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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신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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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체험
작성자 신혜수 등록일 15.07.16 조회수 32

방학을 하루 앞 둔 오늘, 우리는 선비체험을 갔다. 버스 두 대로 갔는데 1호 차에는 1학년 전체와 2학년 남자, 2호 차에는 3학년 전체와 2학년 여자가 타고 갔다. 그렇게 우리는 3학년 언니 오빠들과 한 버스를 타고 달려서 문경새재에 도착했다.

 저번에 나눠준 시간표를 제대로 안봐서 나는 사행시랑 과거시험을 먼저 본 후에 걸어서 가는 것인 줄 알았더니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걷는 것이여서 당황스러웠다. 그래도 썬크림 제대로 안발라서 걱정했던 것에 위안이라도 해주는 듯 걸어가는 길의 90% 이상은 그늘이었다. 그리고 서현서가 나를 이끌고 빠르게 걸어간 덕분에 초반에는 나랑 서현서가 우리반 남자애들 무리 바로 뒤, 여자 중에는 제일 앞에서 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저질스러운 체력 덕분에 점점 힘이 들면서 걸음이 느려지더니 걷기 힘들 정도까지 되어서 벤치나 정자, 원두막 등 쉴만한 곳이 보이기만 하면 계속 쉬었다 가는 바람에 점점 뒤쳐졌다. 그렇게 쉬던 도중에 오빠들이랑 1학년 남자애들이 우리 앞을 지나가길래 벌떡 일어나서 우리도 가던 길을 가려했다. 그런데 어떤 아줌마 한분께서 우리를 붙잡으시더니, 저 길(오빠들이랑 1학년 남자애들이 가는 길)로 가는게 맞느냐고, 저 길로 가는 사람들은 저 학생들이 처음이라고, 다들 옆 길로 갔다고 다른 일행들한테 전화해서 확인을 해보라고 하셨다. 그런데 저 길로 가는 사람들은 오빠들이랑 1학년 남자애들이 처음이라는 말을 듣고서 그 길을 보자마자 '저기는 아니다.'라는 확신이 생겨서 목청껏 불렀다. 몇 번을 부르자 그제서야 뒤를 돌아보길래 그 길 아니라고 말을 해주고서는 다시 우리가 갈 길을 갔다. 그렇게 몇번을 걷다가 쉬다가를 반복하다가 국어 선생님, 진로 선생님, 수학 선생님, 1학년 애들, 초롱이, 권세원과 함께 가게 되었고 나는 초롱이, 수학 선생님이랑 걸어가다가 뒤를 돌아보니 서현서는 많이 지쳤는지 가방도 권세원한테 들게 하고 저 뒤에서 터덜터덜 걸어오고 있었다. 그래서 그냥 초롱이랑 수학선생님이랑 가다가 예서도 만나서 계속 걸었다. 그렇게 죽어가는 소리를 내면서, 그리고 우리가 이 길을 걷게 만든 장본인인 교장선생님을 원망하면서 쭉 걸었다. 마지막 쯔음엔 이소윤이랑 통화를 하면서 걸었다. 통화를 하는 도중에 아까 수학선생님이 우리 쓰러지면 업고 간다고 하신 말씀이 생각나서 이소윤한테 말했더니 옆에서 수학선생님이 소윤이는 국정원이 와도 못한다고 미션 임파서블이라며 극딜을 하셨다. 수학선생님&재성이나 수학선생님&소윤이의 조합은 언제봐도 재미있는 것 같다. 그렇게 통화를 하면서 가는데 저 끝에서 지금까지 본 것과는 다른 빛이 보였다. 그렇게 마음속으로 환호성을 내지르면서 뛰어갔다. 올라가자 저 쪽에 우리학교 학생들이 앉아있었다. 나는 힘이 빠져서 거기까지 가지도 못하고 더 앞쪽에 있는 벤치에 앉았다. 그러다가도 아직 안 온 여자애들이 생각나서 벌떡 일어나서 역주행 했다. 완전 내려가지는 않고 조금 앞까지 가서 기다리다가 서현서 데리고 올라왔다가 다시 내려가서 이소윤, 정혜원, 하늘이, 뒤에 김은수, 혜자까지 다 올라왔다. 그 후에 점심으로 주먹밥 두 개를 먹었는데 조금 싱거운 것 같기도 했는데 많이 걸은 후에 먹는 것이라 그랬는지 맛있었다.

 점심을 먹고 나서 곧바로 사행시 짓기를 했다. 시제를 교장선생님께서 두루말이?를 펼쳐서 보여주시는데 근엄하게 촥 펼치시는데 거꾸로여서 한번 빵 터지고 시제가 문예창작이길래 참 우리 교장선생님답다는 생각에 한번 더 빵 터졌다. 그렇게 애들이랑 깔깔 거리며 웃다가 진정하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애들이 한 것을 보니 이소윤은 잘 나가다 마지막이 개그고 정혜원은 정말 교장선생님께서 좋아하실만한 내용으로 썼다. 써서 교장선생님께 자랑하니 머리를 쓰다듬어주셨다. 혜자는 키 얘기를 썼다가 문혁진이랑 잡기 놀이를 했다. 나는 뭘 할지 고민을 하다가 정혜원의 도움으로 우리 음악시험 때문에 음악선생님께서 만들어주신 악보에 있는 가사를 인용해서 썼다. 나쁘진 않은 것 같았다. 사행시까지 한 후에는 아까랑은 다른길이지만 또 걸어내려갔다. 걸어내려가는 도중에 희진이 언니가 넘어져서 발목을 다친 것 같았다. 많이 아파하는 것 같았다.

 여차저차해서 우리는 다 내려왔고 버스에 타서 관아공원?으로 이동했다. 거기에서는 과거시험?을 봤는데 주제가 작지만 강한 앙성중학교를 위한 나의 다짐이었나? 그냥 별 생각없이 쉬고 싶다는 생각에 막 썼던 것 같다. 옛날 배경이니 정혜원이랑 낭자놀이 한번 하고 단체사진을 찍은 후에 버스를 타고 학교로 돌아왔다. 학교로 돌아오는 길에는 거의 잠만 잤던 것 같다.

 집에 돌아오니 발이랑 발목이 너무 아팠다. 그래서 샤워를 하고 바로 앉아서 신혜인을 시켜서 치킨이랑 피자 먹고, 라면도 끓여먹었다. 얘가 기분이 괜찮은 날이었는지 별말 없이 다 해줬다. 다른 때도 오늘 같았으면..ㅎ 아, 힘들게 걸어다닌 것 말고 집에서 신혜인이 시키는 대로 다 한 것만 말이다. 다음에도 오늘처럼 걸으라고 하면 진짜진짜진짜 싫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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