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수업이 마치고 청소시간에 내가 해야할 일들을 모두 끝마친 채, 친구들과 벤치에 앉아있다가 문득 희미하게 들려오는 피아노 선율에 집중하고 있었는데 혜원이가 그 피아노 소리를 찾아가보자고 해서 피아노가 있는 3층으로 올라가보았다. 그 피아노 선율이 들려오는 곳은 음악실이었고 연주나는 희진이 언니였다. 언니는 선생님이 들어오시는 줄 알았다고 깜짝 놀랐다고 하더니 갑자기 '말할 수 없는 비밀'에 나오는 연탄곡을 칠 줄 아냐고 물으며 한번 쳐 달라고 하기에 정혜원과 내가 같이 쳤다. 그러다가 재성이가 들어와서 한번 더 쳐달라고 하는 것을 무시하고 재성이에게 피아노를 쳐달라고 했다. 재성이도 피아노를 친 후에 희진이 언니가 'All of me'를 칠 줄 아는 사람이 있냐고 물으며 나에게 '너 피아노 잘치잖아.'라는 말을 했지만 내가 나는 피아노를 안친지 너무 오래되서 기억이 안 나고, 정혜원은 칠 줄 안다고 말했다. 그래서 정혜원이 피아노를 치는 동안 좀 전에 희진이 언니가 한 '너 피아노 잘치잖아'라는 말로 인해 많은 생각이 들었다. 몇 년 전만해도 피아노학원에 열심히 다니면서 선생님께 잘 친다는 칭찬도 들었었는데 피아노 학원에서 레슨은 안 받고 계속 방에서 혼자 치다 나오는 날들이 반복되다 보니 혼자 연습해도 될 것 같다며 학원을 그만두고 나서부터는 피아노를 잘 치지 않은 것 같다. 어쩌다 한번 피아노를 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오랜만에 피아노 앞에 앉아 연주를 할라하면 손가락이 짧아서 화음을 연주할 때 힘이 들고, 그 전만큼 속도도 낼 수 없는 게 짜증이 나서 30분도 안 돼서 뚜껑을 닫아버렸다. 그러다보니 이제는 전만큼 잘 치지도 못하고 누가 한번 쳐달라고 하면 그냥 내빼기만 하게 된 것 같다. 생각해보니 피아노 말고도 내가 잘하다가도 놓쳐버린 것들이 많이 있다. 초등학교 때 나는 악기 연주하기를 좋아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기를 좋아해서 학교나 아동센터에서 바이올린, 가야금, 플룻, 통기타, 장구도 배워서 대회도 나가고, 문화회관에 공연도 나갔었는데 그 교실이 사라지면서 못하게 되고, 일들이 겹쳐서 연습에 빠지게 되고 하면서 잘하다가도 좀 쉬니까 하는 법도 잊어버리게 되고... 그러면서 하나 둘 씩 재능이 제대로 발휘 되지도 못하고 버리게 된 것 같았다. 이제와 생각해보니 그 때 더 열심히 해둬서 지금도 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라는 후회가 많이 밀려오지만 이미 이렇게 되버린 일들을 어떻게 하겠는가... 그냥 앞으로는 가장 회복될 가능성이 높은 피아노부터 열심히 연습해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희진이 언니는 아무생각 없이 한 말이였겠지만 그 말이 나에게는 피아노를 다시 열심히 할 의지를 만들어준 계기가 된 것이니 희진이 언니에게 고맙다는 생각만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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