운 학교생활은 저의 바람이자 수정초등학교 모든 선생님의 바람입니다.

   초등학교의 교육 목표는 기초기본교육입니다. 즉 학교는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기본적인 방법을 가르치는 곳이라는 뜻입니다. 모르는 것을 알아 가는 방법, 올바른 방법으로 내가 원하는 것을 얻는 방법, 웃어른을 대하는 방법, 친구를 사귀는 방법,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하지 말아야 할 행동 등 많은 것을 배웁니다. 그 속에서 자존감이 형성되고, 남을 위한 이해와 배려가 자라며, 함께 하는 공동체 의식도 생기지요. 아이를 바르게 성장시키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좋은 친구들과의 상호작용입니다. 그래서 당연히 우리 아이가 좋은 친구들을 만났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게 됩니다. 그런데 혹시 내 아이가 다른 친구에게는 어떤 친구일지 생각해 보신 적이 있나요? 좋은 친구들을 바라는 만큼 우리 아이가 다른 아이들에게 좋은 친구가 되고 있는지도 가끔 생각해 주십시오. 우리 아이 입장에서만 생각하지 말고 다른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노력도 필요하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또 한 가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학급, 우리 학교에서는 사소한 폭력도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애들끼리 장난으로 그럴 수도 있지. 뭐.’라는 가벼운 반응들이 심각한 학교폭력을 조장할 수 있다는 점 기억해 주십시오. 사소한 폭력이라도 상대방에는 큰 상처가 될 수 있음을 자녀들에게 꼭 인지시켜 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우리 아이가 다른 아이에게 피해를 줬을 때 올바른 부모의 태도는 상대방 아이와 부모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는 것입니다. ‘사과’는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잘못을 용서받을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입니다. 부모님께서 몸소 우리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시기 바랍니다.

   아래는 제가 1년 동안 학급을 어떻게 운영할 지에 대한 안내입니다. 읽어보시고, 부모님들도 함께 힘써 주세요. 즐겁고 행복한 학급을 만들기 위해 아이들과 함께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