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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신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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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4일 일기
작성자 신혜수 등록일 15.10.14 조회수 27

 오늘은 우리 2학년만 오후에 연극을 보러가게 되었다. 갑자기 보러가게 된 것이라 차편이 마련되지 않아서 시내버스를 타고 가게 되었다. 버스 시간 때문에 밥도 일찍, 11시 40분부터 먹었다. 그전에는 오전 수업만 했는데, 체육, 진로, 진로, 진로였다. 개꿀이었다. 체육은 수행평가 대비로 배드민턴 연습을 했고 진로시간에는 용포제 때 전시한다고 하는 학교폭력에 관한 그림을 그렸다. 10명 정도가 한 조가 돼서 커다란 천에 그림을 그리고 아크릴 물감으로 칠했다. 아크릴 물감으로 짜다가 셔츠 소매에 물감이 묻을지도 모르니 소매를 걷고 하라던 진로 선생님의 말씀이 떠올라 소매를 걷었는데 멍청하게도 손에 물감이 묻은 것을 알아채지 못하고 그 손으로 소매를 걷다가 한 쪽에 다 묻혀버렸다. 선생님께 말씀드리자 빨리 지우지 않으면 안 지워진다고 하시며 난 빨리 가야하니 셔츠를 벗어서 선생님 책상에 벗어두고 가면 선생님께서 빨아주시겠다고 하셨다. 그래서 죄송하지만 셔츠를 벗어서 선생님 책상에 올려두고 나는 아침에 걸치고 왔던 겉 옷을 입고 학교를 떴다.

 버스를 타니 다른 사람들은 거의 없었는데도 우리 반애들이 타니 자리가 모자라서 나는 서서 갔었다. 그런데 어제 변지민이랑 놀다가 다친 발목이 아프고 멀미가 나서 멀미 난다고 중얼중얼거렸더니 옆에 있던 아름이가 듣고서는 황이에게 자리 좀 양보해달라고 부탁했다. 덕분에 조금 미안하긴 했지만 편하게 앉아 자면서 갔다. 잠에서 깨니 애들이 내가 잘 때 찍은 사진을 보여줬다. 기절한 사람 같았다. 이번에도 고개를 옆으로 푹 숙여서 떨어질 뻔 해서 몇번을 올려줬다고 한다. 그런데 나보다 변지민이 더 기이한 자세로 잤다. 서서 자는데 나름 자기만의 방법을 찾아서 잔 것 같다. 이런 방향으로는 머리가 참 잘 돌아간다.

 중앙 시장에 도착해서 2인 1조로 짝을 지어 5000원짜리 상품권을 받아 돌아다녔다. 처음엔 두 명이서 5000원은 적은 것 아닌가 했지만 처음 2000원을 써서 감자떡, 감자만두를 먹자마자 배가 불러왔다. 가격에 비해 양도 많고 맛도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나서도 돌아다니며 구경도 하고 더 사먹기도 했다. 그렇게 돌아다니던 중 아빠 친구를 만나 용돈도 받았다. 그리고서는 약속했던 시간이 다 돼서 약속 장소로 가는 길에 애들이 바글바글 모여있는 곳을 봤다. 거기에서 여자애들한테 자랑했더니 혜자도 받았다고 했다. 우리가 모여있는 것을 보신 선생님들께서 인원체크를 하시고 문화회관으로 데려가셨다.

 이제 우리의 주목적이였던 연극을 볼 문화회관에 도착했다. 우리 학교 학생들 말고도 다른 학교 학생들이 많이 있었다. 연극을 보는 도중에는 화장실에 갈 수 없으니 미리 화장실에 다녀왔다. 세면대 앞에서 화장하는 사람들 때문에 기다리느라 시간이 조금 걸렸다. 화장실을 다녀와 자리에 앉아서 휴대폰 게임을 하며 기다렸더니 어느새 연극이 시작되었다. 우리가 본 연극은 '추격자'였다. 이번 연극은 말을 거의 하지 않고 진행되었다. 그전에 봤던 연극과는 달리 관객들도 참여를 했고, 주로 신기한 기술?들을 많이 보여줬던 것 같다. 큰 웃음이 빵빵 터진 것은 별로 없지만 그래도 보는 내내 웃음이 끊기지는 않았다. 그래서 처음 시작할 때 불이 꺼지면서 잠이 쏟아졌었지만 연극을 보는 도중에는 단 한번도 졸지 않고 집중해서 볼 수 있었다. 주 무대가 끝난 후에는 세 배우가 모두 나와 저글링도 하고, 난타도 했다. 마지막 난타 할 때 애들이 입을 모아 빨간 민소매를 입으신 배우가 잘생겼다고 했다. 실은 나도 그 생각을 했었다. 연극도 재미있고 단 세 명의 배우들이 어떤 장치 없이 준비한 무대라 생각하니 더 대단하다고 느껴졌고 좋았던 것 같다.

 연극을 다 본 후에는 5시 3분 버스를 타기 위해 기다렸다. 그 버스는 우리마을까지 들어가는 몇 안되는 버스 중 하나여서 잘 됐다고 생각했다. 문화회관 앞에서 기다릴 때는 원용이네 할아버지께서 사주셨다는 음료수를 나눠 마셨다. 정말 감사했다. 문화회관 앞에 있다가 곧 자유 시장 앞의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버스 정류장 근처에서 다들 쪼그려 앉아서 휴대폰을 하고, 떠들거나 이 근방의 작은 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이나 껌을 사 먹으며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어떤 아주머니께서 다가오셔서 뭘 좀 물어보시다가 내 얼굴을 보시더니 뜬금없이 엄마한테 말하고서 쌀뜨물로 세수하라고 그러면 여드름이 낫는다고 하셨다. 처음보는 아주머니께서 그러시니 당황스러웠지만 이 전에도 미용실을 가던, 마트를 가던 이런 조언을 많이 들어봤기에 이내 침착성을 되찾았다. 나는 거울로 볼 때 매일 보니까 그런지 이제 적응이 돼서 크게 신경을 안 쓰는데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내 여드름이 그렇게 심한가하고 생각하게 된다. 빨리 좀 나았으면 좋겠다. 아주머니께서 왔다 가신 뒤 좀 더 있다가 버스가 왔다. 사람이 많지는 않았지만 올 때보다는 좀 더 있었다. 역시나 대부분은 서서 가고 있는데 점점 사람들이 들어왔다. 결국에는 진짜 말로만 듣던 만원버스가 되어버렸다. 나는 멀미 때문에 누구였는지 잘은 기억이 안나지만 우리반 남자애가 자리를 양보해줬다. 고마웠지만 왠지 다들 서서 가고 멀미 하는애들 있을텐데 나 혼자 잘만 앉아있던 애 자리를 뺏어 앉고서 편히 가는게 아닌가해서 약간 마음이 불편했었다. 그렇지만 여지없이 나는 또 잠에 빠졌고 중간중간 시끄러워서 깼었다. 사람이 꽉 찼을 때는 힘들어서 그랬는지 좀 조용했지만 사람들이 점차 빠지자 점점 시끄러워지더니 나중에는 너무너무 시끄러웠다. 이런 버스에서는 조용히 해야하는데라는 생각들로 가득찼고 눈치가 보였다. 앙성초등학교와 그 다음 정거장에서 혜자와 나 빼고 다들 우르르 내리니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그 후로는 편하게 집으로 왔던 것 같다. 약간 피곤하기는 했지만 즐거운 하루였다. 이런 기회가 한 번 더 찾아온다면 완전 대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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