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학년이 되었습니다.
지난 시간 동안 해 왔던 학교 생활보다
앞으로 남은 학교 생활이 더 많습니다.
인생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학교 생활이 재미없으면 안되겠죠?
하루를 살아도 즐거운 마음으로 삽시다.
권한과 책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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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곽민철 | 등록일 | 20.04.07 | 조회수 | 34 |
선생님은 군대를 25살에 갔습니다.
보통 성인 남자들은 21살 혹은 22살에 가는 것이 대부분인데
선생님들은 25살에 많이 갑니다.
이유는
대학교 때 하던 공부가 군대로 인해 끊어지면 지장이 생길까봐
이왕 배우는거 스트레이트로 쭉 배워서 좋은 선생님이 되기 위해
그리고
저출산으로 인해 학생들이 점점 줄어들면서
뽑는 선생님의 숫자가 줄어들면 혹시 임용시험에 떨어질까봐 (이건 순전히 100% 나의 경우)
우려와는 다르게 결국 선생님은 임용시험에 합격하고 24살에 충주남산초등학교 6학년 4반 담임이 되고
학생들을 졸업시키고 3월에 군대에 가게 되었습니다.
(벌써 그 애들이 27살... 선생님도 있고, 간호사도 있고, 공무원도 있고, 연락이 안 되는 애들도 있고...)
그 때 고민을 엄청나게 했습니다.
이등병부터 시작하는 일반 병사로 갈 것인가
나이 먹고 21살, 22살 어린 고참들에게 괄시를 받으면 정신적 데미지가 너무 클 것 같으니
소위부터 시작하는 장교로 갈 것인가
장교로 가면 월급도 주는데 (일반 병사도 주긴 하지만 없다고 봐도 무방했음)
근데 일반 병사로 가면 2년 2개월(해군)인데 장교(육군)로 가면 3년 4개월이고... (기간은 정확하지 않음)
엄청 고민을 하다가
결국 일반 병사로 가게 됩니다. (조금도 후회하지 않았고, 지금도 후회하지 않음)
선생님이 24살에 충주남산초등학교에서 담임을 하면서 느낀 것은
책임을 진다는 것은 정말 무서운 것이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권한이 생기면 그에 걸맞은 책임이 뒤따릅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장교(소위부터 시작하는)는 병사들을 지휘하는 권한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에 걸맞는 책임이 주어집니다.
모든 돌발적인 변수에 대처해야 하고, 항상 머리속에 가상의 시뮬레이션을 돌려서 문제가 발생했을 시 해결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그 책임이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선생님은 상대적으로 책임이 가벼운 일반 병사를 선택했습니다.
군대에서 잠깐 2년이나마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운 생활을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시키는 일만 해서 자율성이 많이 떨어졌음. 회복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됨. 역시 공짜는 없음)
여러분들은 지금 집에 계시는 어른들의 울타리 안에 살고 있습니다.
어지간한 일들은 어른들이 다 책임집니다.
어려운 일이 생기면 어른들께 달려갑니다.
아빠도 사실 힘들고
엄마도 사실 힘듭니다.
다만 여러분을 위해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서 여러분은 어른들의 자유로운, 상대적으로 멋진 모습만 보게 됩니다. (그래서 그렇게 어른 흉내를 내려고... )
(선생님도 사실 힘들다는 것은 안 비밀...)
하지만 사실 아빠도, 엄마도 책임이라는 굴레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책임이라는 굴레 속에 있기 때문에
여러분이 옳은 길로만 갈 수 있도록 안내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것입니다.
아 엄마는 왜
아 아빠는 왜
아 선생님은 왜
진짜 잘못된 생각입니다.
선생님도 마찬가지입니다.
선생님도 여러분에 대한 책임이 있기 때문에
바른 길로 가도록 안내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도 곧 어른이 됩니다. (진짜 '곧' 입니다. 농담같지?)
아주 당연한 것이지만
어른이 되기 전에는 어른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어른들도 알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어른들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그러니까
이해하려고 노력만 하세요.
이해하지 않아도 충분합니다.
언제나
평생
여러분을 위해 책임이라는 굴레를 벗어던지지 못하는
부모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삽시다.
한 줄 요약: 너희들이 코로나 19 때문에 힘든 것 보다 부모님이 더 힘드시니까 말씀 잘 들으라는 선생님의 잔소리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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