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 자녀 내 아이의 감정을 이해하고 존중하라
1. 내 품에 있던 아이는 어디로 갔을까? 시시콜콜 털어놓기 좋아하고 시도 때도 없이 껴안고 뽀뽀하던 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점잔을 빼고 이야기를 안 하게 되었다고, 갑자기 뚱하고 속을 알 수없는 아이, 자기 일에만 몰두하는 아이가 되어버렸다. 부모는 과연 우리아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 아닐까 ? 라고 묻고 싶어진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것은 호르몬의 작용일 뿐 아이는 지극히 정상이다. 사춘기는 그 동안 잠자고 있던 호르몬의 작용으로 그들은 세상에서 제일 잘난 듯 의기양양했다가 갑자기 자신감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친다. 이것은 아주 전형적으로 관찰되는 전체적인 사태의 일부일 뿐으로 호르몬의 분비와 퇴조ㅡ 여기에 뒤따르는 감정의 변화는 평생 이어질 것이다. 어린 청소년들에게 이 새로운 긴장은 너무나 낯설고 강력한 것이다. 인간은 8세~14세 사이의 어느 시점부터 신체가 폭발적으로 성장한다. 팔다리가 몸에 비해 길어 보이고, 만 10세 ~12세 사이에는 놀라운 식욕을 보이는데 이때 지방이 축적되면서 눈에 띄게 덩치가 커진다. 대개 여자아이가 남자아이보다 신체적 차이의 변화를 먼저 경험한다. 아이들은 가슴이 커지거나 얼굴에 수염이 나고 또한 이 과정에서 여드름고민도 생긴다. 그 결과 이들은 모두가 자기를 경멸스런 눈으로 바라본다고 믿고 상습적으로 모욕감을 느끼는 상태로 자기 방어적인 행동과 태도를 취한다. 신체적, 정서적 변화가 일어나는 것과 동시에 정신도 계속 발달하며, 십대들은 꿈이나 생각과 연애에 빠지며 타인을 배제하고 자기에게만 초점을 맞춘다. 이것은 새로운 역할과 책임을 떠맡기 위해 자기를 조절해가는 중이며 만약 청소년들이 자신이 힘 있고 대단한 사람이라는 자신감을 갖지 못하면 그 새로운 역할과 책임이 너무 버겁게 느껴질 수 있다.
2. 엄마는 이해 못할 거예요!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사실상 청소년기 전부터 그들만의 자질을 알아주는 것이며, 아이의 용기를 북돋워주고 아이가 진짜 기술을 배우는 동안 한 발짝 물러서서 지켜보면서 적절히 기회를 주어야 한다. 이러한 태도는 아이에게 아무 재능이 없는데 어떤 특별한 것을 잘해내기 바라거나 사실상 아이가 할 수없는 일을 가지고 아무 생각 없이 “넌 할 수 있어!” 라고 강요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아이 한 사람 한사람의 개인적인 꿈과 타고난 능력을 파악하고 거기에 맞춰줄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3. 특별한 나. 나는 누구지? 청소년기의 핵심과제는 어린시절 이미 시작된 과정을 무사히 완수하는 것이다. 그 과정이란 시공간을 초월하여 항상 일관된 태도와 행동을 보이는 유일무이한 인격으로서 분리되고 독립적인 자아를 형성하는 것이다. 이것은 인격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이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은 어른의 권위ㅡ 좀 더 특수하게는 부모의 권위에 대한 의존을 끊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청소년들에게 부모가 필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그들은 유년기를 버림과 동시에 유년기의 부모와 맺었던 유대를 포기해야한다는 뜻이다. 청소년기 질풍노도의 이면에는 인격이 있다. 인격의 기능은 내면의 정신력과 자기 통제력을 유지하고 개인이 자유롭게 인생의 수많은 가능성들을 추구하게 해주는 것이다. 청소년기를 마칠 무렵 인격이 완성된 건강한 개인은 어린시절의 무력하고 불안에 찬 모습을 성인의 ‘자아’로 통합하고 끊임없이 압박과 내상을 일으키는 힘과 작별한다. 인격완성은 건강한 자기애적 에너지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4. 사태가 잘못되어 갈 때 1)권리포기 : 부모가 자녀가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분리해 나가려는 욕구 를 심리적으로 혹은 실제로 저버리거나 처벌한다. 아이는 위험을 알아차 리기 때문에 부모의 기대대로 살아가기로 일찌감치 결정해버린다. 자기를 발견하기도 전에 ‘엄마처럼 의사가 되자.’ '아빠가 원하는 대로 과학자가 되자.’ 라고 정해버리는 것이다. 2)부정적 자기 정체성형성 : 무조건 권위에 반대함으로써 그저 자기 마음 에 안 들거나 자기가 결코 얻을 수 없는(부모나 사회의)기대를 분노에 차 거부할 뿐이다. 3)정체성 분산 : 어떤 목표나 가치에도 뜻이 없고, 심지어 자기 정체성이 어떠한 것인가에 대해 관심도 없으며 자아는 매우 위축되어있다.
