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학년 3반

더 좋은 선생님께

사랑하는 개똥이들을

양보할 때가 되었습니다......

이젠 선생님이 곁에 없어도

내 개똥이들은

분명 잘 해낼 것입니다

  • 선생님 : 김지환
  • 학생수 : 남 14명 / 여 12명

(부모님께)개똥이들의 마음나누기 그 특별한 시간에 대하여.

이름 김지환 등록일 16.10.11 조회수 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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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가 끝나자마자 오카리나협회 방문하여 다음주에 있을 예술의 전당 공연에 대해 조율하고 10시 가까이 되어서야 집에 돌아왔습니다. 

일교차가 심한지 가벼운 감기가 있는데 저도 나이를 먹는가 봅니다. ^^


늘 개똥이들이 폼아트 첫 번째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이들이 직접 만들어 가져간 달력 맘에 드시나요?

갓난아이를 돌보는 선생님을 졸라 어떻게든 좋은 미술특강을 준비했는데 아이들이 즐거워하여 맘이 기쁩니다. 폼아트 선생님께도 많이 감사합니다.

여러작품 중에 한 아이의 문구가 정말 제 맘에 와 닿습니다.

소개해볼게요.



우리 찬혁이 작품입니다.

무엇이 눈에 띄이시나요?

찾아보세요. ^^


저는 문구 하나가 눈에 들어옵니다.


‘소중한 하루’


 지나간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금과 앞으로가 중요하기에 더욱 와 닿습니다.

 저는 지난 주말부터 개똥이들과 특별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이들 서로에게 맘에 남거나 속상한 일을 꺼내보도록 하였습니다.

 남은 아이들과의 시간을 헛되게 보내지 않고 좀 더 의미있게 보내기 위해서 솔직히 계획된 일을 시작했습니다. 중요한 일이기도 하구요. 또 한편으로 매년 해보는 일입니다.

 저는 이런 일이 다른 방식으로 뜻하지 않는 쪽으로 말만 낳기를 원하지 않고 괜한 것에 확대해석하기를 경계합니다. 아이들만큼 부모님들의 도움도 필요한 일이기도 하구요.

 우리반의 문제를 들추어 내어 아이들을 가해자, 피해자로 나누어 매도하기 위한 것도 아닙니다. 몇몇 아이들을 정죄하기 위함은 더더욱 아닙니다. 우리반을 공개하여 창피를 주려는 일은 아니지요. 우리반이 더 좋은 반이 되기 위해 잠시 소란스럽더라도 당황스럽고 부담스러운 일로 다가오더라도 필요한 일이라 생각이 됩니다.


 비단 우리반이 아니더라도 아이들이 있는 곳 또 하나의 사회이기에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부모님들은 아이들의 행동과 언어를 너무 증폭해서 확대하여 말을 전하거나 맘에 담는 경향이 있는데 오랫동안 아이들과 사는 저는 그렇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때론 잘못을 하기도 하고 내가 피해를 보기도 하지만 내 잘못으로 피해를 주기도 하기도 합니다. 어른도 마찬가지겠지요.

 다만 이렇게 해서 우리반이 남은 올해의 시간을 좀더 의미롭고 더 나아지기 위한 통증으로 생각해주시기 바랍니다.


한가지 말씀드리면 이런 일들은 제가 매년 해오는 일 중에 하나입니다.

숨기고 좋은 것이 좋다고 쉬이 지나가다보면 아이들은 중요한 가치를 잃습니다.

그리고 제가 바라는 것은 지난 일들을 저울질하고 판단하여 일벌백계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이제 우리 개똥이네가 더 나아져서 더불어 사는 즐거움을 느끼게 하려는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그 희망을 기대하는 것이 저에게나 부모님에게나 필요한 것입니다.

 

 이제는 과거가 된 어떤 사건들로 말을 만들어 불필요한 감정을 소모하지 않기를 당부합니다.

아이들과 저에게 기대와 희망을 가지시면 좋겠습니다.

 

저에 대한 아쉬움과 경솔함, 격하다는 생각도 드실 수 있는데 저에 대한 평가는 지금 당장이 아니라 나중에 달게 받겠습니다.

 

 제가 화를 내는 것도 아이들을 위한 또 하나의 계획된 일이라는 것을 믿어주십시오.

 부모님 바람이나 생각과 다르게 하루가 아닌 며칠씩 두고 생각하게 하는 것은 뒤돌아서면 잊어버리고 아이들 딴에 너무 쉽게 생각하기에 그러한 맘과 행동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제가 좀 길게 끌어간 것입니다. 특정한 아이가 아니라 우리반 모두에게요. 아이들의 성향을 잘 아는 제게는 그래야만 앞으로 살아갈 우리반이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일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아이들을 벼랑으로 몰고 부모님을 맘 졸이게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똥이들은 지금 느끼고 있답니다.

내가 피해본 것도 있지만 쉽게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한 것이 친구에게 때론 상처나 괴로움이었다는 걸. 우리반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답니다.

 요즘 말로 말하면 큰 그림을 그리며 우리반 아이들이 제게 훈련을 받는다고 생각해주시면 됩니다. 아이들 편에서 들려오는 말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말로 꽤 감정적인 교사로 비춰질텐데 그 감정마저도 이 큰 그림에 들어가는 소재입니다. 많은 부분이 제 의도와 다르게 비춰지기도 하지만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습니다. 저는 묵묵히 받는 일에 익숙합니다. 여담이지만 저 또한 진흥초에서 가르치면서 학교폭력교사로 신고당한 적도 있었습니다. 사실과 다른 일에 난감하고 생각하고 속이 많이 상했지만 그 마저도 내 불찰이니 하며 묵묵히 받아냈습니다.

