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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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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무
작성자 진천여중 등록일 12.11.01 조회수 254

승 무

조지훈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깍은머리 박사 고깔에 감추오고
두볼에 흐르느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대에 황촉불이 말없이 녹는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서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올린 외씨 보선이여

까아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하늘 한개 별빛에 모두우고

복사꽃 고운 빰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속 거룩한 합장인 양 하고

이밤사 귀또리도 지새우는 삼경인데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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