5. 자기애 적 분노와 십대 폭력 문제 아이들은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 무엇이 가치 있는지 직관적으로 안다. 그리고 오늘날의 아이들은 자기에게 그런 가치가 없다는 것을 안다. 외모, 성취, 소유, 권력에 대한 관심이 횡행하는 이때에 우리의 아이들이 멋있어 보이고 또래보다 월등한 기량을 자랑하고 원하는 것을 즉시 얻고, 또 누군가를 지배하기를 원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지 않을까? 아이들은 문화적 이상을 획득할 기회에 목말라있고, 그런 바람이 꺾이면 모욕감과 분노를 느낀다. 참으로 서글픈 현실은 아이들이 어른을 길잡이로, 역할모델로, 자기 말을 들어주고 이해해줄 사람으로 간절히 바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집’에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맞벌이 가정과 한 부모가정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이때에 아이들은 집이나 학교에서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면 자기들끼리 패를 만들거나 부모의 손이 닳지 않는 그들만의 세계, 컴퓨터게임, 텔레비전, 영화 등 폭력성이 두드러지는 세계에 침잠해버린다. 이미 오래전부터 학자들은 장차 반사회적 행동을 하게 될지 아닐지는 ‘만 2~3세’부터 그 아이의 특성이나 부모의 영향을 보면 예측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즉 문제 부모, 부모자식간의 문제 있는 유대는 자녀가 자신의 감정과 행동을 통제할 수 없게 만든다. 그런 자녀는 타인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고 자기 권위만 내세운다.
6. 나 자신의 행동에서 출발하자 오만하고 제멋대로인 십대들은 자기들이 곧 법이다. 이러한 청소년들은 어른들의 화를 돋우는 일이 많다. 문제의 청소년이 당신 자녀라면 당신의 어떤 자기애 적 특성이나 약점이 현재의 문제에 영향을 주지는 않았는지 깊이 생각해보기 바란다.
⚉ 그들이 당신의 어떤 부분을 건드리는가? ⚉ 그럴 때 당신은 어떻게 하고 싶은 기분이 드는가? ⚉ 당신은 이러한 충동에 반응하는가? 그 반응이 얼마나 효과가 있는가? ⚉ 당신은 아이에게 당신의 가치와 기대를 분명하게 전달하고 있는가? ⚉ 당신은 단지 부모라는 이유에서가 아니라 삶을 영위해온 방식에서 아이가 존경할 만한 사람인 가? ⚉ 당신은 아이의 개체성과 독립성을 존중하는 부모인가? ⚉ 당신은 아이의 행동을 적절하게 감독하는가? ⚉ 당신은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도록 격려해주는가? ⚉ 당신은 아이가 인격을 닦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가? ⚉ 아이가 성숙함에 따라 차츰 더 많은 특권과 자유를 허락하고 있는가? ⚉ 당신이 잘못했을 때 아이에게 그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아이는 사실 부모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지켜보고 있다. 아이들이 부모를 밀어낼 때조차도 실은 부모의 인도와 지원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부모는 아이들이 존경할 수 있는 존재가 되어야한다.
7. 현실적으로 한계를 정하자 50년 전 아니 30년 전에 비해 우리가 사는 세계가 훨씬 더 위험해졌다. 오늘날에는 남을 동정할 줄도 모르고 부끄러움을 모르며 그저 화만 내는 사람들이 어디에나 널려있다. 이들 중 일부는 청소년들이다. 힘의 균형이 당신에게 유리하지 않을 때는 그들과 정면으로 맞서지 마라. 문제를 회피할 수 없을 때에도 감정을 잘 다스리지 않으면 안 된다. 하지만 당신 자녀든 남의 자녀든 받아들일 수없는 행동을 할 때는 참고 넘어가지 마라.
예를 들어, 만약 당신 아들이 학교에서 싸우고 왔다 치자. 우선 아이가 무엇 때문에 화가 났는지 그 이유를 스스로 확인할 수 있게 도와주자. 아이가 화를 낸 것이 납득하기 어렵다고 해도 아이가 왜 그 감정을 품게 되었는지 알아 낼 필요가 있다. 아이의 감정을 짚어봤다면 이제 아이에게 물어보라. 화가 났을 때 싸우는 것 말고 다른 식으로 행동할 수는 없었을까를 물어보는 것이다. “너의 감정을 받아들일 수 있지만 네가 그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부모의 뜻을 아이가 수긍해야한다. 아이의 감정을 존중하라. 부모가 아이의 문제를 세심하게 생각해주고 예견되는 나쁜 결과-학교에서 정학을 당한다든지-를 피하게 해주려고 노력한다는 믿음을 아이에게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런 상황에서 절대로 아이에게 모욕감을 주거나 화를 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또한 정서적으로 무감각하지 않게, 아이에게 정말로 마음을 열고 대하는 것도 중요하다. 규칙위반의 결과들을 확실히 파악했다면 이제 아이가 이 과정에 스스로 동의하도록 이끌어야한다. 부모로서 당신역할을 포기하지 마라. 아이는 부모가 마땅히 가족들을 위한 기준을 세우고 순종을 기대할 권리가 있음을 알아야한다.
8. 주고받는 관계를 만들어가자 부모에게 자기세계를 최소한만 허용하거나 이기적인 방식으로만 부모를 자기세계에 들여놓는 청소년들이 있다. 이러한 청소년들과 호혜적인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이미 청소년이 된 아이가 만성적인 나르시시즘 문제를 안고 있음을 이제 막 알아차렸다면 당신은 부모 말을 귓등으로 듣거나 무조건 화만 내는 아이를 붙잡고 당신의 기대를 전달해야한다. 당신은 아이가 걸음마를 배울 무렵에 이미 거쳤던 과정을 되밟아야 한다. ‘미운 세 살’의 좀 더 성숙한 판본을 다루듯, 확고부동한 태도를 보이되 자녀의 감정에 공감해 주어야한다. 힘들어도 버텨야한다.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니까.....
만약 당신이 청소년기 자녀로 걱정하고 있다면 자기 자신에게 물어보라. - 나는 아이들에게 어떤 것을 가르쳤는가? - 나는 아이들에게 어떤 모범을 보여주었는가?
- 나르시시즘의 심리학 (샌디 호치키스/ 이세진 옮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