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 단편소설-쓰레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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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동현 | 등록일 | 15.03.16 | 조회수 | 37 |
쓰레기 사람들은 언제나 나를 사 간다. 싱글벙글한 표정이나, 가격이 못마땅한 듯 쳐다보는 사람이나, 무어가 그리 급한지 헐레벌떡 뛰어온 사람이나, 귀찮게 끌려나왔다는 듯 불만 투성인 사람이라던가. 그럴 때마다 나는 하염없이 즐거운 표정을 지으며 팔려나간다. 그들이 나를 안고 가던, 가벼운 가방이나 봉투에 넣어서 가던, 손으로 거머쥐고 가던 간에, 나는 팔려나간다는 것만으로도 기뻐한다. 버려질 것을 앎에도 불구하고, 버려지는 것보다 안 팔리는 게 더 비참하고, 참혹하다는 것을 안다. 그 말들은 안 팔려서 수용소에 끌려갈 때 아버지나 어머니가 누누이 말씀해 주시던 것이다. 주변에 있던 동료, 아니 경쟁자들은 부러워하는 눈빛도 있었지만 얄미운 듯이 째려보는 느낌도 났다. 버려지는 고통보다도 '수용'되는 고통이 더 심하기에, 꾹꾹 참는다. "하아..드디어 살 것 같다." 헐레벌떡 뛰어와서는 맨 앞에 서 있던 나를 덥석 데려가서는 붉은 빛을 쬐게 하고 바로 뛰쳐나와서는 내 뚜껑을 열고 검은 피를 마셔댔다. 무언가가 계속 빠져나가는 기분-실제로 빠져나갔다. 충분히- 이었지만, 그에게 만족감을 주었으니 혹여나 버려지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공허한, 부질없는 희망을 품는다. 그리고, 내 눈은 스르르 감겼다. 다시 눈을 떠 보니 몸이 굉장히 가벼워진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내 옆에는 나와 흡사하게 생긴 녀석이 있었는데, 옆구리에 심각한 상처를 입었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았더니, 역시나 나는 나무 앞에서 굴러다니는 쓰레기들 중 하나에 불과했다. 그리고 다시 칠흑같은 어둠이 나와 그 녀석을 덥석 집어삼키고는 어디론가 향했다. 다시 한 줄기 빛이 보이는가 싶더니 환한 세상과 마주하게 되었다. 그 세상은 나를 바라보며 웃는 듯 하였다. 그리고 앞에 있는 찌그러져 비명소리를 지르고 있는 동료들이 벽을 이루고 있었다. 서로서로가 뒤엉킨 채로 늘러붙어서 하나의 벽돌을 보는 듯 한 느낌이었고, 신기함과 동시에 나도 저렇게 된다는 공포심을 가지게 되었다. 저러고 나서 바다에 버려져서 저들과 함께 영원히 바닷속 깊이로 가라앉겠지. 낙담하며 다시 칠흑같은 어둠이 나를 집어삼켰다. 눈을 떠도 앞은 보이지가 않았다. 아직도 어디론가 가고 있는 줄 알았지만, 이내 온몸에서 터져나오는 고통에 검은 피를 뚝뚝 흘릴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상태로-벽돌처럼 된 상태로- 또 어딘가로 실려갔다. 그리고 나서 엄청난 열기에 몸이 스르르 풀리는 느낌이 났고, 이내 그 뜨거운 액체에 몸이 닿게 되었다. 이제 나에게 검은 피라고는 한 두 방울 남짓밖에 남지 않아서, 비명을 지른다거나, 비비적거리며 빠져나가려고 발버둥을 치는 등의 행위는 시도할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대로 그 벽돌같은 것들이 풀려나가는 느낌이 났고, 이내 내 몸은 녹아들었다. 사지가 찢어지는 고통을 온 몸으로 느끼며 마지막 검은 피들은 내 몸을 버리고 떠나갔다. 다시 눈을 떠 보니 이번에는 쌩쌩해 보이는 병들이 내 주위에 있었으며 나도 그들 중 하나였다. 캐터필러를 타고 위에서 기계들이 나에게 피를 실어줄 때의 그 생기가 돌아오는 느낌을 만끽하며 주변을 구경하고 있었다. 처음 보는 듯 한 시설들이었고 그들은 나에게 흥미와 재미를 유발시켰다. 이제 처음처럼 다시 무게가 무거워졌다. 그리고 고통도 말끔히 사라져, 팔리기 전의 나로 돌아온 느낌이었다. 아니, 다시 돌아온 게 맞다. 또 똑같은 마트에서 나는 팔려갔으며, 우연의 일치인지 다시 나를 마시고 버려놓은 그가 나를 사 갔다. 내 옆에는 옆구리에 상처를 입었던 그 녀석이 보였다. 나처럼 다시 태어나서인지 지금은 몸이 말끔했다. 그리고, 다시 내 검은 피를 그에게 내어 주며, 눈을 스르르 감았다. "윽...?" 이번에도 엄청난 열기에 녹아내렸으나, 액체가 아니었다. 불에 녹아버리고 있었다. 이번엔 방법이 다른 거일 거라고 스스로를 안도시키고 있었지만, 나는 한 개의 병으로 다시 태어나지를 않고, 재에 뒤덮혀 나무 아래에 뿌려졌다. 역시 기대하지 않을 걸, 하고 후회를 하긴 했으나, 두 번씩이나 한 명에게 도움을 주었다는 것 만으로도, 그리고 한 번이지만 다시 태어나 본 것도 나에게는 즐거움을 선사해 주었기에, 슬퍼서 그런지 터져나오는 울음을 참으며 눈을 감게 되었다. "후, 이건 또 뭐냐." 콜라를 먹고 아무 데나 버렸다가 꾸중을 듣고 쓰레기를 전부 태우고 재는 나무에 뿌리라는 까칠한 선생의 말에 어쩔 수 없이 재를 나무에 뿌린 소년은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녹은 채로 엉겨붙은 플라스틱을 슬쩍 쳐다보고는 흙을 대충 판 뒤 묻어 버렸다. "아마 모르겠지." 그리고 방과 후에 그 소년은 덥다며 마트로 뛰어와 콜라 한 병을 덥석 잡고는 카운터에서 계산을 한 뒤 바로 뚜껑을 열고 벌컥벌컥 들이켰다. 공백 포함: 2556 공백 미포함: 1920 -글을 쓰게 된 후기- 뭐 쓸 거 없을까 하다가 대충 우리의 친구 콜라가 담긴 펩X사의 콜라병을 의인화시켜서 대충 갈긴 습작인데, 쓰레기 불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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