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콜로니-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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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동현 | 등록일 | 14.12.26 | 조회수 | 46 |
비록 회사에서도 줄타기를 해야 한다는 것은 시대를 막론하고, 모두에게 현실로 닥쳐왔지만, 아무도 그를 막을 수 없었다. 신체의 클래스부터 차이가 벌어졌기 때문에, 모두들의 생각은 '괜히 나서면 골로 간다' 이게 다였다. 아니, 오금이 저려서 더 이상의 생각은 할 수 없었다. 심지어, 흥건히 젖은 바지를 볼 생각도. 여기는 보안방위부이다. 덕분에, 굉장히 엄격하다. 잘못했다간 바로 콜로니 자체가 요절날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버틴다. 그리고, 하극상은 철저히 응징한다. 허나, 예외는 있다. 바로, 1인이 다수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 그 피해가 어떻게 될지, 이른바 '나비효과'때문이리라. 그리고, 이 규칙은 엄격하게, 그 1인이 누구던 간에, 그 다수가 말단이건 간에, 무조건 추방이었다. 보안방위부 일자리에서 추방? 아니다. 콜로니에서의 추방. 즉, 죽는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모두들, 밝은 성향의 사람들도 점차 어두운 물을 먹어갔고, 신입들도 저도 모르게 무언가 말을 하려 하다가도, 급하게 입을 닫아버렸다. 괜히 입을 열었다 해치를 열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지금 상황은 1대 1이었다. 즉, 하극상만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고가 수습되자마자, 재판은 시작된다. 치열한 공방이 오간다. 그 상사 측과, 상사의 라인을 타고 놀던 자들은 그 쪽에 빌붙어 빌빌거리며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그깟 말 좀 했다고 사람을, 그것도 상사를 피떡으로 만들어 놓는 것은 규칙에 어긋난다" 였다. 그리고, 어느 판사의 한 마디. "그러면 이제 앨버트 차장 측에서, 아르세 부장을 향한 진술을 시작하십시오." 그러자 내 라인을 타고 있던 몇몇과 케이지의 입에서 무슨 말이 터져 나올 조짐이 보였다. "조용. 제가 말할 건 단 한 가지입니다. 귀찮게 말하는 것 보다, 증거영상이나 보시지요." 그렇다. 영상이 재생되어, 그 말을 한 아르세의 목소리가 판사들에게 들려온다면, 아픈 기억이 있는 몇몇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예전부터 이런 변수가 누가 뒷목을 잡는지를 결정한다고들 했다. 그리고, 난 지금 뒷목을 쥐어짤 수를 꺼내고자 이 조그마한 수를 던진 것이다. 물론, 누가 보느냐에 따라서 그 크기는 천차만별이겠다만. 그렇게 영상이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아르세 부장의 얼굴은 점점 굳어져갔다. 그리고, 흥분해서 붉어져있던 얼굴이, 납 인형마냥 식어 있었다. '이겼다.' 순간적으로 확신했다. 그리고, 판사들의 입이 열리기를 고대하고 있었다. "비록 마음이 아프지만, 하극상이라고 생각됩니다만." "이 정도에 저 정도는 심하지 않습니까?" "........" 아르세 부장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들이 더 많은 듯 했다. 그리고 판사들끼리 서류들을 돌려 보더니 하는 말이, 불과 몇 분 전의 부장과 다를 바 없게, 피를 식어버리게 만들었다. "판사들 간의 상호 정보 교환과 토의 결과, 앨버트 차장의 죄는 하극상 2급으로 결정되었습니다. 원래 고의상해는 1급이지만, 영상에 담긴 아르세 부장의 말이 형벌을 낮추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반박할 기회는 남아 있습니다." "형은 달게 받겠습니다." "그러면, 죄목은 하극상 2급으로 결정ㄷ.." "잠깐만요!" "?" 모두의 눈은 케이지를 향해 있었다. "중간에...밝혀지지...않..은...사실이...하나..있습니다." "그게 뭐요?" 끝났다고 생각하고 짐을 꾸리던 몇몇 판사들은 불쾌해하는 기색이 역력했지만, 케이지는 그런 건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아니, 신경 쓰지 않고 싶어 했던 것 같다. "왜냐하면, 아르세 부장은 그 주변에 있던 다른 사원들의 심기를 불편케 했으며, 그들 중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은 의견을 전혀 표출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앨버트 차장만이 그에게 분노를 표출했습니다. 이것은 1대 다수의 상황이므로, 하극상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맞습니까?" 그러자 그 주변에 있던 사람들, 앨버트의 줄을 잡던 사람이나 아르세의 라인을 타던 사람이나, 그 말에 동의했다. 지금 이렇게 상황이 뒤집어지면 아르세는 힘을 잃을 것이고, 어쩌면 추방당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은 살고 보는 게 우선이었다. 그리고 몇 분 동안 정적이 흘렀다. 가끔 몇몇이 눈빛을 주고받을 뿐이었다. 판사들은 또 무언가를 주거니 받거니 하고 있었다. 마침내, 판사들이 정적의 흐름을 깼다. "아르세 부장은 다수에 대한 가해가 인정, 추방을 명령합니다." 다음날 방위부에 나와보니, 아르세 부장의 자리에는 아무도 없었으며, 명찰의 한 글자가 바뀐 것을 앨버트는 알아차렸으며, 케이지도 곧 자신의 명찰도 한 글자가 바뀐 것을 알아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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