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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할 수 있는 사람
작성자 윤효정 등록일 09.10.15 조회수 772
  라쇼몽이란 영화로 베니스 영화제 대상을 수상한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이 젊었을 때 야구치 요코라는 여배우에게 청혼을 하기 위해 긴 편지를 썼습니다.

“아무래도 우리는 전쟁에서 져. ‘일억 인의 명예로운 죽음’에까지 이르면 우리는 어쨌든 모두 죽어야 해. 그런 일이 일어나기 전에 결혼 생활이 어떤지 한번 확인해 보는 것도 나쁜 생각은 아닌 듯한데······.”

자신이 보기에도 밋밋한 내용이었지만, 화려한 미사여구보다는 진솔하고 담담하게 이어나가는 것이 더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대답은 생각해 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구로사와 감독은 그녀의 환심을 사기 위해 친한 친구를 중개자로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기다리고 기다려도 대답은 오지 않았습니다. 조바심이 난 구로사와 감독은 직접 그녀를 찾아가 양단간에 결단을 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무례한 행동인 줄은 알지만 늦은 나이에 결혼을 하겠다고 구혼을 하고 바보같이 안절부절못하는 자신이 견딜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녀는 두툼한 편지들을 내밀며 말했습니다.

“이런 사람하고는 결혼할 수 없어요.”

얼떨결에 편지 뭉치를 받아 든 구로사와 감독은 그것들을 읽어 본 순간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그 편지는 그가 가장 친하다고 생각하고 그녀와의 결혼에 중개자가 되어달라고 부탁한 친구가 쓴 글이었는데, 편지의 내용은 온통 자신에 대한 험담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친구의 단점을 아주 다양하고 깊이 있게 적은 편지를 들고 아키라 감독은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했습니다. 이게 정말 그 친구가 쓴 편지가 맞냐고 물었습니다. 그녀는 틀림없다고 했습니다. 아키라 감독은 친구에 대한 배신감과 그녀에 대한 민망함이 겹쳐 고개를 들 수 없었습니다. 그 때 옆에서 쭉 지켜보던 야구치 양의 어머니가 조용히 그녀에게 말했습니다.

“내가 관여해도 될지 모르겠다만, 야구치야. 너는 누구를 신뢰하겠니? 친구를 헐뜯는 사람이니, 아니면 자기를 헐뜯는 사람을 신뢰하는 사람이니?”

구로사와 감독과 야구치 양은 곧 결혼했습니다.


친구에 대한 믿음이야말로 진정한 우정의 발판입니다. 신뢰하는 태도는 다른 사람에게도 믿음을 줍니다. 여러분은 지금 친구를 신뢰하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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