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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전공 , 허물어지는 성 장벽
작성자 허봉희 등록일 11.12.09 조회수 246
 

女 봐라 男 보란 듯…대학 전공, 허물어지는 性 장벽

'유치원 취업 하는 남학생, 해병대 취업하는 여학생.'

남녀 성(性)에 따른 대학의 학과 구분이 사라지고 있다. 남자가 하는 일, 여자가 하는 일 식의 전통적인 성 역할이 해체되면서 대학가에서도 '남자 학과', '여자 학과' 식의 벽이 허물어지고 있다. 간호사복 차림으로 의료 실습을 받고 있는 남학생, 제복차림으로 캠퍼스를 걷는 여학생들을 쉽게 만날 수 있는 게 요즘 대학가의 풍경이다.

남자 학과에 진학한 여학생이든, 여자 학과에 진학한 남학생이든, 해당 분야에서 성적(性的) 소수이기 때문에 오히려 취업 기회도 많다. 서로 다른 성(性)의 영역에서 도전하고 있는 남녀 대학생들과 캠퍼스의 달라진 모습을 살펴봤다.

◆그 남학생의 캠퍼스

동산의료원 신영희 간호처장은 "의식이 없는 환자를 이동시키거나 산소통 같은 무거운 의료기기를 옮겨야 할 일이 많다 보니 여자 간호사들이 매우 힘들어한다"며 "이 때문에 중환자실이나 수술실 등에 남자 간호사를 배치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했다.

성 구분이 무너진 대표적인 학과는 간호과 다. 간호인력 수요가 전체적으로 급증한 가운데 특히 남학생들의 간호학과 진학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남자 직원을 원하는 병원의 구인의뢰가 해마다 늘어나면서 '백의의 천사'를 꿈꾸는 남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경운대 박현숙 간호학과장은 "2006년 학과개설 당시만 해도 남학생 지원을 높이기 위해 면접에서 인센티브를 줘야 할 정도였지만, 최근엔 남학생들이 늘면서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고 했다. 남학생의 간호학과 진출은 4년제 대학에서도 잘 나타난다. 경북대 간호대학 경우 2006년 5%(20명)이던 남학생 수가 올해는 11%(63명)로 두 배가량 늘었다.

여성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서비스 업종에 진출하려는 남학생들도 많다.

헤어디자인, 미용, 화장품 등 '뷰티 산업'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처음 문을 연 영남이공대의 '박승철헤어과' 경우 정원 40명 중 11명이 남학생이다. 이 학과 1학년 오영준(20) 씨는 "사람의 머리를 보고 알맞은 헤어스타일을 상상해내는 능력은 남자들이 더 뛰어난 것 같다. 창업 도 할 수 있기 때문에 학교 다니는 게 즐겁다"고 말했다. 계명문화대 뷰티코디네이션학부 1학년 권민재(23) 씨는 "헤어디자인뿐 아니라 기초메이크업 , 발관리 등 색다른 영역을 배우는 일이 재미있다"며 웃었다.

대구공업대학 호텔항공관광과 경우 3년 전만 해도 여학생 수가 더 많았지만, 현재 정원 56명 중 37명이 남학생으로 여학생을 앞질렀다. 이 학과 이정순 교수는 "저가 항공사의 등장으로 스튜어드(남자 승무원)의 인기가 높다. 리조트, 여행사, 호텔 취업에 관심을 갖는 남학생도 많다"고 했다.

대구산업정보대 유아교육 과 2학년인 김경석(23) 씨는 유치원 선생님이 꿈이다. 김 씨는 "초등학교에서 여교사가 절대 다수인 여초(女超)현상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데, 유치원도 마찬가지"라며 "실습 때 아이들이 남자 선생님을 잘 따르고, 원장님들도 잘 대해주신다"고 했다.

◆그 여학생의 캠퍼스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달 말 발표한 '2011년도 대학 계열별 취업률 현황'을 보면 여성취업 률이 높은 전공 상위 20위 중 토목 , 기계, 전자 등 공대 계열이 10위권 안에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이 분야 여성인력이 적다보니 희소가치가 큰데다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꼼꼼함이 장점으로 평가된 경우다.

영진전문대 컴퓨터응용기계과 1학년인 박연정(24`여) 씨는 조선(造船) 분야 설계사가 꿈이다. 이 학과 경우 전체 500여 명 중 여학생이 10%가량이지만, 여학생 중 40%가 STX포스텍, LG이노텍 등 대기업체에 취업하고 있다.

박 씨는 "솔직히 여학생들에겐 볼트, 너트, 스패너라는 공구 이름도 생소하다"며 "하지만 기계분야에서도 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한 부품 설계, 인테리어 설계 등의 진로가 무궁무진하고, 여학생들의 취업률도 높다"고 자랑했다. 경산1대학 철도토목과에 재학 중인 이현정(40`여) 씨는 현재 한 토목회사의 대표다. 이 씨는 "도전 의지만 있다면 남녀의 차이는 큰 의미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부사관과나 경찰행정과 등 특수분야에도 여학생 진출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총 모집정원 80명인 영남이공대 부사관과 경우 지난해 수시모집에서 남학생은 8대1의 경쟁률을 보인 반면, 여학생 경우 9명 모집에 135명이 몰려 15대1의 치열한 경쟁률을 기록했다. 공무원 못지않은 직업의 안정성, 높은 보수, 공평한 승진 기회가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이 학과 2학년인 김민지(20) 씨는 오는 12월 해병대 부사관으로 임관을 앞두고 있다. 김 씨는 "해병대와 육군 둘 다 합격했는데 해병대 훈육관으로 일하면서 여성 후배들을 길러보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경찰을 꿈꾸는 여대생들도 늘고 있다. 대경대 경찰행정학과 경우 현재 2학년 70명 중 16%가 여학생이지만, 신입생인 1학년은 80명 중 25%가 여학생이다. 경찰공무원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을 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시험에 강한' 여학생들의 진출이 활발하다. 대경대 경찰행정학과 차윤숙(20) 씨는 강력계 형사가 꿈이다. 차 씨는 "여성피해자가 많은 사건 분야에서 활약하고 싶다"며 "여경하면 '쎈 이미지'로 생각하지만 섬세함을 잘 살려 최고의 경찰이 되고 싶다"고 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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