 

 는 우리반이 새로워지는 것을 기대합니다.

우리 부모님들은 당장의 일에 맘 쓰지 마세요. 그리고 기다려주고 지켜봐주세요. 그리고 내 아이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다른 아이를 쉽게 판단하고 말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말씀드립니다.

모두가 제 아이들입니다.

 옳고 그름 흑과 백 아군과 적군과 같은 이분법적인 것에 익숙해져버린 어른들과 다르게 아이들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겁니다. 저는 그걸 믿는 선생님이고요.

 

 우리반에 그 어떤 아이도 악의적이거나 비열하거나 나쁜 아이는 없습니다. 제가 장담하죠.

혹여나 다른 반 또 다른 누군가에게 우리반의 어설픈 소식을 듣는다면 무시하십시오.

이런 일에 말을 만들어 내고 전하는 것처럼 무지한 것은 없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그래도 아이들의 선생님이고 아이들의 또 다른 보호자로서 개똥이 아빠라 불리는 사람을 믿는 것입니다.

 

 또한 부모님들께서도 좀 더 어른스럽게 봐주세요.

아이들과 제가 예전보다 개똥이네를 좀 더 아름답게 만들어 가는 멋진 모습을 보여주면 응원해주시고 더불어 내 아이만이 아닌 내 아이의 친구들도 품어주세요. 그런 어른의 모습에서 내 아이의 마음도 넓어집니다. 노파심에서 더 말씀드리면 정작 아이들은 예전보다 잘 지내는데 부모님들께서 서로 불편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이 밝은 모습을 보여 부모님께서 가졌던 속상함마저 지우도록 저 또한 아이들을 책임지는 교사로 노력하겠습니다.

 

 꺼내 놓는 일에 저는 후회하지 않습니다. 어렵지만 여러모로 부담스러운 일임을 너무나 잘 알지만 제대로 꺼내놓아야 우리반이 온전해질 수 있습니다. 꺼내놓아야 올바르게 해결되는 것을 경험으로 충분히 확신합니다. 몇몇 아이들만을 위한 게 아니라 우리반 모두에게요.

 

 늘은 아이들과 ‘나 전달법’에 대해 수업하고 역할극을 통해 해결하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친구들과 있었던 일과 맘 속에 두었던 것들을 서로 꺼내놓아 제게 배운 서로의 대화를 통해 풀어놓는 장을 마련했습니다. 뒤에서 흉보고 짜증내고 속상해하고 대론 맘알이 하는 것이 아닌 올바른 자기 감정전달법과 이를 받아들이고 대처하는 법에 대해서 역할극을 통해 제시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지만 아이들 곧잘 표현하고 받아들이고 화해하는 법을 익히더라구요.

 우리반 아이들은 살아가는데 좋은 도구 하나를 얻은 것입니다. 아이들이 속 마음을 하나씩 꺼내놓고 또 한편으로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는 활동을 통해 아이들의 표정이 조금씩 밝아짐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친구들끼리 마음을 담은 허깅을 통해 서로 끌어안는 모습에서 진한 감동이 묻어났습니다. 어떤 아이들은 울먹임도 있었습니다.

 그런 모습 속에 저는 이 아이들을 정말 잘 가르치고 보듬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잠시 맡겨진 1년의 시간이 주는 무게를 또 다시 느끼게 되었습니다.

 

늘은 특별히 부모님들이 마련해주신 가을옷을 개똥이들이 받았습니다. 흰색이네요. 맘에 듭니다.

새 옷을 입는 것처럼 내 맘의 새 옷을 개똥이들은 갈아입도록 하겠습니다.

 

끝으로 우리반 폼아트 특강 현장을 영상으로 보내드립니다.

 

토요일 개똥이들의 미동산 수목원 소풍은 좋은 시기에 정해진 듯하여 좋습니다.

아이들 서로간의 크고 작은 불편함과 속상함 미움 미안함 등을 털어내고 정말 즐거운 마음으로 갈 수 있게 될 것 같습니다.

 

 


 

폼아트 선생님이 우리반을 무척 신기해했어요. 이렇게 다양하게 표현하고 꾸미는 아이들은 처음이라고 했습니다. 너무 예쁘고 개성있고 디자인도 멋져서 카메라에 많이 담아가셨어요. 담임으로서 매우 기분좋은 말이었습니다. 





P.S 우리반을 그나마 엿보기를 원하신다면 오늘 나 전달법을 통해 아이들이 느낀 점을 한번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누가 어쨌대, 이런 일이 있었대, 이런 이야기는 삼가주시고 듣기도 거부해주시고 정말 궁금하고 알고 싶은 것이 있다면 언제든 제게 연락주세요.

우리반이라고 항상 즐겁고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면 오산이구요. 우리반이기 때문에 문제를 꺼내고 이렇게 남다르게 해결한다고 생각합니다. 해결해나가며 극복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아무 일 없는 것보다 더 나은 가치일겁니다.

과거보다 나아질 시간을 향해 달려가는게 개똥이들입니다.

저도 반성하는 일이 참 많습니다.

많은 부모님들에게 속상함과 애석함 맘졸임 전해드린 것 죄송합니다.

그러나 앞서 말씀드렸듯이 이러한 제 뜻에 함께 동참해주시기를 진심으로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보내주시는 관심과 응원, 협조해주신 모든 일 감사드립니다.

좋은 부모님들을 만나뵈는 일은 저에게 큰 복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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